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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넘어가면 답 없다" 코로나 컨틴전시 플랜 세우는 10대 그룹 초긴장

코로나19 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어려움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로 텅빈미국 뉴욕 거리 모습. AP= 연합뉴스

코로나19 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어려움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로 텅빈미국 뉴욕 거리 모습. AP= 연합뉴스

#1. “사업전략을 다시 세웁시다.”  
지난 24일 화상회의로 열린 롯데그룹 비상경영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 계열사가 사업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점검]

 
#2.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냅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경기 수원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이 비상 경영계획(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나섰다.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미국·유럽 등 대기업의 핵심시장이 붕괴하면서다.  
 
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10대 그룹.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10대 그룹.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 대기업 최고경영진은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에도 겪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지만 매출이 급감하는데다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그룹 관계자도 "거의 다 성사됐던 인수&합병을 일단 보류했다"며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극도로 불확실해 신사업은 올 스톱이고, 현금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25일 국내 10대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 자산규모 기준, 농협 제외)의 컨틴전시 플랜과 경영상황을긴급 점검했다. 대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중이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서비스·유화(油化) 기업, “피해 축소가 급선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4일 주재한 화상 비상경영회의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주문했다. 사진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4일 주재한 화상 비상경영회의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주문했다. 사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생존’을 강조한 건 유통과 서비스, 석유화학 등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여서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시설과 호텔·리조트 등 서비스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산업의 쌀’인 석유화학은 더 심각하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패권싸움으로 초유의 저유가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제마진(원유와 제품의 가격 차)은 계속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팀(C-TFT)을 만들어 비상체제에 들어갔지만 장기화에 대비해 올해 경영계획을 새로 수립 중이다. 매출 감소에 따른 유동성 관리를 위해 전 계열사에 재무관리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바뀔 경제구조, 소비 트렌드에 대비한 전략을 고민중”이라며 “신사업 발굴과 함께 불안해 하는 구성원의 정서 관리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회장(모니터안)이 지난 24일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회장(모니터안)이 지난 24일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력인 SK그룹도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원가·품질 경쟁력을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화분야의 경우 정제마진 하락과 원유 재고평가 손실이 늘어나면서 가동률을 조절하거나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협력사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우선 목표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24일 화상으로 진행한 ‘경영현안 점검회의’에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 등 생존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소외되는 조직·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정망을 갖추자”고 말했다.
 

“기민하게 대응”… 장기전 대비 나서

유화업종이 주력인 한화그룹과 GS그룹도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직접 타격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의 호텔·리조트 사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했다. 일부 시설은 이미 휴장에 들어갔다. 기존 사업계획을 재검토하고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다는 경영 판단도 이뤄졌다.  
 
한화그룹은 비용 절감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한편, 기존사업계획의 재검토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한화큐셀 진천 공장 모습.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은 비용 절감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한편, 기존사업계획의 재검토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한화큐셀 진천 공장 모습. 사진한화그룹

GS그룹 역시 유가 변동과 글로벌 경기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우선 순위를 정해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도 추진 중이다.
 
LG그룹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 경영계획을 가동하면서 계열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업구조 전환의 한 축인 중국 광저우 OLED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관건

삼성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잇단 가동중단이 타격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초기 타격은 경쟁업체에 비해 적은것으로 자체 진단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하락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 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초기 타격은 경쟁업체에 비해 적은것으로 자체 진단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하락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 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TV 조립라인을 일시 가동 중단했다. 앞서 슬로바키아 TV 생산시설도 가동을 멈췄다.  
 
‘현지생산-현지판매’ 체제가 구축된 삼성전자로선 생산이 중단된 시장에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게 걱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판매 휴대전화 일부를 베트남 공장에서 공급받는 건 이례적인 경우”라며 “물류비용, 요구사양 등을 고려해 국내 생산분을 해외에 수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림픽 파트너사인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 올림픽 연기로 ‘특수(特需)’ 실종이라는 변수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다. 온라인 판매 네트워크를 늘리고 공급망 관리(SCM) 강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요 전체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선 부품 매출 호조가 제품 매출 감소를 상쇄하면서 선전했지만 세계 경기 하락이 장기화하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많이 출시되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것을 안타까워 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출시한 신형 아반떼.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많이 출시되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것을 안타까워 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출시한 신형 아반떼. 사진 현대자동차

‘골든 사이클’ 뼈아픈 현대차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해 신차(新車) ‘골든 사이클’(경쟁력 있는 제품이 한꺼번에 출시되는 시기)을 기대했던 현대차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유럽·미국에 이어 브라질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는 국내 생산을 늘려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럽 주요 부품사들의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공급망 대란’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근심이 크다.  
 
현대차는 하반기 반등을 전제로 올해 매출 감소 폭을 10%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조-판매-전략 등 본부별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부품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가 타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하반기 증산으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가 타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하반기 증산으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전문가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미국·일본의 경쟁자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이 주효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센터장은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재고가 쌓이거나 판매촉진비(인센티브)가 늘면 5년 전처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온라인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산가격이 폭락했을 때 역발상의 투자로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위기를 기회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의 체질 개선을 주문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상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면서 새로운 시장 요구 등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단기적으론 유동성을 확보해 체력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세계 가치사슬(밸류체인)의 다변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삼성의 경우 반도체 가격, 현대차는 수요·공급 리스크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강기헌·김영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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