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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치매 할머니 알람이 울렸다···날 부끄럽게 만든 그분의 한마디

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8). [오성훈 제공]

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8).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할 무렵, 스타트업 대표인 오성훈(28)씨는 서랍 속 간호사 면허증을 꺼냈다. 2018년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파견 지원서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달라"고 적었다. 지난달 29일부터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일주일 근무했다. 이후 6일부터 안동의료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웹툰 작가이기도 하다. 코로나 현장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파견근무 20일 차. 어느덧 내일이 파견 마지막 날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감소했고, 파견 2~4주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게 보건 당국의 지침이라 마지막 근무 날짜를 받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매일 일어나서 보호복을 입었다 벗기를 반복하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오늘은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라는 오더가 있었다. 지속적인 약물 투약을 위해서는 정맥으로 주사약을 투여해야 한다. 환자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였다. 평소같아도 이런 분의 혈관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지금은 장갑을 껴서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안경과 고글에 습기가 자욱해 시야도 흐렸다. 첫 번째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다행히 두번째 시도했을 때 혈관 주사기 끝에 피가 보였다.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시간이 지나고 다른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러 갔다. 환자는 오늘 코로나 검사(PCR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 나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 봤지만,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환자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잘 안 들리셨는지 ‘응…?! 음성이래,,,?’라고 물어보셨다. 얼마나 음성을 받고 싶으셨는지 듣고 싶은 대로 들으신 거 같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자분들이 빨리 회복되어 아픈 일은 잊고, 음성만 있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또 다른 환자는 요양원에서 오신 80세가 넘은 할머니였다. 치매 증상이 있고 거동이 불편했다. 간병인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격리 병동에선 보호자 출입이 안된다. 고스란히 그 역할을 간호사가 해야 한다. 이런 환자분들은 24시간 CCTV로 모니터링하면서 돌발 행동을 하거나 상태가 안 좋으면 몇 번이고 보호복을 빠르게 입고 들어가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사명감과 보람으로 일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환자분을 담당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마침 그때 모니터를 보니 그 환자의 모니터에 알람이 울린다. ‘또 시작이군…’ 착잡한 심정으로 보호복을 갈아입는다. 그렇게 환자분께 필요한 간호를 제공하고 자리를 떠나려 할 때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잘 들리지 않아 환자분께 가까이 다가갔다. ‘또 무슨 부탁을 하실까.’ 마음을 졸이며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손을 잡으시면서 “고마워,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 내 몸이 이래서 미안해. 잠도 못 자고 고생이 많네…”라고 말씀하셨다.  
 
평소엔 말도 잘 못 하셨는데 잠깐 정신이 드셨나보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고단했던 날에 대한 후회가 사라졌다. 하루빨리 환자분들이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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