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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사진
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16조 포드급'도 뚫는 中공격···미국 내 핵항모 무용론 뜬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은 미국의 상징과 같다. 항모는 미 해군이 전 세계 바다를 지배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무기라서다. 항모 1척과 항모에 탑재한 항공기, 항모를 호위하는 전력을 합하면 어지간한 중소 국가의 화력보다 더 센 것은 분명하다.

항모 건조비 천문학적으로 치솟아
중국 공격 막아낼 방법 딱히 없어
힘의 공백 한·일에 넘길 가능성도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이 지난해 10월 29일 바다에서 급회전을 하고 있다. 10만t급의 배치곤 날렵한 기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해군 유튜브 계정 캡처]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이 지난해 10월 29일 바다에서 급회전을 하고 있다. 10만t급의 배치곤 날렵한 기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해군 유튜브 계정 캡처]

 
그래서 미국이 지금까지 벌였던 전쟁엔 늘 항모가 있었다. 위기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대통령이 합참의장에게 가장 먼저 묻는 말이 “항모는 어디 있나”라고 한다. 그랬던 미 해군의 항모가 공룡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도 있게 됐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지만, 한순간 사라졌던 운명 말이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킹디펜스는 미 해군이 앞으로 6개월간 ‘미래 항모 2030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이 TF는 앞으로 미국의 항모가 중국ㆍ러시아의 장거리 정밀 무기와 차세대 스텔스 잠수함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10일 이 TF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TF가 포드급 항모의 대안을 찾고있는데, 소형 항모나 재래식 항모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모들리 장관 대행의 설명이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포드급 개념도. [사진 imgur.com/NYi9g]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포드급 개념도. [사진 imgur.com/NYi9g]

 
제럴드 R. 포드급은 미국의 최신 핵항모다. 현재 1번함인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이 진수했고, 2번함인 존 F. 케네디함(CVN 79)이 올해 진수한다. 3번함 엔터프라이즈함(CVN 80)과 4번함 도리스 밀러함(CVN 81)은 건조 예정이다. 특히 도리스 밀러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흑인 수병의 이름을 따 최근 화제가 됐다. 
 

포드라는 악몽의 '나비효과'

미 해군이 핵항모를 재검토한 배경엔 포드급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주력 핵항모인 니미츠급을 업그레이드한 게 포드급이다. 그런데 1번함인 제럴드 R. 포드함은 2013년 11월 진수해 2016년 2월 취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현재도 취역이 미뤄진 상태다.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의 전자기식 캐터펄트(EMALS)가 FA-18 수퍼호넷을 쏴 이륙시키고 있다. [AirSource Military 유튜브 계정 캡처]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의 전자기식 캐터펄트(EMALS)가 FA-18 수퍼호넷을 쏴 이륙시키고 있다. [AirSource Military 유튜브 계정 캡처]

 
최신 장비 2개가 아직까지 말썽이기 때문이다. 항모에서 항공기를 띄우는 캐터펄트와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어레스팅 기어가 그 장본인들이다. 캐터펄트는 활주로가 짧은 항모 갑판에서 새총처럼 항공기를 쏘는 장비다. 포드급은 증기로 움직이는 기존 캐터펄트와 달리 전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한 전자기식 캐터펄트(EMALS)를 달았다.
 
어레스팅 기어는 항공기가 후크(갈고리)를 내려 와이어(줄)에 걸리면 잡아주는 장비다. 포드급의 어레스팅 기어인 첨단 어레스팅 기어(AAG)는 기존 유압 대신 워터 터빈으로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전투기를 잡아 멈추게 한다.

 
이들 장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 미 해군이 전투부적합 판정을 내린 게 문제였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자신이 나서서 문제점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진전은 별로 없는 상태다. 그러는 와중에 인도가 늦어지면서 제럴드 R. 포드함의 건조비는 당초 100억 달러(약 12조 5500억원)에서 129억 달러(약 16조 1900억원)로 부쩍 뛰었다. 129억 달러면 폴란드나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의 1년 국방 예산 수준이다.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의 첨단착륙기어(AAG)가 FA-18 수퍼호넷을 잡아 착륙시키고 있다. [Ultimate Military Source 유튜브 채널]

제럴드 R. 포드함(CVN 78)의 첨단착륙기어(AAG)가 FA-18 수퍼호넷을 잡아 착륙시키고 있다. [Ultimate Military Source 유튜브 채널]

 
이같은 ‘돈 먹는 하마’를 1척도 아닌 12척이나 만들 계획이니, 국방예산에 1000조를 쓴다는 이유로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만만찮다. 더군다나 미 해군은 잠재적 위협, 특히 최근 무섭게 증강하는 중국 해군에 맞서기 위해 2030년 보유 함정을 현재의 274척에서 355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돈 쓸데가 많은 데 포드급에만 쏟아붓는 게 옳냐는 회의론이 미 해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모들리 장관 대행도 2065년까지 미 해군은 12척의 항모를 작전배치하지 못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매서운 '창' 

