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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대지 말고 적극 돈 풀어야…위기 극복 뒤엔 기회 온다”

변양호 객원기자

경제위기는 계속 발생해 왔다.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르니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는 언제나 거짓이 됐다. 하지만 발생한 경제위기는 결국 모두 극복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심각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정말로 끔찍했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게 보였다. 모두 지옥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결국은 해결됐다.
 

취약계층 즉시 현금·쿠폰 지원하고
연기금은 채권·주식 순매수 유지를

항공·호텔·정유, 금융지원 서둘러야
우리 외환시장 불안해질 이유 없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야 근원적으로 끝나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결국 방역과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방역을 잘하면 그만큼 돈 쓸 이유가 없어진다. 우선 방역을 잘하고 나머지는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각국은 방역을 강화하면서 엄청난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방역과 돈의 문제라고 할 때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최고의 방역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재정은 어느 나라보다 건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방역을 잘할 수 있는 나라도 없고 우리보다 재정이 건전한 나라도 별로 없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은 매우 협조적이다.
 
문 대통령 얘기한 ‘긴급수혈’ 100조원 어디에 쓰이나

문 대통령 얘기한 ‘긴급수혈’ 100조원 어디에 쓰이나

우리나라가 이 사태를 제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헛발질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나라가 위기 극복에 가장 유리하다는 것은 미래 경쟁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결국 위기 후까지 살아남은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망 등 네트워크가 상당히 훼손될 것이지만 내상을 덜 입은 기업일수록 위기 후에 더 큰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가능하면 온전하게 그리고 많이 살아남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자체와 협의해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이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쿠폰 형태도 좋고 현금 형태도 좋다. 현재도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빨리 적시에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은 안 된다. 재정 건전성을 불필요하게 해치면 다음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그동안 복지성 지출을 너무 무계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번에도 그러면 안 된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업들의 신용경색을 풀어주려는 정부의 10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도 어제 발표됐는데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한국은행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우리 법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직접 매입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 준하는 역할, 즉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뒷돈을 대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인플레 위협이 거의 없는 만큼 더욱 그렇다. 연기금과 모든 금융기관이 채권과 주식 거래에서 순매수 원칙을 유지하게 유도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항공·호텔·정유 등 다른 나라들도 안정돼야 제대로 돌아가는 기업이 많다. 이들 중에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될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 계획에도 포함돼 있지만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거래은행과 함께 유동성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이 돈이다. 미적거리지 말고 써야 할 돈은 적극적으로 써야 성공할 수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넘어 위기 후에 우리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역을 잘하면 쓸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방역에 성공하면 식당·학원·대중교통·유원지 등 내수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신적인 건강도 좋아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감염원을 보다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환시장은 불안해질 이유가 없다.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600억 달러를 추가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은 상대적인 가격이다. 이번 위기에 우리가 제일 잘 대처할 수 있고 위기 후에도 우리 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면 원화가 약세가 될 이유가 없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재정 건전성, 방역능력 그리고 의료 수준을 볼 때 우리만큼 잘할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특히 정부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국민에게 이 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더 잘 극복할 수 있고 그러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변양호 전 국장
1954년 서울생. 국제금융국 주무과장인 국제금융과장과 최장수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외채 협상 실무를 맡았다. 2005년 공직에서 나와 토종 사모펀드 1호인 보고펀드를 설립했다.  

 
변양호 객원기자·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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