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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대작 '사냥의 시간' 코로나에 밀려 넷플릭스 직행…국제 소송 우려도

'파수꾼'(2011)의 윤성현 감독, 배우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뭉치고 안재홍, 최우식이 가세한 영화 '사냥의 시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파수꾼'(2011)의 윤성현 감독, 배우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뭉치고 안재홍, 최우식이 가세한 영화 '사냥의 시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총제작비 100억 원대 대작 영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이제훈‧안재홍·최우식 주연 SF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다음 달 10일 190여 개국에 단독 공개된다.  

넷플릭스, 코로나 피해 지원 1억 달러 책정
이미 계약한 해외 배급사와 국제 소송 우려

 

'사냥의 시간', '킹덤' 이어 K파워 입증할까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첫 상영에 이어 같은 달 26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일을 잠정 연기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23일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바이러스의 위험이 계속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관객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킹덤’ ‘기생충’ 등 최근 한국 콘텐트에 쏠린 관심도 이번 계약에 한몫했다. 넷플릭스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다양한 포맷과 장르의 한국 콘텐트가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사냥의 시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넷플릭스, 코로나 피해 지원 기금 1억달러 조성 

조선판 좀비액션 '킹덤' 시즌2는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시즌1에 이어 국내외 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 19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시청 증가에 한 몫했다. [사진 넷플릭스]

조선판 좀비액션 '킹덤' 시즌2는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시즌1에 이어 국내외 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 19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시청 증가에 한 몫했다. [사진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해 신인 감독상을 휩쓴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다. 순제작비가 90억원, 마케팅 비용을 더한 총제작비는 100억 원이 넘는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300만 명 선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리틀빅픽쳐스가 먼저 좋은 제안을 줬고 우수한 콘텐트에 투자한다는 넷플릭스 기조에 따라 검토 끝에 같이 가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영화 ‘페르소나’도 ‘미스틱’(윤종신의 엔터테인먼트사)이 제작한 것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구매한 케이스지만, 이런 (대작 규모의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직행한) 사례는 처음”이라 했다. 이번 ‘사냥의 시간’과의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최고 콘텐트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가 지난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맞은 “창작자 및 전 세계 영화‧TV 산업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겠다”며 1억 달러(약 1270억원) 기금 조성을 선언한 바 있다. 향후 다른 한국영화도 이런 사례가 발생할까. 이 관계자는 “이번 ‘사냥의 시간’도 원래 계획에 없던 영화여서 향후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23일 현재 CJ‧롯데‧쇼박스‧메가박스·NEW 등 대형 투자‧배급사 중엔 넷플릭스 등 OTT 직행을 고려 중인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며 개봉 시기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총제 100억대 대작 넷플릭스 직행 이면엔 

지난달 22일(독일 현지 시간)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사냥의 시간' 배우 박정민, 안재홍, 이제훈, 박해수가 취재 열기에 응하고 있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지난달 22일(독일 현지 시간)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사냥의 시간' 배우 박정민, 안재홍, 이제훈, 박해수가 취재 열기에 응하고 있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에 ‘사냥의 시간’을 제안한 건 이달 초다. 권지원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베를린영화제 상영 후 개봉을 닷새 앞두고 개봉 연기 결정을 내렸는데 이미 광고·마케팅비용 25억 원 정도가 집행된 상황이었다”면서 “3월 안엔 사태가 풀리겠지 했지만 오히려 심해지는 상황이라 개봉하면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봉을 늦추면 13억~15억원 추가 비용이 드는 데다 밀린 영화들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경쟁상황이 치열할 것 같았다”고 넷플릭스행 판단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우리 같은 중소배급사는  손실이 심해지면 회사 존폐위기가 올 수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수입은 전년 대비 70~80% 하락했다. 현재는 매출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면서“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사, 제작사, 감독 등에 동의받아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냥의 시간' 일방적 계약 해지? 국제소송 잡음 

'기생충'의 배우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단독 공개되면서 '옥자'에 이어 두 번째 넷플릭스 영화에 출연한 셈이 됐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기생충'의 배우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단독 공개되면서 '옥자'에 이어 두 번째 넷플릭스 영화에 출연한 셈이 됐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하지만 이번 넷플릭스행 이면엔 잡음도 들린다. ‘사냥의 시간’은 이미 지난해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판다와 계약을 맺고 해외 배급 및 영화제 출품 등을 진행하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콘텐츠판다 측은 23일 중앙일보에 “리틀빅픽쳐스가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면서 “콘텐츠판다는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성사시켰고 현재까지 해외 약 30여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둔 상황이어서 매우 당황스럽다. 국제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3월 관객 수 작년 6분의 1 수준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해온 극장 관객 수는 지난주부턴 평일 하루 3만, 주말 하루 6만 명대로 추락했다. 올 3월 들어 22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146만 명으로 전년 동기 1004만 명의 14%에 불과하다.  

 
대다수 상업영화의 개봉 연기, 제작 중단이 잇따르면서 볼 영화가 없어 관객이 더 찾지 않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이에 그린나래미디어‧더쿱‧영화사진진 등 중소 규모 영화수입배급사 14곳이 모인 영화수입배급협회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 및 취소된 신작 13편을 모아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이란 기획전 형태로 소규모 개봉에 나섰다.
 

찾아주는 관객 위해 신작 기획전 

14개 영화수입배급사가 미개봉작 10여편을 선보이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에서 26일부터 상영되는 프랑스 영화 '그 누구도 아닌'. 최근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4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배우 아델 하에넬(사진)이 주연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14개 영화수입배급사가 미개봉작 10여편을 선보이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에서 26일부터 상영되는 프랑스 영화 '그 누구도 아닌'. 최근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4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배우 아델 하에넬(사진)이 주연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19일 전설적인 재즈 레이블을 다룬 다큐멘터리 ‘슈윙! 블루 노트 레코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26일엔 최근 이례적인 흥행을 거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주연 아델 하에넬 새 영화 ‘그 누구도 아닌’이 선보인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많건 적건 여전히 영화를 보러 찾아주는 관객이 존재하는데 대다수 한국(상업)영화가 개봉을 연기하며 영화관이 재개봉작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영화계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고민에서 마련했다”고 했다.
 
독립영화계도 고민에 빠졌다. 서울 종로의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에 따르면 “그나마 기존 개봉 예정작이 있던 3월까지와 다르게 4월엔 아예 영화가 없다. 아직까진 확인된 개봉 예정작이 박석영 감독의 ‘바람의 언덕’ 한 편뿐”이라고 한다.
 
원 관장은 그럼에도 “많은 전용관이 휴관에 돌입한 상황에서 인디스페이스가 생존하는 게 독립영화 유통배급구조가 붕괴하지 않는 데 기여하는 바라 생각한다”면서 대형 멀티플렉스 못지않게 인디스페이스도 전체 좌석 중 절반만 판매하고, 모든 입장 관객에게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재는 등 안전한 관람 환경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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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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