미국이 항모 '몰빵 투자'에 주저하는 이유는 생존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핵항모 전단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준비했다. 전통적으로 항모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잠수함이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싸운 포클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 해군의 항모인 베인티싱코 데 마요함은 영국 해군의 잠수함이 무서워  전쟁 내내 모항에 처박혀 있었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DF-21D이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는 장면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8ShiYang 유튜브 계정 캡처]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DF-21D이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는 장면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8ShiYang 유튜브 계정 캡처]

 
중국과 러시아는 잠수함도 갖춘 데다 미 해군 항모를 노리는 전용 무기도 개발했다. 특히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은 미 해군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다. ASBM은 함선과 같은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가 고정된 목표물을 타격한다. 하지만 ASBM은 종말 단계에서 목표물을 찾아낸 뒤 목표물이 이동하면 미사일이 그에 따라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중국은 ASBM인 DF(東風ㆍ둥펑)-21D, DF-26을 작전 배치했다. DF-21D과 DF-26의 사거리는 각각 1500㎞와 4000㎞가 넘는다.  
 
ASBM만 위협이 아니다. 중국 공군과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폭격기인 H-6K는 YJ(鷹擊ㆍ잉지)-12라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최대 속도가 마하 4(시속 4900㎞)인 이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는 400㎞다. H-6K의 항속거리는 3000㎞다. 러시아는 최대 속도가 마하 8(시속 9800㎞)인 극초음속(마하 5 이상) 순항 미사일인 3M22 지르콘을 개발했다. 미군 정보당국은 지르콘의 사거리를 400~450㎞로 추정하는데, 사거리를 1000㎞로 늘렸다는 보도가 러시아에서 나왔다. 이 미사일은 수상함과 잠수함에서 쏠 수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지르콘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의 컴퓨터 그래픽. [Vesti News 유튜브 계정]

러시아가 개발한 지르콘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의 컴퓨터 그래픽. [Vesti News 유튜브 계정]

 
중국은 미 해군의 핵항모 전단을 추적하기 위해 해상 감시 인공위성인 야오간(遙感)을 잇따라 발사했다. 이처럼 중국이 다양한 타격 수단을 갖추면서 미 해군의 핵항모 전단이 중국 대륙 가까이 접근하는 게 어려워졌다. 미국 싱크탱크의 계산에 따르면 중국 대륙 2000㎞ 안에 들어간 미 해군의 수상 전력은 한 번에 최대 640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미 해군은 레이저와 같은 '방패'를 만들려고 하지만, 아직 중국과 러시아의 '창'을 감당하기가 쉽진 않다.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미 해군은 지난 15~18일 남중국해에서 핵항모인 시오도어 루스벨트함(CVN 71)이 이끄는 제12 항모타격단(CSG)과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이 이끄는 제7 원정타격단(ESG)이 합동 훈련을 열었다. 이 훈련은 사실상 항모 2척이 참가하는 훈련으로 봐도 된다. 현재 일본에 전진배치 중인 핵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은 아직도 수리 중이다. 그런데 아메리카함은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최대 20대까지 실을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미 해군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의 갑판에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12대가 놓여 있다. 미 해군은 아메리카함과 같은 강습상륙함을 경항모로 활용하는 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의 갑판에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12대가 놓여 있다. 미 해군은 아메리카함과 같은 강습상륙함을 경항모로 활용하는 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이처럼 미국에선 수퍼캐리어(8만t급 이상의 대형 항모)보다 작은 항모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2017년 경항모 설계를 위한 예산을 배정한 적 있다. 미 해군은 이미 경항모를 갖고 있다. 미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강습상륙함이 그것이다. 이 배의 만재 배수량은 4만5000t이다. 이미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 해군은 강습상륙함을 경항모로 쓰는 개념을 연구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미 해군의 새로운 항공모함에 대한 연구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생존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점점 비싸지는 함정 건조비의 압박도 커지고 있기에 현재의 함정보다 약간 떨어지는 능력을 보유하면서도 비용은 크게 줄인 함정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미국이 대형 항모를 줄이고 여러 척의 경항모로 대체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 해군의 움직임이 한국 해군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한국 해군은 경항모로 쓸 수 있는 대형 상륙함을 2020년대 후반까지 보유하려고 한다. 그러나 분쟁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중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수상 전력이 더 충실하다. 또 중국의 타격 수단은 다양하고 강력하다. 최소한의 방어막을 갖춰야 금싸라기 같은 항모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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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같이 미국은 자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을 끌어드리려고 한다”며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핵추진 항모의 공백을 한국과 일본의 경항모로 메우려는 전략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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