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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적을 사랑하는 여인의 슬픔…오페라‘아이다’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21)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를 뒤덮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범유행을 선언하고, 세계 주요국들은 코로나 19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우리 모두 불안과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위로가 필요한 때인데, 여기 전쟁에서 이기고 장군과 군사들이 힘차게 행진하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베르디가 작곡한 ‘아이다’에서 아이다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였다가 패전 후 이집트 공주의 시녀가 된 처지. 그녀를 사랑하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그 장군을 사랑하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 이들 3인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집니다. 공주와 그의 시녀가 장군을 두고 삼각관계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지요. 허나 이 같은 극단적인 신분 차이로 인해 오페라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답니다.
 
막이 오르면 에티오피아가 다시 이집트를 공격하자 라다메스는 사령관이 되고자 합니다. 그는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사랑하는 아이다에게 에티오피아 왕위를 넘겨 주고 청혼을 하겠다며, 유명한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부릅니다. 서정적인 면과 드라마틱한 느낌을 표현해내야 하는 멋진 테너의 노래지요.
 
 
라다메스 앞에 암네리스와 아이다가 나타납니다. 암네리스는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눈빛에서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음을 느낍니다. 여자의 본능적인 촉이지요. 이들이 3중창을 부르는데, 암네리스의 직감에 라다메스의 긴장 그리고 아이다의 불안한 심정이 불러오는 긴장감이 절정에 이릅니다.
 
이집트 왕이 사령관으로 라다메스를 임명하며, 승리를 향해 달려가라고 전의를 북돋웁니다. 모두 승리를 기원하며 이기고 돌아오라며 경쾌한 행진곡풍으로 합창하며 장군을 배웅합니다.
 
합창을 같이 부르던 아이다는 자신을 질책합니다. 자신이 바로 에티오피아의 공주이고 아버지가 자신을 구하러 오고 있는데, 누구를 응원해야 한단 말인가?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녀의 심정이 애처롭습니다. 문득 신고전주의 회화의 대표작인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의 애달픈 장면이 떠오릅니다. 전투에 나서려고 칼을 든 용맹 같은 삼 형제가 아니라, 적군을 남편 또는 애인으로 둔 여인이 어쩌지도 못하고 흐느끼고만 있는 모습 말이에요.
 
다비드 작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사진 위키백과]

다비드 작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사진 위키백과]

 
라다메스가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이집트의 궁전에서는 암네리스와 아이다의 긴장이 고조됩니다. 암네리스는 아이다에게 동생으로 삼겠다는 등 온갖 배려를 하는 척하며 아이다의 마음을 떠본답니다. 아이다의 연인 상대를 캐묻던 그녀는 결국 라다메스가 전사했다는 거짓말에 아이다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는 모든 것을 알아챕니다.
 
이때 전쟁에서 승리한 라다메스의 군대가 개선합니다. 군중은 환호하고 이집트 왕은 라다메스를 자신의 사위로 맞이하여 딸과 함께 후계자로 삼겠다고 합니다. 이에 암네리스는 크게 기뻐하지만,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크게 낙망합니다. 과연 이집트의 후계자가 될 라다메스는 누구를 선택할까요?
 
야밤에 나일 강가에서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녀는 라다메스가 암네리스와 결혼한다면 강에 몸을 던질 각오로 그를 기다립니다. 아이다에게 이집트의 사막은 메마른 적지일 뿐 아니라 기댈 이 하나 없는 고립지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떠나온 고향 에티오피아의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을 추억합니다.
 
갑자기 그녀의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만날 것을 알고 침입한 그는 딸에게 조국의 재건을 위해 군사기밀을 빼내라고 합니다. 아이다는 라다메스를 배신할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면 딸도 아니라며 강하게 몰아붙이는 아버지에게 결국 아이다는 울면서 승낙합니다. 라다메스가 등장하자 암네리스를 질투하며 그를 퉁명스레 대꾸하던 아이다는 결국 부대 배치현황을 알아냅니다. 사랑에 배신당했지만, 그는 수비대가 나타나자 아이다를 도피시키고 스스로 체포된답니다.
 
오페라〈아이다〉, 베로나의 아레나 야외공연. [사진 Flickr]

오페라〈아이다〉, 베로나의 아레나 야외공연. [사진 Flickr]

 
라다메스에게 이적 행위로 생매장 극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공주는 그를 어떻게든 살려내려 애를 씁니다. 아이다는 멀리 도망갔으니 자신에게 마음을 돌리라고 말이지요. 허나, 그는 사랑을 지키며 명예롭게 죽겠다고 합니다. 시녀와의 경쟁에서 공주가 패한 것이지요.
 
이제 마무리입니다. 아래에는 처형장인 돌무덤, 위에는 신전입니다. 돌무덤의 문이 닫히고 라다메스가 어둠 속에서 아이다를 그리워하는데, 이게 웬일! 아이다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라다메스와 함께 죽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미리 무덤에 숨어들어왔던 거예요. 죽기 직전의 순간에 다시 만난 연인은 뜨겁게 포옹하며 영원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지상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그 사랑을 천상에서 이루자고 기도하며 아름답게 노래하지요. 이런 사실을 꿈에서도 상상 못 한 암네리스가 신전에서 라다메스를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무덤 속에서 그들의 숨소리가 서서히 꺼져가지요. 그들의 숨결을 덮으며 막이 내려집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방역과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전시에 준하는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고,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칭하면서 전시에나 필요한 법을 발동하겠다고 했답니다. 누가 뭐래도 이미 우리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이지요. 심각하지만 우리 모두 똘똘 뭉쳐 이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전쟁을 치르는 우리의 우울함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감격스러운 승리의 나팔이 울리는 ‘개선행진곡’을 들으며 힘내세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우리 모두 행진하자고요!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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