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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떠난 신지예 "N번방, 여성 공포 공감 못한 기성정치가 방조"

 
신 예비후보가 2018 서울시장 선거 후보 8번으로 출마했을 때의 포스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녹색당]

신 예비후보가 2018 서울시장 선거 후보 8번으로 출마했을 때의 포스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녹색당]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단발머리 20대 그리고 녹색.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강렬한 포스터 1장으로 ‘녹색당의 아이콘’ 으로 떠올랐던 신지예(30) 전 운영위원장이 지난 24일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간 20년 맞대결이 펼쳐지는 서대문 갑에 출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번엔 녹색이 아닌 옷을 입고 나선다. 신지예는 지난 21일 8년 간 몸 담아 온 녹색당을 떠났다. “부끄러운 위성정당 참여 명단에 녹색당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녹색당은 지난 16일 당원 투표 74%의 찬성으로 시민사회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정치개혁연합) 참여를 결정했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이 등장하자 스텝이 꼬인 채 발을 뺐다. 지난 24일 서울 연희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신 예비후보를 만났다.
  

"청년·여성 많은 서대문…20년동안 같은 선거"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나란히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성헌 당시 새누리당 후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후보등록 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 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서대문갑 지역구에 6번째로 동시에 출마한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나란히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성헌 당시 새누리당 후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후보등록 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 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서대문갑 지역구에 6번째로 동시에 출마한다. [중앙포토]

 
왜 연고도 없는 서대문인가
“대학이 많은 서대문갑엔 19~39세 청년‧여성 유권자가 많다. 그런데 20년째 우상호(58‧더불어민주당)vs이성헌(62‧미래통합당) 중에 하나를 찍는 선거를 강요당했다. 86세대와 거대 양당의 기득권과 맞서는 청년정치를 보여줄 수 있는 적지다. 2020년의 청년들은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지 않다.인물과 정책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전당원 투표로 내린 결정 뒤에 탈당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스른 것 아닌가.
“‘찬성 74%’는 부풀려진 의미부여다. 전체 당원 투표를 했지만, 투표율 겨우 절반이 넘는 반쪽짜리 투표다. 투표 자체를 거부한 사람도 많았다. 당 내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 최대한 의견 듣고 내부 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낸 하승수 변호사가 정개련을 만들면서 합류하라고 강하게 주장했고, 당 내에 ‘진짜 원내 진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욕망이 자라면서 '가능한지''정당한지' 따져보는 과정이 생략됐다.”
 
신지예 서대문갑 무소속 예비후보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 존엄사 법제화, '청년부채 20년 상환유예' 처럼 꼭 필요하고 간절하지만 민감해서 그간 정치가 다루지 못했던 이슈들을 과감히 말하는 청년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장진영 기자

신지예 서대문갑 무소속 예비후보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 존엄사 법제화, '청년부채 20년 상환유예' 처럼 꼭 필요하고 간절하지만 민감해서 그간 정치가 다루지 못했던 이슈들을 과감히 말하는 청년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장진영 기자

 
2월말 연합정당을 주장하던 ‘시대전환’ 창당대회에서 축사했다.
“(여러 의제 중심의 정당이 한 데 모이는) 플랫폼 정당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의 들러리'를 반대하는 거다. '시대전환’이 처음에 ‘소수정당을 모아 제3지대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해서 응원했다. 당시엔 시대전환 이원재 대표도 위성정당에 비판적이었는데 결국 더불어시민당에 갔더라. 힘들었나보다 싶지만 실망도 컸다."
 
민주당 위성정당들은 보수 과반 저지를 명분으로 삼는다.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 탄핵된 대통령을 낸 정당과 조국 사태를 만든 정당 둘이 나란히 위성 경쟁을 한 거다. 연합정당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위한 대응책이라지만 국민이 그 연합 내의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하는지도 알지도 못한 묻지마 투표를 해야하는 구조에선 선거연합이 정당화될 수 없다. 정책과 비전에 대한 협의 없이 투표용지 이야기 먼저 꺼낸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한 거다. 민주당이 진보진영을 대표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8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나도 녹색당에서 많이 컸지만 이제 녹색당이라는 정치 그릇은 수명이 다한 것 같다. 녹색당이 아니어도 녹색정치는 할 수 있다. 당을 해산해도 무방하지 않나 생각했다.”
 

"N번방, 정치권 소극적 대응으로 자라난 것"

지역구 출마인데 지역 공약이 없다.
"우상호·이성헌 후보 모두 '뉴타운' 공약 내걸었지만 나는 '뉴타운'을 약속드릴 수 없다. 지역구에 '도로짓겠다''뭐 만들겠다'가 전부인 정치가 한국 정치를 망쳤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대문구 내 노후 주거지역 골목길에 후미진 곳이 많다. 서울시 전체 2030의 민원 1등도 'CCTV 설치'다. 지역구 내 골목길 CCTV를 확충해, 모두의 귀갓길이 안전해지도록 돕겠다."
 
페미니스트가 보는 N번방 사건은
"조주빈과 N번방은 2030 여성의 공포를 '자기 일'로 체감하지 못하는 기성정치가 낳은 기현상이다. 여성계에선 4년 전부터 '음란물 소지'를 처벌하자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뒷짐을 졌다. '자기문제'라고 생각했으면 지난해 패스트트랙 사태때처럼 다 들어엎고라도 통과시키지 않았겠나"
  
'청년정치'…막연하다.
“청년이라는 것 자체가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다만 2030은 좌·우 프레임 말고 '해결책'을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 '제3지대'인 셈이다.반대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청년과 대화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나는 '비정규직의 정규화'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진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생각이지만 노동의 형태가 급변하는 걸 체감하는 2030들은 '그래. 한번 얘기해볼까'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녹색당’ 브랜드 파워 없이 ‘개인’ 신지예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표 받기 어려울 거란 건 안다. 되든 안 되든 다시 2030들을 모아서 청년‧여성 정치, 디지털 기반의 수평적인 정치를 꿈꿀 것이다. 저랑 비슷한 사람이 많이 나타날 때까지. 할일이 다 끝나면 그림책 작가로 살고 싶다”
 
김정연·하준호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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