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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더 나쁜 정치가 온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임장혁 기자·변호사

A사는 대놓고 위장 계열 B사를 차려 상장했고 C사는 껍데기만 있는 코스닥 상장 D사를 인수해 업종을 전환했다. 규제를 피해 중소기업의 영역을 빼앗거나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게 목표다. A사가 B사의 대표이사로 등기한 바지사장이 “내 회사”라고 우기자 A사는 대놓고 경영권을 빼앗은 뒤 “B사가 했던 공시는 모두 ‘허위’”라고 한다. C사는 D사에 연대보증을 서고 C사의 퇴직자가 D사의 임원이 됐지만 “D사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A사는 미래통합당, C사는 더불어민주당과 유사하다.
 
이런 사건이 기업에서 터지면 피해를 떠안은 주주들은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하고 소비자들도 A·C사 경영진의 도덕성부터 문제 삼았을 것이다. 제도 탓은 그 다음 문제다. 경영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착한’ 경영도 있고 ‘나쁜’ 경영도 있다는 걸 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선 “제도의 헛점”이라며 벌써 선거법 재개정론이 나오지만 다양한 의제 정당의 원내 진입과 협치와 연정의 문에 대못질을 한 것은 사람이다. 나쁜 정치인들이다.
 
노트북을 열며 3/25

노트북을 열며 3/25

20대 국회는 자타 공인의 ‘최악의 국회’였다. 법안 처리율(34.9%)도 역대 최저였지만 그나마도 상당수는 ‘아’를 ‘어’로 바꾸는 공해에 가까운 법안들이다. 토론이 필요했던 많은 의제들은 제멋대로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우리 삶을 파고들고 있다. 그 동전의 뒷면엔 셀 수도 없는 사상 최다의 고소·고발 건수가 새겨져 있다. 모두 국회가 나쁜 사람들로 가득차 생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21대 국회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은 누구를 왜 공천했는지 알지도 묻지도 못한 채 투표에 임해야될 처지다. 정당이나 후보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이나 정책을 따져 묻는 건 사치가 됐다.
 
여·야가 후보자 등록 3일 전인 23일까지 만든 지역구 및 비례후보 명단은 “여기 왜 있나” 싶은 이름들로 가득 메워졌다. 기소돼 재판을 앞둔 후보들이 즐비하고, 부동산 투기와 음주운전 이력이나 막말·거짓말 논란 등은 평범한 스펙이다. 무슨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없는 시민운동가, 그 정당과 왜 맞는지 알 수 없는 방송인, 누구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는지 검증되지 않은 법조인 등. 여·야가 ‘코로나19’이라는 우산 밑에서 벌인 분탕질의 결과다. 기대 밖 소득이 있다면 “싸움 좀 말라”는 국민적 여망이 일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의 흥행을 위한 포지티브 경쟁에 몰두한 결과 여·야는 서로 욕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탓하지 않는 그 침묵 사이로 더 나쁜 정치가 오고 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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