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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압병상서 접한 뉴스 속 사망자 나이, 상태···내 아버지였다

코로나 19 확진자 경북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뉴스1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코로나 19 확진자 경북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뉴스1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두 번째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박모(51)씨는 지긋지긋한 음압병상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11일 숨진 4995번 환자(79)의 큰아들이다. 12일간의 사투 끝에 완치판정을 받고 19일 경북대병원 문을 나섰다. 그는 음압병상에서 뉴스를 보고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스스로 불효자라고 탄식했다. 
 

기저질환 없던 부친이 전신쇠약
여전히 부친 사망 믿기지 않아
"용기내면 완치 반드시 할 수 있어"

바깥 세상은 잔인했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던 아버지를 더는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부자(父子)의 연을 갈라놨다. 24일 대구에 있는 박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아버님께서 먼저 확진되셨는데.
“1층 사무실 위 건물 3층에 아버지가 살았다. 나와 아내가 매일 식사 등을 챙겼는데, 지난달 말쯤부터 ‘입맛이 없다’고 하시더라. 워낙 건강하셨다. 기저질환(지병)도 없으시고, 그러다 1일에 기력이 확 떨어졌다. ‘큰일 나겠다’ 싶어 얼른 구급차를 불렀다. 출동한 대원이 아버님 이마의 열을 재 보니 37.7도였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박씨 부친은 1일 발열·호흡곤란·전신 쇠약 증세로 대구 파티마병원으로 후송됐다. 하루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대구의 한 생활치료센터 모습. 코로나19 경증환자가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다. [사진 박모씨]

대구의 한 생활치료센터 모습. 코로나19 경증환자가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다. [사진 박모씨]

 
후송 때 모습이 마지막이었나. 
“나도 어느새 감염돼 있었나보다. (아버지 후송 날) 열이 38.1도였다. 면회는 제한됐다. 곁에서 모시지 못하니 너무 답답했다. 나도 양성 판정을 받았고, 7일 경증 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아내는 음성이었다.”
 
아버님 사망 소식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난) 과거 간암 치료를 받은 적 있다. 고혈압도 있고. 산소포화도(혈중 산소의 양을 나타내는 지수)가 80%대(80 이하로 떨어지면 위험)였다. 흉통은 없었는데 숨이 가빴다. 10일 경북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아버지 걱정을 하던 중 12일 휴대전화로 코로나19 사망자 기사를 보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대구 경북대병원 음압병상 모습. [사진 박모씨]

대구 경북대병원 음압병상 모습. [사진 박모씨]

 
어떤 부분에서 그랬나.
“나이와 확진 날짜, 환자 상태, 치료 중인 병원까지 같았다. 서둘러 막내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어제 돌아가셔서 오늘 명복공원에서 화장했다’고 하더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실감이 안 났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가족들이 내가 충격 받을까 봐 말을 안 한 것이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난 일반 음압 병상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건가.
“아버지를 여읜 충격에 상태가 악화했다. 중환자실에 가니 무서웠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의료진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날 치료했다. 하지만 혼수상태의 사람들, 소변줄, 기저귀 같은 패드, 주렁주렁 달린 링거 등 ‘완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주치의에게 ‘일반 병상으로 옮겨달라’고 호소했고, 숙고 끝에 받아들여졌다.”
대구 경북대병원 음압병상 모습. [사진 박모씨]

대구 경북대병원 음압병상 모습. [사진 박모씨]

 
박씨는 “마치 우주에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닐봉지에 싼 식사, 아침 8알·점심 5알 등 반복되는 한 움큼의 약…. 박씨는 용기를 잃지 않으려 밥도 약도 뭐든지 열심히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체중이 10㎏ 줄었다. 항생제가 암을 겪은 간도 괴롭혔다.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용기를 잃어서는 절대 안 된다. 버틸수록 몸 안의 바이러스는 줄어든다고 한다. 반감(半減)된 게 또 절반 줄고 또 줄고 하면 결국 이길 수 있다. 환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아버지께서 아마 많이 외로우셨을 것이다. 워낙 건강하셨는데…, 환하게 웃던 아버지를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대구 명복공원. [사진 명복공원 홈페이지]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대구 명복공원. [사진 명복공원 홈페이지]

 
퇴원 후 인사 드렸나.
“아직 선영에 모시지 못했다. 28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옆으로 모셔야 하는데, 장남인 내가 얼른 나아야 한다. 감염병 장례지침에 따라 바로 화장했다. 예를 다 갖추고 싶다. 현재 아버님 유골함은 모처에 보관 중이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질본을 방문해 격려했다. ‘칭찬’도 나왔다. 그동안 코로나 19 방역을 놓고 정치권과 심지어 정부조직 안에서도 자화자찬, 섣부른 예단이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그 기사를 보지 못했다. 퇴원 후에 봤다. 과거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 입장에서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국민에게 먹히느냐가 문제다. 특히 피해가 심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중환자실 신세까지 졌다. 개인적으로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뉴스1

 
박씨는 정부의 초기대응에 못내 아쉬워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 사례를 들었다. 실제 한국보다 하루 뒤인 1월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대만은 25일 현재 누적 확진자 216명, 사망자는 2명이다. 반면 한국은 누적 환자 9137명, 사망자 126명(25일 오후 7시 기준)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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