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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집서 여야 숟가락 싸움 그만, 기업 도산 방지 나서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초유의 국가경제 비상에도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에 매몰돼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비례정당 싸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내세워 각각 비례대표 공천에 전례 없는 내홍을 겪고 있다. 22일 중앙일보 취재팀이 통화한 정치·경제학자들은 “집에 불이 나 타고 있는데 그 안에서 숟가락 갖고 싸우고 있다”(손호철 서강대 교수) 등 지적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국민 관심이 떨어진 틈을 타 여야가 ‘이때다’ 하고 비례정당에 접근했다”(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비판도 나왔다.

위기 극복 행보와 거리 먼 정치권
비례정당에 의원 꿔주기 골몰
총선 앞두고 단발 대책만 궁리
갈라치기 대신 통합 리더십 필요

 
◇말로만 “위기”, “침체”=문재인 대통령이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을 선포한 지난 17일 상황이 단적인 예다. 이날 오전 여야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각각 “전세계 경제가 급전직하하고 있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코로나발 장기침체가 우려된다”(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며 앞다퉈 경제위기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양당 대표 동선은 위기극복과 행보와 거리가 멀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례정당행 ‘의원 파견’ 필요성과 맞물려 초·재선 불출마 의원들과 오찬을 했고, 전날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 명단에 격노했다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를 공개 압박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총선을 연기하겠다는 각오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때에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원 꿔주기’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母)정당-위성정당 간 분란을 겪는 통합당도, 그럴 듯하게 비례 위성정당 ‘포장’을 한 민주당도 코로나19 뒤에 숨어 여론의 채찍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이렇게 싸워야 할 때가 당연히 아니다.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지지자 입맛에 맞는 정책만 폈다가는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면서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당대표가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당대표가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뜸 들이지 말고 여야 지도자 만나야=가장 절실한 건 ‘초당적 통합 리더십’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청와대와 여당이 태도를 바꿔 협치를 주도하라는 주문이 많았다. 신 교수는 “지금껏 ‘갈라치기 정치’를 하며 상대(야당)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온 청와대가 대의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 19일 “야당 대표로서 내일이라도 당장 대통령을 직접 만나 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제안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표면적 유보, 사실상 거절 입장을 취했다. 이를 두고 손 교수는 “뜸 들이고 서로 재지 말고 여야가 빨리 만나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속도”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취임사로 돌아가 국난극복을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죽어가는데 긴급성 없는 정치권=민생이 빨간불인데, 정치권만 위기의식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선거가 중간에 있으니 단발 대책만 내놓으려 한다”(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치인들이 만나기만 하지 말고, 경제 현실에 집중해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목소리다. 여당은 시장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야당은 포퓰리즘을 주장하며 정치 공세만 펴는 것이 대표적 문제로 꼽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손 교수는 “미국·유럽 등 코로나 19 가 우리보다 늦게 번진 나라들 모두 사실상 전시공산주의 체제에 돌입했다”며 “극우 대통령 트럼프도 가구당 250만원 현금 지원을 약속했는데, 국내 정치권에 긴급성이 전혀 없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개개인에 2000달러(250만원)씩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현금살포 대신 기업 도산 방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제일 어려운 게 기업들이 버티기 어렵다는 점”(성태윤),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이 크게 흔들려 선거가 끝나는 5월부터 곳곳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항구)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를 두고 신 교수는 “재난기본소득만 주장할 게 아니라, 유럽처럼 그에 못지않은 돈을 대기업이 쓰러지지 않게끔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도 “대형 항공사가 무너져 외국에 팔려나가게 될 판”이라며 “지금 환자(기업)가 죽어가는 사태인데 몇달 뒤 긴급대출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세비 삭감, 보여주기일 뿐”=22일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자진 세비 반납’이 줄을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장·차관급 이상이 코로나19 위기 고통분담 차원에서 앞으로 4개월간 급여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우리도 참여하자”(김두관 민주당 의원)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급여 삭감분은 해고를 막는 데 사용되면 좋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국회의원 세비 50% 반납”을 주장했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민병두 의원은 “국민 고통을 안다면 국회의원 남은 임기 동안 세비 90%를 반납해야 한다. 나부터 90% 반납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세비삭감 법안 발의 기자회견장.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과 관련법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세비삭감 법안 발의 기자회견장.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과 관련법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천정배 민생당 의원도 이날 “국회도 국민 고통을 피부로 느끼자. 최저임금 수준을 제외한 전액을 기부하자”고 했다. 이런 움직임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은 없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고통분담 차원의 ‘보여주기’일 뿐 실효적으로 아무 도움이 안 된다”(신율)는 평가를 했다. 손 교수는 “푼돈 아끼겠다는 쇼”라며“(의원들이) 월급을 다 받더라도 정치권이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금 같은 국난극복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치인들에 기대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라며 “그래서 표를 찍어준 거고, 못할 것 같으면 쉽게 나서지를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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