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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상인의 눈물 "어제는 5000원, 오늘은 1만원 벌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분식집.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이가람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분식집.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이가람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프랜차이즈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이수인(37)씨는 지난 20일 “살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자 가게 손님이 크게 줄어 하루 평균 매출이 평소와 비교해 5분의 1토막이 났다고 한다.
 

“직원 거의 다 내보내…우울증”

이 음식점은 2018년 11월 오픈할 당시만 해도 365일 24시간 운영했다. 직원도 5명이나 뒀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 운영 시간을 10시~23시로 축소했다. 직원도 2명 내보냈다. 올해 들어선 신종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일요일엔 아예 문을 닫고 직원도 1명 빼고 다 내보냈다. 이씨는 “지금 매출로는 개업 당시 받은 대출금 이자도 갚을 수 없다”며 “본사에 재료비 입금도, 상가 주인에게 임대료 납부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불면증에 시달리고 가족과 갈등도 빚고 있다. 정부가 긴급하게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출 지원이 대부분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는 게 이씨의 하소연이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25%가량에 달하는 만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평균 매출 80% 감소" 

소상공인연합회는 자영업자들의 일평균 매출이 평소보다 80%가량 감소했다고 추정한다. 인구 유동량 변화에 기초한 판단이다. 이 단체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인구 유동량은 지난달 9일 930만 명가량에서 그달 29일 200만 명가량으로 약 80% 감소했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1000만 명가량에서 150만 명가량으로 약 85% 빠졌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앞의 한 보드게임 카페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업주 김동근(29)씨는 “오후 1시에 오픈한 이후 오후 4시까지 아무도 안 왔다”며 “3월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라 가장 바빠야 할 시기인데 큰일이다”고 밝혔다. 이 가게의 일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미만 수준이라고 한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내보내거나 그들의 근무시간을 축소하면서 사실상 혼자 일하고 있다.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경진(56)씨도 울상이었다. 그는 “대학들이 졸업식, 입학식 등 행사를 안 하니까 더욱 꽃 사는 사람이 없다”며 “그나마 화이트데이(3월 14일)를 기대했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보드게임 카페. 손님이 없다. 김홍범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보드게임 카페. 손님이 없다. 김홍범 기자

 

“문 닫고 싶지만 다른 일자리 없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도자기 판매점은 도자기가 거의 안 팔리니 의류, 주방용품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업주 이모(41)씨는 15년 전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도자기만 팔았지만,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영향으로 모자나 바지 등 의류를 함께 팔기 시작했다. 올해 신종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로는 수세미, 자수 공예품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그는 “어제 모자 하나 팔아 5000원 벌었고 오늘은 바지 2개 팔아서 1만원 벌었다”며 “문을 닫을까 싶지만, 식당 서빙 같은 아르바이트생도 잘리는 상황에서 따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건물주가 1달 동안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해 그나마 숨통이 다소 트인다고 한다.
 
사직동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미경(56)씨도 타격이 심하다. 평소라면 평일 점심시간에 손님 50~60명이 찾을 텐데 지금은 10명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김씨는 “서촌에서 17년간 분식집을 하다가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지난해 6월 여기로 왔는데, 1년도 채 안 돼 갑자기 신종코로나 사태까지 터져 쫄딱 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복덕방, 초강력 규제에 신종코로나 겹쳐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는 정모(71)씨는 스포츠 토토 중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스포츠 토토보다 손님 1명당 평균 매출과 이익률이 낮은 로또만 팔고 있다”며 “이래서는 임대료도 못 낸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등 초강력 규제에 신종코로나까지 겹쳐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운동기구 판매점을 운영하는 고모(60)씨는 “IMF 사태도 지금만큼 힘들지 않았다”며 “폐업하고 싶어도 수많은 고가의 운동기구를 처분할 길이 보이지 않아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프랜차이즈 보쌈집을 운영하는 변재도(55)씨는 “하루빨리 신종코로나를 잡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꽃집. 주인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김홍범 기자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꽃집. 주인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김홍범 기자

 

“자영업자 일상활동 정지 심각”

한편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19일 발표한 자료(1월 31일~3월 16일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일상활동 정지’ 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점 만점(완전 정지 0점, 이전 일상 그대로 100점) 척도로 41.3점 수준까지 악화했다. 주부(41.7점)도 개학 연기 등의 영향에 따라 타격이 심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소득 수준으로는 저소득층이 일상활동에 지장을 많이 받았다.
 
김민중·이가람·김홍범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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