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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백에 바느질하는 여자…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작업실 겸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작업실 겸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은영(47)씨는 빈티지 백 아티스트다. 오래된 가방을, 역시나 오래된 브로치·귀걸이·목걸이·단추·리본·와펜 등의 액세서리로 장식해서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을 만든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오래된 것들을 찾아 서로 어울리게 짝을 찾아주는 일. 그리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만드는 일에 그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 인터뷰
"샤넬도, 에르메스도 똑같으면 재미 없어"
원하는 글귀, 상징 넣어 세상 유일한 가방 만든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류은영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 작품. 러브가방. [사진 류은영]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 작품. 러브가방. [사진 류은영]

레노마, 클럽 모나코, 써스데이아일랜드 등의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류씨가 오래된 백을 처음 새롭게 장식한 건 2005년의 일이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디올 백에 얼룩이 있어서 그것을 가리기 위해 장식을 달았는데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에서 2년간 머물며 인생의 재충전 시간을 가지는 동안, 그는 본격적으로 ‘빈티지·앤티크’ 시장을 돌며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시간과 역사를 간직한, 일종의 타임머신 열쇠 같아요. 까메오(양각한 조각 장신구) 머리 모양, 브로치 고리 장식 하나도 연대에 따라 다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 ‘옛날에는 어땠을까’ 궁금증이 참 많은데 그 시대를 직접 가볼 순 없고, 대신 그 시대의 물건을 보면서 상상하고 또 공부하는 거죠. 지금은 상아를 못 쓰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역사도 배우죠. 지금은 인건비가 비싸 함부로 할 수 없는 섬세한 세공을 감상하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하죠.”  
2006년도부터 개인 작업을 시작해 서미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고, 명품 편집숍 10꼬르소꼬모에서 빈티지 백 판매도 시작했다. 이 모든 첫 작업은 명품 백이 아닌, 캔버스 백이나 딘 앤 델루카 쇼핑백 등 아주 캐주얼한 백들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가 작업한 샤넬 백.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장진영 기자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가 작업한 샤넬 백.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장진영 기자

류씨의 작업에 명품백이 주로 쓰이게 된 건 2010년 전시를 준비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게 샤넬 백이었다고 한다.  
“샤넬 백은 예나 지금이나 비싸서 모두들 애지중지 하잖아요. 그런 백에 바느질을 하는 것도(그는 낚시 줄로 바느질 작업을 해서 백에 장식을 단다) 재밌겠다 생각했죠.”
에르메스 백 작업을 한 것도 홍콩의 유명 백화점 조이스에서 의뢰가 들어오면서다. 2013년~2014년까지 1년 간 에르메스의 대표제품인 켈리 백과 벌킨 백 122개를 작업했다.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의 작업들.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들이지만 류씨의 손끝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으로 새롭게 창조됐다. 장진영 기자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의 작업들.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들이지만 류씨의 손끝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으로 새롭게 창조됐다. 장진영 기자

평소에는 개인 작품 활동과 외국 빈티지·앤티크 시장에서 장식 재료를 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터치 바이 딜란(Touch by Dylan. 딜란은 류씨의 영어 이름이다)’이라는 이름의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 서비스를 열고 한 달 정도 개인 의뢰를 받는다.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한 후, 이메일로 새 단장이 필요한 가방 사진과 사연을 받아 선별 후 직접 미팅을 갖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백을 새롭게 꾸며주는 프로젝트다.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 작품. LOVE라는 글자를 다양한 모양의 금속 장식으로 표현했다. [사진 류은영]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 작품. LOVE라는 글자를 다양한 모양의 금속 장식으로 표현했다. [사진 류은영]

“명품이 아니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가짜만 아니면 브랜드는 상관없어요. 가방 가격도 상관없죠. 오래되고 낡았지만 정말 소중해서 예쁘게 새 단장해 다시 오랫동안 쓰고 싶은 마음이 중요해요. 어머님이 물려주신 거라며 셀린 토트백을 가져온 분이 있었는데 상태가 정말 낡았더라고요. 그런데도 ‘버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헤지고 얼룩진 부분을 멋진 장식들로 가리고 새 단장을 해드렸죠.”  
명품은 아니어도 진품이어야 한다는 류씨의 원칙 때문에 종종 곤란한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부부가 샤넬 백을 들고 오셨는데 가품이었어요. 그랬더니 남편분이 아내에게 얼마나 화를 내던지 정말 난감했죠.”
가품을 싫어하는 류씨는 일본에서 ‘가짜 감별법’ 수업도 들었다.  
“수업의 마지막은 눈을 감고 수십 개의 가방을 손으로 만져서 진품과 가품을 골라내는 내용이었어요. 눈은 사람을 속이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마감이나 가죽의 질이 다른 걸 느낄 수 있다는 거죠. 정말 많은 공부가 됐어요. 가짜를 사는 건 결국 ‘블랙 머니’ 만드는 걸 돕는 일이라는 설명까지 듣고 나니 원래도 싫었던 가짜가 정말 싫어지더라고요.”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의 작업실에는 미국과 유럽의 빈티지·앤티크시장에서 구입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양각으로 조각된 이 수많은 카메오 장식들은 원래부터 브로치였거나 귀걸이 등에서 떼 온 것들이다. 장진영 기자

빈티지 백 아티스트 류은영씨의 작업실에는 미국과 유럽의 빈티지·앤티크시장에서 구입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양각으로 조각된 이 수많은 카메오 장식들은 원래부터 브로치였거나 귀걸이 등에서 떼 온 것들이다. 장진영 기자

류은영씨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빈티지·앤티크 장식들을 꼼꼼하게 구분해서 정리한 커다란 서랍장이 여러 개 있다. 장진영 기자

류은영씨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빈티지·앤티크 장식들을 꼼꼼하게 구분해서 정리한 커다란 서랍장이 여러 개 있다. 장진영 기자

류은영씨의 작업에 꼭 필요한 장식들이다. 다양한 컬러와 모양을 가진 빈티지·앤티크 장식들을 이용해 류씨는 의뢰인이 원하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가방에 담아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은영씨의 작업에 꼭 필요한 장식들이다. 다양한 컬러와 모양을 가진 빈티지·앤티크 장식들을 이용해 류씨는 의뢰인이 원하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가방에 담아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터치 바이 딜란’ 서비스는 의뢰인이 원하는 취향과 담고 싶은 의미에 딱 맞는 재료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핑클’ 멤버인 옥주현씨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거라며 작은 핸드백 하나를 의뢰했다. 옥씨는 그 핸드백에 핑클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담고 싶어 했다. 
“핑클의 상징이 바람개비였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옥주현씨는 그 바람개비 모양을 비롯해 핑클을 떠올릴 수 있는 장식들로 핸드백을 꾸며주길 원했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장식들을 몽땅 뒤져서 바람개비, 네 잎 클로버, 핑클의 영문자 이니셜 등을 찾아 장식했죠.”  
류씨는 자신의 만든 백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백을 갖고 있죠. 그런데 결혼식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걸 들고 있다면 어떻겠어요. 큰돈을 주고 샀음에도 결국은 특별한 백이 아닌 게 되죠. 가격은 비싸지 않아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유일한 백이 더 소중하고 멋지게 보이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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