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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장관·사장님 릴레이 월급 반납에···월급쟁이들은 떤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이 3~6월 넉 달 간 반납한 월급 30%를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쓰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이 3~6월 넉 달 간 반납한 월급 30%를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쓰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장·차관 등 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월급 30% 반납'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사장·임원도 릴레이에 합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을 나누자는 취지다. 일각에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비유하며 민간기업 동참을 호소한다. 정부는 고위직 위주의 고통 분담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직원들은 임금 삭감 릴레이가 어느 선까지 내려올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①공무원 전체 임금 동결? 

정부가 시작한 '관제 운동'이다 보니 임금 반납 대상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직종은 공무원이다. 정부는 100만여명에 달하는 하위 직급 공무원의 월급 동결 등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내년도 임금 인상률이 동결될 가능성은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물가·경제성장률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한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수준(0.4%)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성장률 역시 -0.6%로 전망하는 기관(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있다. 이 같은 지표를 고려하면 임금 동결 가능성이 작지 않다. 공무원은 군인·경찰처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②공기업·대기업 직원은? 

공무원 다음으로 정부 시책에 발 맞춰야 하는 기관은 정부 지분이 있는 공기업이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고통 분담을 이유로 공기업 신입사원 임금 삭감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공기업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 많은 데다 이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기 때문에 쉽게 임금을 삭감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97조에 따르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해선 안 된다고 나와 있다. 근로시간·임금 등을 정해 놓은 기업의 취업규칙은 노사 간 단체협약(단협)에 어긋나선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 이 때문에 노사 간 협의를 무시하고 임금을 삭감하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민간기업 중에서도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 소속 노동자는 임금이 깎일 가능성이 작다. 다만 코로나 발 불황으로 매출 손실이 커져 경영상의 중대한 위기가 발생한 경우라면 노사 합의로 임금 삭감을 결의할 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이 줄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달 월급을 휴가 기간만큼인 33% 삭감하기로 했다.이스타항공도 지난달 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이 줄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달 월급을 휴가 기간만큼인 33% 삭감하기로 했다.이스타항공도 지난달 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뉴스1.

③취약층만 삭감되는 역설?  

가장 취약한 곳은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 소속 근로자다. 정부의 월급 반납 운동이 이들 사업장 근로자까지 겨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세 사업장은 최근 매출 감소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노조가 없으면 노사 간 단체협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대항력이 약한 개별 근로자는 회사가 임금 삭감 방침을 밝히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월급 반납보다 소비 권해야" 

전문가들은 민간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지금 상황에선 월급 반납보다 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지금은 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 여력을 늘려야 할 상황"이라며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월급 반납은 고위층에서 머물러야지 사회적 운동처럼 확산해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월급 반납 움직임은 정부·여당이 솔선수범하고 있으니 대기업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법인세율 인상 등으로 기업을 압박하면 임금·배당금 지급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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