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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의 열린 혁신과 코로나바이러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최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 것은 소수의 천재에 의한 것일까, 다수의 노력에 의한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시시한 답일 수 있지만, 정답은 “둘 다”이다. 인공지능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겨울’이라 불릴 정도로 외면받던 시기가 있었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십 년간 꾸준히 연구를 이어 왔다. 이들이 내놓은 비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가능하지 않았을 성싶다.
 

AI 발전, 협업 통한 열린 혁신 덕분
데이터 공개와 기술 공유가 핵심
코로나 확산 예측에도 AI 활용

하지만 그 성과가 그저 학문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에 쉽게 접근하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가 큰 역할을 했다.
 
다수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지식과 기술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많은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자신이 짠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공유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소스 코드 공유 사이트로는 ‘깃허브(Github)’가 유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8조 원을 주고 깃허브를 인수했다. 지식 공유의 힘을 높이 산 것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논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다. 이전까지 저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대학 도서관에 가거나 돈을 내야 받아 볼 수 있었다. 이제 논문 공유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논문을 무료로 받아 볼 수 있다. 논문에 실린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면 다시 소스 코드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다. 선순환 구조다.
 
많은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동기 부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경진대회를 통한 선의의 경쟁이 큰 역할을 했다. 잘 알려진 사례는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경진대회다. 넷플릭스는 2006년 자사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보다 10% 성능을 개선하는데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참가자가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제출하면 곧바로 순위표에 표시된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4만 개 이상의 팀이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이 여러 팀의 기술을 결합하면 성능이 나아진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여러 팀 간에 자발적 협업이 이어졌다. 협업의 결과 3년도 되지 않아 목표한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 분야에는 유달리 경진대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인공지능 경진대회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생겼다. 널리 활용되는 캐글(Kaggle) 사이트는 2010년 설립되어 2017년 구글에 인수되었다. 캐글에는 많은 연구 과제와 학습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어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는 보물 창고와 같다. 큰 상금이 걸려 있는 사례도 있지만, 상금이 없어도 유명한 경진대회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영예롭게 여겨진다.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조금이라도 성능을 개선하려 애쓰게 된다. 이렇게 다수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라 한다. 기업이나 연구소의 닫힌 울타리를 넘어 많은 이들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자는 취지이다.
 
열린 혁신 플랫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캐글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과제 2건이 등록되었다. 하나는 지역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통계를 이용해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4만4000여 건의 학술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그 예방, 확산 저지, 진단과 치료 등에 관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과제 선정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미국 백악관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굳이 캐글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여러 기업과 대학의 연구자가 데이터를 수집·공개하고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사를 살펴보면 공개된 데이터와 다수의 협업이 기술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검사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는 소식은 작은 위안이 된다. 다수의 헌신과 협업을 통해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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