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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37.3%에도 버틴다…‘코스피 방위대’ 된 개미의 눈물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5)씨는 약세장으로 접어든 증시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그는 2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식 380주를 주당 5만700원에 샀다. 당시에는 전고점(1월20일 6만2400원)에서 18.7%나 떨어졌고,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주가 5만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일 4만2500원까지 내려가면서 11일 만에 311만원의 손해를 봤다. 김씨는 “한국시간으로 밤 10시30분에 개장하는 미국 증시를 매일 확인하는데, 급락했다는 소식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손해를 보고서라도 주식을 팔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15조 팔때 개인 17조 매수
대출 받아 주식 투자 2030도 급증
코로나 ‘동학개미운동’ 신조어도
삼성전자 7조 가장 많이 사들여
두달째 수익률 곤두박질 한숨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이를 투자 기회로 삼는 개미(개인투자자. 이하 개인)들의 ‘사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이달 23일까지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7조2975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15조4944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매물을 개인이 받아내는 모양새다.
 
증시에 새롭게 뛰어드는 개인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활동계좌 수 증가 폭은 ▶1월 20만8000개 ▶2월 34만3000개 ▶3월은 19일까지 42만7800개로 급증세다. 지난해 활동계좌가 1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월평균 19만4600개씩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최근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평소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투자 성적표는 머쓱한 수준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날까지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1월20일~3월20일)은 평균 37.3% 하락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18.3%)의 2배를 넘는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도 34.1% 하락했다.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면 하락하고, 개인은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

코스피

최근 증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연령층은 2030이다. 이들은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 개미운동’ ‘코로나 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개인 순매수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시청역 인근 S증권사의 창구 직원은 “객장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는 젊은 층이 부쩍 늘었다”며 “지점에서 처리하는 게 한계가 있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2년 전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열풍을 경험한 젊은 층이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기에는 종잣돈이 부족한 젊은 층들이 대안으로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꽂힌 종목은 ‘삼성전자’다.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으로, 1월20일부터 3월23일까지 총 7조242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위는 삼성전자 우선주(1조4031억원)로 둘을 합치면 3위인 SK하이닉스(8512억원) 순매수 규모의 10배를 넘는다.
 
여기에는 액면분할 이후 소액으로도 매매가 가능해져서 접근하기 쉬워진 데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간판기업인 만큼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작용했다.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가장 먼저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했다가 제자리를 찾는 것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며 “비유하자면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는 심정으로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확실성 높아 빚내서 투자는 위험 … 정부 오늘 27조 금융대책 발표
 
그러나 개인이 9214억원을 사들인 23일에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3.69포인트(5.34%) 하락한 1482.46에 마감하며 다시 15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의 코로나19확진자 수 증가와 관련 부양정책이 의회를 통화하지 못한 영향이다. 지난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따른 급등세 대부분을 반납했다.
 
비상금을 주식으로 돌리거나,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각종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지금은 손절매가 진리인가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강제 존버(끝까지 버티기)에 돌입한다”, “코스피 1900에 들어간 친구를 보며 위안 삼고 있다” 등 침통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세계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아서다.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를 외쳤던 증권가에서 최근 1년 만에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하는 보고서가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해당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신용·미수거래에 나선 개인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단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악재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증시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확률이 높다”며 “굳이 투자하겠다면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가 가능한 사람들만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각각 10조원 규모의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포함한 총 27조원 안팎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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