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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n번방 폭로한 20대들 "역겨웠던 그 방, 지인이 들어왔다"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설마 했어요. 텔레그램에 지인이 가입하면 알림이 떠요. n번방에 들어가려고 가입한 건 아니겠지 했는데…n번방 참가자 목록을 봤죠. 그 사람이 있었어요”

 

<제27회> n번방 최초 고발자 '추적단 불꽃'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드러낸 건 20대 대학생들 ‘추적단 불꽃’입니다. 두 사람은 작년 7월부터 100여개가 넘는 텔레그램 방에 잠입했습니다. 탐사보도 공모전에 나가려고 과제처럼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끈질기게 n번방을 쫓은 추적단 불꽃의 추적이 기성 언론의 보도, 경찰의 수사를 이끌어냈습니다. 결국 지난 25일 '박사' 조주빈(25)은 경찰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처음 n번방에 들어간 순간을 ‘불꽃’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한 사이트에 텔레그램방 링크가 있길래 눌렀어요. 그 순간 상상도 못 했던 끔찍한 영상들이 눈앞에 나타났어요.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닫았습니다. 몸이 너무 떨리고 놀랐죠”

 
25일 밀실팀과 인터뷰 중인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의 모습. 정유진 인턴

25일 밀실팀과 인터뷰 중인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의 모습. 정유진 인턴

‘n번방 사건’, 대체 무엇일까요?

 
가해자들은 어린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어 돈을 받고 텔레그램에 퍼뜨렸습니다. 피해자 상당수가 미성년자인데요. 가해자는 피해자들을 ‘노예’라 일컬으며 성착취물을 만들라 협박합니다. 피해자들이 n번방에 갇히게 된 경로는 다양합니다. 
 
보이스피싱이나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여성들을 유인하고요.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모두 파악해 “성착취물을 찍지 않으면 주변인에게 너의 노출사진을 유포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노예’라고 부르며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지난 25일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아직도 텔레그램의 n번방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수만명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n번방을 세상에 드러낸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주빈이 경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조주빈은 박사방에서 피해여성을 ‘오늘의 메뉴’라며 전시했어요. 그랬던 조주빈이 지난번 피의자 심문에서 어떻게든 얼굴이 나오지 않으려고 후드 뒤집어쓴 모습에 정말 화가 많이 났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모습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피해자들을 성착취할 때 지켜본 입장으로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지금 n번방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하루에 탈퇴하는 사람이 1000명이 넘어요. 와해되는 분위기예요. 그래도 배짱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 나가냐” “쟤들은 ‘진짜’가 아니네’ 하면서 조롱하기도 하죠. 보도가 나오니 추궁하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박사의 A 자료가 뭐야?” 라고 물으면 ‘너 기자냐?’ ‘왜 너만 몰라?”라고 무섭게 되물었죠.
 

n번방 가해자, 누구일까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추적단 불꽃이 확인한 것만 100여개에 달하는 성착취물 공유방. 이 방엔 수만명이 참여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n번방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추적단 불꽃은 "이들은 대부분 속칭 ‘루저’(패배자)"라고 설명하더군요. "성착취물을 공유하면서 피해 여성을 욕하고 희롱하면서 사회에서 채우지 못한 권력을 성착취물을 통해 얻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에 가담한 건 삐뚤어진 낙오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텔레그램에 가입한 사람을 알리는 알람이 떴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n번방 참여자 목록을 확인했습니다. 알고보니 불꽃의 지인도 있었습니다. 
 
추적단 불꽃은 고민에 빠졌지만, 그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n번방 가해자들의 위협과 신상털이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불꽃은 여전히 익명으로 활동합니다.
 

성착취물 영상방, '품평방' 따로

 추격단 불꽃이 속해있는 텔레그램방의 모습. 정유진 인턴

추격단 불꽃이 속해있는 텔레그램방의 모습. 정유진 인턴

성착취는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피해자를 위협해 만든 영상을 운영자가 있는 n번방에 올리면 방에 있던 참여자들은 다른 파생방에서 피해자를 ‘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n번방은 어떻게 운영됐나요.
=성착취물이 올라오는 n번방에서는 대화가 없어요. 수위에 따라 2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내고 들어가요. 그리고 ‘고담방’이 있어요. 여기서는 실시간으로 성착취물에 대해 그들만의 ‘품평회’를 열어요. 영상이 올라오면 캡쳐해서 여자의 신체를 부분부분 나눠서 평가하고요. “1번방에 쟤가 내 스타일인데, 같이 성폭행하러 가자”고 하는 식이에요.
 
지난해 n번방을 발견한 ‘불꽃’은 오랫동안 공론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또 다른 2차, 3차 피해를 당할까 봐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피해자의 신상에 위협을 가할까 봐 걱정했거든요. 시민단체에도 자문을 구하면서 한 달 동안 고민하며 기사를 썼어요. 이 사건이 공론화돼야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2차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가장 충격적이었던 기억은.
=성착취물 자체도 끔찍했지만, 영상을 대하는 가해자들의 태도에 경악했죠. 어느 날 침대에 여자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영상이 올라왔어요. 채팅방 참가자가 “얼굴 예뻐서 딱 내 스타일이네” “흥분된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고요. 아동성착취물이 올라온 날엔 잠도 못 잤습니다. 설명할 수 없이 흉악한 영상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n번방은 폐쇄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조주빈은 참가자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추적이 불가능하게 암호화폐를 받는 철저함을 보였고요. 방에 입장하기 위해선  참가 ‘미션’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잠입을 시도한 ‘불꽃’도 미션을 피하지 못했죠. 
 
어떤 절차를 거쳐 입장해야 했나요.
=방에 들어가려면 미션을 해야 해요. 저희에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텔레그램 방 관리자가 ‘계정 사진을 가슴이 큰 여자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설정하라’고 했어요. 저희는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들어간 편이에요. 다른 방에서는 ‘아동 성착취물 3개 업로드’를 조건으로 달았고, 라면 10개를 먹고 인증한 경우도 있어요.  
 

"이 세상에 피해자가 당해도 싼 범죄는 없다"

n번방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 중엔 ‘가해자에게 꼬여 영상을 만든 여성들도 잘못이 있다’는 비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약 2시간의 인터뷰 동안 차분한 목소리로 n번방의 실체를 이야기했던 ‘불꽃’도 피해자들에 대한 질문엔 잠시 말을 끊고 숨을 골랐습니다. 
 

“그런 댓글과 똑같은 말이 n번방에도 올라요. 피해자에게 ‘당할 만 했네’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n번방의 가해자들과 다를 게 없어요. '도덕성이 부족했다'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은 정말 멈추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피해자가 당해도 싼 범죄는 없으니까요.”

 
최연수·남궁민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추적단 불꽃의 추적기를 담은 영상이 금요일(27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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