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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기 이름은 무엇일까... ‘대유동성위기’?

 ‘원조 닥터둠’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발행인은 한때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세 말기 작품인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를 걸어놓았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위기가 경제적 사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어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 그림을 배경화면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경제적 죽음 개인과 기업의 파산이다. 
 

[Crisis 스토리⑤]
크거나 고통스러운 위기 때마다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1929년 위기 때는 ‘공황’ 대신 ‘대공황’이 만들어졌다.
36년 위기를 대공황과 구분하기 위해 쓰인 ‘침체(Recession)’였다.
대침체(Great Recession)은 90년대 등장해 2008년 유행된 경우다.

시장이 위기 순간 패닉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경제적 죽음에 이를 수 있어서다. 그만큼 위기가 인간에게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방증이다. 충격은 새로운 이름을 낳기 마련이다. 위기 때마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부르지?’가 경제 학자와 저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관심사로 떠오른다.
 
JP모건 마코 콜라노비치 애널리스트가 만든 '대유동성위기'란 말이 부상하고 있다.

JP모건 마코 콜라노비치 애널리스트가 만든 '대유동성위기'란 말이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주가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추락했다. 특히 미국 뉴욕의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을 중심으로 극심한 돈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양적 완화(QE)를 장기간 지속한 뒤에 발생한 돈가뭄이라 도드라져 보인다.
 
그 바람에 ‘대유동성위기(Great Liquidity Crisis)’란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이 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등장했다. JP모건 수리금융분석가(퀀트)인 마코 콜라노비치가 2018년에 ‘대유동성위기’를 만들었다. 앞으로 사태 진행 양상에 따라 '대유동성위기'가 이번 위기의 이름으로 일반화될지 결정된다.
 

'대침체'는 90년대 만들어져 2008년 이후 널리 퍼졌다

 
콜라노비치는 당시 “양적 완화(QE)가 중단되면 금융회사간 단기자금 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를 염두에 둔 조어는 아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폴 크루그먼 교수가 1990년대 처음 '대침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폴 크루그먼 교수가 1990년대 처음 '대침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침체(Great Recession)'란 말이 지금은 2008년 위기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폴 크루그먼이 1999년 처음 사용한 말이다. 200년 사태가 이전 위기보다 충격이 커 크루그먼의 작품이 채택된 셈이다.
 
대유동성위기 외에 ‘대바이러스위기(Great Virus Crisis)’란 말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보다는 전염병 사태를 묘사하는 말로 적절해 보인다.
 

대공황은 정략적으로 만들어진 말이었다

‘공황(depression)’은 192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위기를 공황이라고 불렀다. ‘1907 공황’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민주당 공보책임자 찰스 미컬슨이 대공황 시기 미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경제실책를 강조하기 위해 '대공황'이란 말을 만들었다.

미국 민주당 공보책임자 찰스 미컬슨이 대공황 시기 미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경제실책를 강조하기 위해 '대공황'이란 말을 만들었다.

1929년 주가 대폭락이 오랜 관행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해 이후 발생한 경제 붕괴가 너무나 심각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찰스 미컬슨이 30년쯤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언론인 출신 민주당 공보담당이었다.
 
미컬슨은 32년 대선을 앞두고 상대 당 후보인 허버트 후버 당시 대통령의 경제 실책을 공격하기 위해 대공황이란 말을 만들었다. 학술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컸던 셈이다.
 

침체(Recession)는 대공황이란 말을 피하기 위해 쓰였다

미 경제는 33년 대공황 저점에 이른 뒤 회복했다. 하지만 3년 뒤인 36년부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가 버블 재연이 두려워 통화를 회수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미 경제가 다시 추락했다. 33년만큼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치솟지는 않았다. 미 금융 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은 2009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당시 이코노미스트들이 36년 침체를 대공황과 구분하기 위해 좀 더 부드러운 ‘침체(Recession)’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침체란 말은 집단 창작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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