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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검거 알려진 그날도 왔다 "하루 50만원 영상알바 할래?"

22일 여성 A씨가 라인 메신저로 온라인 영상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2일 여성 A씨가 라인 메신저로 온라인 영상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온라인 플레이로…첫날부터 50만원씩 페이 드릴게요.”
“사진이나 영상으로 노는 거예요.”
 
22일 오전 여성 A씨는 라인 메신저로 이 같은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최근 사회문제화 하고 있는 ‘n번방’ 성 착취 범죄와 수법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혹여 상대방(남성 추정)이 신상정보와 신체 일부 사진·영상을 받아낸 뒤 협박을 통해 수위 높은 음란물을 찍게 하고 유포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A씨는 “n번방 범죄에 당할 뻔한 거 같아 소름이 돋는다”며 “나는 제안을 바로 거절했지만, 나이 어리고 돈이 급하면 혹하고 걸려들기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n번방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메신저 성 착취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 모(26·별명 박사) 씨가 덜미를 잡혔지만,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텔레그램→디스코드→?

최근 “조씨 등이 서울지방경찰청에 검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범죄는 더욱 음성화하는 추세로 파악된다. 원래 텔레그램 메신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단체 ResET(리셋)은 중앙일보에 “지난해 11월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조씨 검거 발표일(이달 18일) 직전까지 디스코드 메신저로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됐다”며 “최대 112개 채널, 참가자 30만 명가량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18일 조씨 검거 소식과 함께 ‘디스코드로 수사망이 확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디스코드에서도 탈출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112개 채널 중 80개가 사라졌고, 30만 명가량 중 20만 명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n번방 범죄를 저지르다 잘못을 뉘우치고 수사기관에 협력하고 있다는 김재수(가명)씨는 “라인 단체방, 트위터 등에서 계속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조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조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여전 “영상 방 관심 있나”

원조 메신저격인 텔레그램에선 범죄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비슷한 유형의 범행이 자행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대신 가입 절차가 강화된 분위기다. 기자가 김씨의 도움을 받아 ‘자료판매♥’ 방에 들어가니 한 참여자로부터 “자료 구매에 관심이 있느냐”는 메시지가 왔다. 문화상품권으로 입장료를 지불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별도의 방으로 초대해주겠다는 설명이었다. 가격은 VIP방 5만원, 블랙방 7만원이었다. 블랙방이 더 비싼 건 동영상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22일 텔레그램에서 기자에게 새로운 성 착취물 공유방(추정)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22일 텔레그램에서 기자에게 새로운 성 착취물 공유방(추정)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대피소방, 보안가이드방, 텔레포트방…

이 밖에도 강화된 단속망을 피해 대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피소’ 방, 경찰 수사를 받을 때 대응 요령을 안내하는 ‘보안 가이드’ 방, 쉴새 없이 생성됐다 사라졌다 하는 수많은 방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텔레포트’ 방 등이 활동 중이다.
 
상황이 이러니 더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씨 등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원이 2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는 단일 청원 기준 역대 최다 동의다. 이 밖에도 “n번방 등에 돈을 내고 들어간 참여자 26만명(중복 인원 포함 시민단체 추정)을 다 처벌해달라” “처벌을 강력히 해달라” “관련 법을 강화해달라” 등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 수사 대비 요령을 안내하는 보안가이드방. 김민중 기자.

경찰 수사 대비 요령을 안내하는 보안가이드방. 김민중 기자.

경찰 "성 착취 영상 갖고만 있어도 범죄 방조범 가능"

경찰은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경찰은 n번방 범죄의 시초격인 ‘갓갓’ 등 잔당을 검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갓갓’에 대해서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경찰은 또 주범들에게 돈을 내고 방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성 착취물을 다른 곳으로 퍼나르면 처벌 대상이다. 미성년자를 이용한 성 착취물일 경우엔 소지만 해도 불법이다. 경찰은 “성인 여성 성 착취 영상을 소지만 했을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범죄 방조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회원 전원 조사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운영자뿐만 아니라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영상물 원천 삭제와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조사팀 구성을 원한다고도 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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