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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보다 배고픔 더 절실“ 무료 급식소선 사회적 거리는 사치

17일 서울 탑골공원의 한 무료급식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홍범 기자

17일 서울 탑골공원의 한 무료급식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홍범 기자

16일 서울 노량진의 한 한식당. 지하에 위치하며 뷔페식 한식을 제공하는 이 식당은 공무원 수험생들이 ‘월식’(한달치 밥값을 미리 계산하는 것)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실이 알려진 후 며칠이 지나지 않은 때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거 각별히 “세심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에도 20여명이 넘는 수험생들은 서로 간 거리가 30cm도 되지 않는 이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기자가 “밀접한 환경에 코로나19 감염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수험생 강모(30)씨는 “불안함을 느낄 수도 없는 게 고시식당의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며 “일반 식당에서 먹으면 식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30)씨도 “고시식당 뷔페에서 음식을 덜어 담을 때 대화하는 사람이나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불안하긴 하다”며 “먹고 살려면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평균 식사 시간은 10분이 넘지 않았다. 계속 다른 수험생들이 들어와 식당의 빈자리를 채웠다. 
 

"두려움보다 배고픔이 더 절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좁은 공간에서 엉켜야 하고, 먹을 것을 주는 곳을 직접 찾아가 줄을 서기도 해야 한다. 17일 오후 12시쯤 서울 종각 근처 탑골공원에는 사회복지기관이 나눠주는 간식을 받기 위해 3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복지기관이 ‘1m 거리 띄우기’를 공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보다 배고픔이 더 절실하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식사 배급을 중단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그리워했고, 중단했다고 하는데도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기관이 실시한 무료급식소에서도 준비한 250인분의 주먹밥이 금세 동났다. 노숙자 김모씨는 “코로나19로 각종 급식소들이 다 문을 닫고 밥 주는 곳이 없어지다 보니 갈 곳이 없다”며 “제일 불편한 것은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관의 관계자도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감염 위험도 높고, 봉사자들도 걸릴 위험이 있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이게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거주자 "포기하고 살아야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텐트촌(왼쪽)과 서울 동자동 쪽방촌(오른쪽)의 모습. 텐트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김홍범 기자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텐트촌(왼쪽)과 서울 동자동 쪽방촌(오른쪽)의 모습. 텐트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김홍범 기자

고시원이나 쪽방촌·텐트촌 등 좁고 밀집돼 있는 주거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마스크 구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서울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는 최모(28)씨는 “공용 주방과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해서 소독제를 들고 매번 변기를 닦고 볼일을 본다”며 “고시원에서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고시원은 한 층에 방 20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원래도 쓰레기와 주거용 텐트가 뒤섞여 있어 위생 대책이 필요한 서울 용산구의 텐트촌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더욱 취약하다. 텐트 거주자 대부분이 씻거나 물을 얻기 위해 용산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단감염은 물론 다른 지역으로 더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마저 있다. 집과 방이 완전히 밀착해 있는 서울 동자동의 쪽방촌도 마찬가지다. 동자동의 한 주민은 “코로나19가 유행하면 크게 번질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면서도 “쪽방촌 사람들이다 보니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약자에겐 "사회적 배제"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자에게 더 ‘족쇄’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산층에게는 심지어 ‘재충전의 기회’로까지 여겨지는데, 약자층에게는 ‘사회적 배제’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제는 뭔가를 피하고 없애고 할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집에 하루 종일 머무르고 영양 상태 악화되면 우울증이나 자살도 늘어날 것”이라며 “감염 예방을 위한 강조도 중요하지만, 예방 수칙을 지키면서도 예외적으로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들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연·김홍범·남수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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