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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과감한 경제정책 펴게, 당분간 감사 면책하자”

지난 11일 난데없이 경제 수장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를 두고 여당과 정부 사이에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휘청이는 상황에서다. 
 

정치에 끌려가는 경제 컨트롤타워
시장이 요구하는 정책 못 내놓고
상품권·소비세 ‘재탕 대책’ 지적도

“방역정책 질병전문가에 맡겼듯
경제정책도 전문가에게 힘줘야”

대통령이 나서서 봉합했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시장 신뢰에는 또 금이 갔다. 외환위기 때의 이헌재(전 부총리)나 금융위기 때의 강만수(전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확실한 '해결사'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발표한 정책마저 현장을 겉돌면서 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다 죽을 판인데 정부는 뭐하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당·청 주문 쫓기 바쁜 ‘경제 컨트롤타워’

 
무엇보다 '컨트롤 타워'가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재부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재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기재부는 청와대 및 여권의 주문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민이 마스크를 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장·차관이 직접 현장을 챙기라”는 지시를 한 이후 기재부는 '마스크 전담 부서'가 됐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이 정점이었다. 부총리는 당일 경기도 안성 소재 마스크 생산업체 방문 등 대부분의 일정을 마스크에 할애했다. 그날은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국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마스크 대책 브리핑을 하느라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떠밀리듯 만들다 보니 그나마 만든 대책도 내용이 부실했다. 여당의 요구(2월 23일)와 문 대통령의 검토 지시(2월 24일)에 떠밀려 만든 ‘코로나 19 추경’이 대표적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재탕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현금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현금성 지원 대상이 연인원 1200만명에 이르는데,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현금성 지원에 나서는 중복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 진작 대책인 지역사랑상품권은 정작 피해가 가장 큰 대구에는 없는 상품권이다. 익명을 원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이 신속한 대책을 요구한 상황에서 일단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차 추경, 재난기본소득 논의도 다음달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선제적 대응은 뒤로 밀린다.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할 '증권시장안정기금'의 구체적 규모와 시행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물 경제가 추락하면서 곧 뒤따를 회사채 부실 사태에 대한 대책 역시 시급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랏돈을 퍼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권에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현장에 필요한 정책이 적시에 나오지 못하고, 뒷북 정책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요구에 둔감, 뒷북 일쑤

발등의 불은 이미 내놓은 대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대책의 규모는 지금까지 8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기업이나 상인은 대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공무원은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 집행 부처의 한 공무원은 "재량권을 발휘해 특단의 조치를 했을 때 나중에 책임 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내놓은 정책이 향후 문제가 돼 감사원의 감사나 국회 등에서 문제로 삼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 업무를 한 실무자들은 다음 정부에서 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19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19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무원이 전례를 뛰어넘는 일을 내놓으려고 해도 감사원의 감사, 추후 국회 및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 부담 탓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감사 면책과 같은 조치를 시행해 이런 부담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정책을 챙기는 건 현 시국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방역 정책을 질병 전문가한테 맡겼듯, 경제 정책도 경제 전문가 그룹에 맡기고, 대통령은 교통정리를 하는 역할을 해줘야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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