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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패닉에서 위기까지는 멀었다…막을 기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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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염사태가 곧 경제위기는 아니다.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의 방아쇠”라고 말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는 방아쇠였다. 그해 1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표면화했다. 이는 이후 잠복해 있던 시한폭탄들을 터트렸고 이듬해인 2008년 9월 경제위기로 비화했다.  

[Crisis 스토리②]
패닉에서 위기까지 6개월 이상 시간차가 있었다.
금융회사간 자금난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시작됐다.
다음 단계는 기업의 부도사태, 이미 조건은 갖춰졌다.
정부가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위기 막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파격적인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파격적인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실 방아쇠가 당겨진 이후 본격적인 위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위기의 역사였다. 『금융투기의 역사』의 지은이인 에드워드 챈슬러는 2009년 지은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1929년 10월 주가 대폭락을 대공황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사실 대공황은 이듬해인 1930년 6월에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해 10월 추락한 주가는 급락과 반등을 반년 가까이 이어갔다. 심지어 30년 봄에는 폭락 직전의 70% 수준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위기는 진정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30년 하반기 실물 경제가 주저앉기 시작했다. 33년 실업률이 20%를 웃돌며 대공황이 정점에 이르렀다.
 

돈가뭄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중이었다

금융위기의 석학인 고(故) 찰스 킨들버거 전 MIT대 교수는 『광기, 패닉, 붕괴』 등 저서에서 “위기는 여러 가지 방아쇠에 의해 시작돼 시장패닉과돈가뭄(신용경색) 단계를 거쳐 신용위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근 주가 추락은 위기로 가는 긴 여정의 시작이다.  
 
미국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선 지난해 말쯤부터 돈가뭄이 시작됐다. 그 바람에 하루짜리 RP금리(%)가 이상 급등했다.

미국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선 지난해 말쯤부터 돈가뭄이 시작됐다. 그 바람에 하루짜리 RP금리(%)가 이상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주가 추락과 돈가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움직인다. 29년 대공황 직전 월가의 증권사들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렸다. 주식담보을 담보로 대출해준 돈을 긴급 회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코로나 사태 직전에도 비슷한 돈가뭄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갑자기 미국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금리가 치솟았다. 이 시장은 시중은행 등의 급전 조달 창구다. 달러의 신용창출(money creation)이 시작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긴급 수혈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까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패닉이 발생했다. 이달 15일 하루에만 5000억 달러를 RP시장에 투입했다. 이는 양적 완화(QE)와는 별개의 자금 투하다.
 
 

유동성 위기 다음은 기업의 부도위기다

금융회사간돈가뭄의 다음 단계는 기업 부도위기다. 사실 부도사태 조건은 갖춰져 있다. 씨티그룹 매튜 킹 채권분석 전문가 등은 지난해 회사채 거품을 경고했다.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과 터키 등의 기업들이 저금리에 취해 달러화와 자금을 마구 끌어다 썼다.
 
우량 기업만 막대한 돈을 빌려쓴 게 아니다. 투자부적격 회사채(정크본드)가 2015년 이후 급증했다. 정크본드를 많이 발행한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미국 셰일업체들이다.  
 
지난주 파월은 파격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보유한 자산마저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금융회사간돈가뭄이 더 악화해 회사채 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정크본드가 파생상품 제조과정을 거쳐 변종 증권으로 탈바꿈돼 있다”며 “발행기업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변종증권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중간차단은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결단이다

패닉과 위기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점은 곧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면 중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의 역사를 보면 패닉 직후 중앙은행가나 재정정책 담당자가 중간 차단에 실패한 경우가 종종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생전에 "Fed가 대응을 잘못해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생전에 "Fed가 대응을 잘못해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2008년 9월15일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직전인 주말인 13~14일 이틀 동안 헨리 폴슨 당시 미 재무장관 등이 리먼의 3자 인수를 추진했다. 월가 원매자는 리먼의 부채에 대한 정부 보증을 인수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폴슨은시중은행만에만 구제금융을 주도록 한 법을 개정하도록 의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보증을 거부했다. 결국 리먼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위기가 본격화했다.
 
29년 10월 주가 추락 직후에도 차단하지 못했다. 주가가 추락 이후 서서히 오르자 Fed가 돈을 죄었다. 직전의 거품이 재연될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이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고 밀턴 프리드먼이 생전에 “Fed의 정책 실패가 대공황을 야기했다”고 비판한 이유다. 두 사건 모두 모두 통화와 재정 정책 담당자가 기존 원칙이나 패러다임을 따르다 패닉이 위기로 번진 사례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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