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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여당에 깊은 실망과 분노…견제 못한 야당은 더 밉상”

‘영원한 책사’ 윤여준의 총선 전망

21대 총선을 놓고선 ‘코로나 선거’가 될 거란 전망이 많다. 외출을 삼가고 있는 고령층이 감염 우려에도 투표장으로 향할지, 투표율이 낮은 2030세대 투표율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지 등과 관련된 세대별 투표율이 관심사다. 가뜩이나 대면 선거운동이 위축된 데다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원내 1, 2당은 TV 토론 참석도 못 하는 ‘깜깜이 선거’다. 관심을 집중시킬 다른 방안도 마땅치 않다.
 

“거대 여야, 비례 위성정당 난장판
승패에만 매몰돼 분별력 잃은 탓
이런 정치 극복할 중도마저 없어
결국 여당 1당 구도는 계속될 듯”

그런 특수 사정을 감안해도 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은 여전히 후보 경쟁력이고, 공천이다. 지역 대결로만 치닫던 3김 시대 이후 공천을 망치고 선거에 이긴 정당은 없었다. ‘여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라던 4년 전 총선도 그랬다. 새누리당은 ‘진박 공천’ 폭풍 속에 1당을 내주고 몰락의 길로 갔다. 정당의 과거가 공천을 결정하지만 공천은 정당의 미래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4·15 총선을 3주 앞두고 여야 공천이 마무리됐다. 민심을 얻은 쪽은 어느 쪽이었을까. 역대 총선을 보면 물갈이 폭이 크고 외연 확대에 적극적인 쪽이 이겼다. 뽑아 놓고 곧바로 후회하는 유권자의 정치 불신이 커서다. 2000년 이회창 총재가 만든 한나라당 공천과 2016년 김종인 대표가 이끈 민주당 공천이 대표적이다. 이번 공천도 현역 교체율은 꽤 큰 폭이다. 민주당은 28%, 통합당은 44%에 달한다.
 
윤여준 전 의원이 ’많은 사람이 여당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보이지만 야당 역시 비호감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여야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정권 심판하자는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도 동시에 먹히는 기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여준 전 의원이 ’많은 사람이 여당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보이지만 야당 역시 비호감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여야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정권 심판하자는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도 동시에 먹히는 기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교체된 자리에 누가 들어갔는지도 중요하다. 민주당 교체는 비문 의원에 집중됐다. 대신 청와대 출신이 30명 가까이 공천받아 친문 색채가 강화됐다. 비례 위성정당이란 꼼수 싸움에 뛰어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스스로 짓밟았다. 통합당 교체는 전직 의원의 대거 재배치로 의미가 바랬고, ‘사천 논란’ 속에 공천이 번복되는 이전투구로 흘렀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회창 공천 모델을 배우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회창 공천의 ‘숨은 칼잡이’였던 윤여준 전 의원은 여야의 공천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2000년 한나라당 공천과 비교하면 충격파가 약하다.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야당은 대대적인 물갈이가 어렵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세력을 만들어 출마하면 선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6대 총선 때도 상징성이 강한 소수를 바꾸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김윤환·이기택 의원은 당의 양대 세력 수장이었다. 낙천 제안에 이회창 총재가 ‘당신 미쳤어?’라고 대꾸할 정도였다. 그래도 공천에 대한 국민 반응이 좋았고, 이 총재가 확실한 차기 대통령 주자여서 혼란이 조기에 수습됐다. 황교안 대표는 그런 카리스마가 없다. 비슷하게 바꾸는 건 어려웠을 거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여야 모두 막장으로 흘렀는데.
“난장판 맞다. 헌정사에 남는 수치스러운 일이고, 반드시 유권자 심판을 받을 거다. 승패에만 매몰된 나머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거대 여·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지만 그렇다고 중도 정당이 약진한 것도 아니다.
“중도를 지향한다는 분들이 꽤 있지만 실제론 중도 정당이 없어서 그렇다. 여도 야도 아닌 게 중도는 아니다. 여야를 극복하는 게 중도다. 세계사적 전환기다. 이렇게 심각한 정치·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갖고는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되겠다면 여기에 대한 고민을 내놔야 하는데 중도 역시 치고받기 싸움뿐이다. 그러니 중도 유권자는 선거가 임박해지면 거대 정당으로 흡수되거나 투표를 기권하게 된다.”
 
