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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심사 시간당 10조 뚝딱…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말뿐

국민 선택, 4·15 총선 〈3〉 20대 국회 성적표 ③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해 확정하는 일이다. 정부는 9월 3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대정부 질의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처 예산안에 대해 예비심사를 한다. 각 상임위는 예비심사검토보고서를 만들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보내게 된다. 국회법에 따라 예결위에서는 본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날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 날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으로 부의되고 매 회계연도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5년 내내 졸속 심사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 ‘0’
‘소소위’서 깜깜이 논의 일쑤
‘쪽지 예산’ 끼어들기 구태 여전

특위위원장 활동비 월 600만원
정치발전특위 5시간 회의로 끝

여야 서로 “예산안 심사 파행은 네탓”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대 국회 예산 심의는 법 절차대로 잘 처리됐을까. 지난달 법률소비자연맹이 공개한 ‘20대 국회 의정평가 국민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대 국회 4차연도(2020년) 예산안 심사는 법정기한을 8일이나 넘긴 지난해 12월 10일 간신히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다. 확정한 올 예산은 512조3000억원 규모였다. 정부 원안(513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가량 감액된 규모다.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예산 심사는 법적 공식기구인 예결위가 아닌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의해 이뤄지는 등 기형적이고 파행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을 심사하는데 걸린 회의 시간은 불과 51시간31분이었다. 총 8차례 회의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회의 한 번당 64조 2000억원을, 시간당으로는 무려 10조원꼴로 심사한 셈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예산 심사가 이뤄진 2017년(2차연도)에도 법정시한을 이틀 넘긴 그해 12월 4일에야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첫해에만 법정기한을 지켜 예산안 처리가 이뤄졌을 뿐, 20대 국회에서는 5년 내내 단 한 번도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했다. 각 당은 예산안 심사 파행의 책임을 상대 당에 돌렸다. 최인호 예결위 민주당 위원은 “이런저런 핑계로 예산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자유한국당”이라고 했고, 이종배 예결위 한국당 간사는 “민주당이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받아쳤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5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다”면서 “20대 국회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예산회의록을 통해서도 예산 심사가 얼마나 깜깜이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예산회의록은 의원들이 예산을 신설하거나 증액 또는 감액할 때 어떤 근거와 의도였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근거다. 하지만 의원들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가급적 회의록에 논의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할 때가 많았다. 이른바 ‘소소위’로 불리는 각 당 간사간협의체에서 예산안을 심사하는데 이때는 일시와 장소 정도만 속기록에 남길 뿐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기록하지 않는다. 법에 없는 임의기구이기 때문에 그 논의 내용을 기록에 남길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각 당 실세의원들의 지역구 현안 해결용 ‘쪽지 예산’이 심사 막판에 끼어드는 사례가 많다. 이런 관행은 20대 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예산 집행의 잘잘못을 따지는 결산심사 역시 졸속 처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년 하반기 정기국회가 열리는 8월 31일까지가 결산심사의 법정기한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예산안 심사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법정기한 내에 결산심사를 끝내지 못했다.
  
세비삭감·공천 등 개혁 이슈 성과 없어
 
20대 국회 비상설특별위원회의 활동도 저조했다는 평가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의정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9개의 특위(국정조사특위, 인사청문특위는 제외)가 처리한 법률안은 9건, 결의안은 4건에 그쳤다. 27개의 특위가 난립했다는 평가를 받은 19대 때와 비교해 특위 숫자는 다소 줄었다.  ‘상임위 중심’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대 국회 특위 역시 각 당의 자리 늘리기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위 위원장은 관행적으로 여야 각 당의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상임위원장이나 주요 당직을 배정받지 못한 의원에게 돌아간다. 당 차원에서는 자리를 챙겨주지 못한 중진 의원을 달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의원 개인은 자신의 이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데다 특위 위원장에게는 월 600만원의 활동비가 별도로 지급됐다.
 
특위 위원에게도 수당과 회의비가 따로 주어진다. 정치발전특위는 20대 국회 개원 직후 만들어져 1년 동안 활동했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공천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을 닫기 전까지 회의는 8번(5시간31분)에 그쳤다.  
 
불체포 특권과 관련해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의원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과거엔 자동 폐기됐다. 이를 추후 개최하는 첫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하도록 국회법 일부를 개정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특위는 면책특권, 세비삭감 및 동결, 선거 공천방식, 국회 운영 등 다양한 개혁 이슈를 다루겠다고 공언했을 뿐 실제 성과는 내지 못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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