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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수백명 재건축 총회 열다니”“시간 끌면 공시가 인상 세금 70억 늘어”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공원에서 열린 재건축 조합 총회에 600 명의 조합원이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MBC 캡처]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공원에서 열린 재건축 조합 총회에 600 명의 조합원이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MBC 캡처]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옛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 단지 앞 공원. 600여 명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모였다.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접수대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1m씩 거리를 두고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이날 조합 총회가 열린 가장 큰 이유는 재산신고 절차 때문이다. 5월 말 전에 등기 등 재산신고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올해 10% 이상 오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토지분)를 내야 한다. 조합이 더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60억~70억원 선이다.
 

고덕 2단지 조합 마스크 쓰고 모임
5월내 재산신고 못하면 부담 급증

구청 말려도 개포·수색서도 곧 열려
전자투표 문의하니 국토부 “안된다”

강동구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 조합에 총회 연기를 권고하는 공문을 다섯 번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는 인근 주민들은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한 조합원은 “신종 코로나가 언제 진정될지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다가 수십억씩 세금 더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모이는 재개발·재건축 조합 총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 확산을 위해 정부가 조합 총회를 연기·취소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일부 조합이 강행하고 있어서다. 조합 총회는 해당 아파트 정비사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도 이달 30일 조합 총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인근 중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할 예정으로, 조합원이 5000명이 넘는다. 다음 달에도 주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조합 총회 일정이 이어진다. 조합원이 4000여 명에 이르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을 비롯해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조합원 5000여 명) 등이 조합 총회를 열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 시기를 3개월 늦췄다. 다음 달 28일까지인 유예기간에 맞춰서 일반분양을 진행하려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조합 총회를 강행할 것을 우려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총회를 강행하면 방역 당국, 지자체와 협조해 해당 행사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감염예방법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총회 연기는 곧 추가 부담금 증가다. 당장 현금을 더 내야 하는 재산권의 문제다.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은 추진 시점부터 매일 운영 비용이 발생한다. 조합을 대표해 일하는 조합장과 상근임원의 급여부터 조합 사무실 임대료·통신비까지 모두 조합원이 내는 자금으로 운영된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 운영비용은 더 커진다.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의 연간 지출비용은 773억원이다. 월평균 지출 비용만 64억원이 넘는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어도 이미 정부가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서다. 일반 분양을 하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분양가 승인이다.
 
전자투표 같은 대체 방안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연기하기엔 부담이 커서 서면이나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되겠냐고 국토부에 문의했는데 규정대로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국가 재난 상황인 만큼 무조건 손해를 감수하라고 압박하기보다 전자투표나 일정 조정 등 유연한 대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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