중도를 내세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어떤가.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고 비례대표전만 치르겠다는 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 제도적으로 막을 수야 없겠지만 총선에 참여할 거였으면 좀 더 일찍 귀국해 당을 꾸렸어야 했다. 20% 득표가 목표라고 하는데 어렵다고 본다. 비례대표만 낸 정당은 선거운동하는 데 제한이 많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전체적인 총선 결과는 어떻게 보나.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선 여러 시비가 있다. 그렇다 해도 추세를 보려면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6개월간 추이론 여야 간 지지율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당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더 밉상이란 단서 역시 항상 달고 다닌다. 통합당은 비호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총선에서 이기는 건 힘들다고 본다.”
 
민주당이 1당을 유지할 거란 뜻인가.
“격차가 크진 않을 테고, 민주당이 의석을 많이 뺏기겠지만 그래도 승리할 거라고 본다. 여론조사 추세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진 않다. 대통령 리더십은 국정 수행능력에서 나온다. 정책과 제도 관리, 외교와 인사관리 능력이 판단 요소다. 문 대통령은 합격점을 받을 만한 대목이 하나도 없다. 따지고 보면 취임 첫해에 무능한 정권이란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임기 절반이 지나가 버린 상황이다. 앞으론 매우 가파르고 험한 내리막길을 가야 할 거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탄핵도 포함될까.
“야당이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런 불행이 있으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다. 그에 앞서 자기들이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등장했는데 또 탄핵 얘기를 나오게 하면 어떻게 하나.”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그렇다는 건가.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가파르고 험한 길엔 변화가 없을 거다.”
 
그런데 민주당이 어떻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
“통합당이 비호감도를 털어내지 못했다. 당 이름 바꾼 것 외엔 변화가 없다. 탄핵당한 정치 세력을 정리하지 못했고, 그때의 총리를 당 대표로 뽑았다. 그러니 정권 심판하자는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이 먹히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된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나라가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과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보태 돌파하자는 쪽의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세력을 어느 정도 정리하지 않았나.
“꽤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탄핵을 정리했다고 국민들이 보지는 않을 거다. 그 정도도 안 바꿨다면 아마 선거를 치르지도 못했을 거다.”
 
황교안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 간의 종로 선거전은 결과가 어떨까.
“황 대표는 종로 선택이 너무 늦었다. 부담이 클 거다. 하지만 설사 진다 해도, 크게 지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지금의 정치적 위치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본다.”
 
통합당의 총선 승패 기준은 몇 석 정도일까.
“지역구 100석을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100석이 무너지면 현재 리더십을 유지하긴 어려울 거다.”
 
총선의 가장 큰 이슈를 뭐라고 보나.
“코로나 위기를 통해 드러난 문 대통령과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거기에 대한 평가다.” 
 
2012 대선 전엔 문재인 후보와 손잡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을 거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7년부터 공직에 몸담기 시작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청와대서 일했고 2000년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이회창의 장자방’으로 불렸다. 이후 오랫동안 보수 진영의 전략가이자 브레인으로 꼽혔지만 2012년 대선전에선 문재인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문재인 후보 TV 찬조연설에도 나섰다.
 
왜 그렇게 됐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보여준 모습에 실망해 언론을 통해 몇 번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시대와 충돌하는 리더십이어서 대통령이 되면 개인도 나라도 불행해질 거라고 했다. 대선이 끝난 뒤 가까운 의원들로부터 ‘이민 가셔야 할 것 같다’는 농담조 전화도 받았다. 그때 문 대통령을 잘 몰랐다. 연락을 받고 직접 만나 본 뒤 훨씬 민주적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문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요청받고 갔지만 아무런 역할을 받지 못했다. 문 후보는 거기에 대해 일체의 어떤 말도 없었다. 대선에 진 캠프는 해산됐다. 지난해 5월 ‘대통령과 사회원로 대화’ 때 12명 중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문 정권은 훨씬 민주적인가.
“촛불 시위가 문 정권에 요구한 건 민주적 가치 회복과 발전이다. 하지만 전 정부와 똑같다. 여전히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과 세력이 생겼고 집권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는 허수아비란 말을 듣는다. 여야 극한 대결 속에 국회는 마비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약속해 놓고 자기 지지자와 세력만 갖고 가겠다는 생각을 끝없이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최상연 논설위원, 정리=김서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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