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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남동생에 흉기 휘둘렀다, 30대 누나 '독박가사' 분노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16일 대구에서는 어머니가 혼자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상황에 분노한 30대 여성 A씨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구의 부모님 집에서 재택근무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방에서 누워만 있는 남동생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다툼이 격해진 끝에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흉기를 휘둘렀다.
 
남동생은 목 부위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이튿날 특수상해 혐의로 대구중부경찰서에 입건됐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로 독박육아하는 게 답답해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가 시비가 붙어 폭행까지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남편이 주말마다 외출할 동안 나는 계속 아이 둘을 돌봤다”며 “답답해서 주말에 하루만 시간 내달라고 말했는데, 욕설과 폭력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폭력 행사까지 가진 않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스트레스가 폭력적인 성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털어놓는 글도 온라인에 줄을 잇고 있다. “둘째를 임신해 만삭인데 코로나 사태로 홀로 가정보육을 3주째 하다 보니 자꾸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내게 된다. 코로나 때문에 내가 미쳐가는 것 같다”, “독박육아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감수하려고 해도 집안일과 육아를 남의 일 보듯 하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등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종로의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와 면역력 높이는 약 이외에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품을 사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우울증이나 정신적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계기로 갈등 분출"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이런 현상은 이미 잠재돼 있던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촉발돼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이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관계가 안 좋았어도 접촉이 많지 않으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게 되다 보니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평소 가부장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거나 가사분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가정에서 이 같은 폭력적 성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에 가사분담을 해온 가정이라면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 오히려 사이가 더 돈독해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 갈등이 없던 가정이라도 감염병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제 평소릐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독박육아·가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관하는 자세 필요" 

이런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곽 교수는 낙관적인 마음가짐과 가족 내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자꾸 비교하기보다는 가족 중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지혜가 중요하다”며 “‘일주일 중 며칠은 아빠가 육아하고 엄마는 개인 활동을 즐기는 등 가족끼리 공유하는 지침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족 역할에 대한 교육과 가정 문제 상담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식 교수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사 분담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인식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인진 교수는 “지금은 사회적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가정 내 갈등에 대해 상담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하고, 개인 차원에서도 가정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꺼려하기보다는 적극 도움을 요청해야 폭력으로 번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고 조언했다.
 
남수현·이후연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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