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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개혁 안 하면, 전염병이 오랑캐처럼 계속 괴롭힐 것

[코로나19 비상] 질병관리 문제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그렇게 당하고도 지금까지 응급실 환자 분류 말고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염병은 몇 년 주기로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고 그때마다 속수무책일 것이다. 언제까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 인내에만 기댈 건가. 보건의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전염병은 오랑캐처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국민을 괴롭힐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보건의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개혁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
  

박병주 보건협회장
메르스 때 당하고도 변한 게 없어
NSC급 ‘국가보건회의’ 창설 필요
민관 위기관리 체계·기금도 조성
전문부서 보건부 독립 논의할 때

방역 잔불 관리가 중요, 방심은 금물
 
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

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

박병주(65·사진) 대한보건협회 회장(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이 작심하고 한 지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건의료 분야에서 어떤 개혁이 가장 시급한가.
“한국의 보건의료 역량을 집결해 전염병에 과학적·의학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처럼 최고 전문가와 전략가가 모인 국가보건회의(NHC)를 창설해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같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 공공조직과 민간 전문가를 모두 활용할 ‘민관 보건 위기관리 체계’도 구성해야 한다. 현재 따로 작동하는 국공립 병원과 지방자치단체 산하 보건소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건강과 경제·사회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듯 전염병 확산은 보건의료 문제를 넘어 민생 문제와도 직결된다. ‘보건의료 위기관리 기금’을 조성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의료전달 체계와 공공의료 개혁은 기본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수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질본의 전문 지식과 헌신,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 예산권과 인사권까지 있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그리고 전염병 통제를 비롯한 공중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여러 조직을 통합해 보건부를 따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다.”
 
이제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여가는 것 같다.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질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잔불 관리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전염병도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입국자 조기차단과 책임소재를 포함한 논란은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 치열하게 따지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마친 의료진들이 장갑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마친 의료진들이 장갑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치명률이 높은 노인·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과 확산 위험이 큰 다중 이용시설 사용자에 대한 엄격한 감염관리 지침과 행동 수칙을 정부가 정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은 어떤가.
“예방을 위한 백신보다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더 빨리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치료제는 환자들만 대상이라 진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에볼라 치료 용도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수 있을지를 알아볼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백신도 미국과 독일 등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개발에 얼마나 걸릴까.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우선 동물실험으로 걸러낸 뒤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지는데 1상은 인체 독성을 살피고, 통과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관찰하고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3상에서 기대 효과가 확인되면 시장에 출시된다. 렘데시비르는 이미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가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다만 백신은 이제 1상에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이므로 개발에 적어도 1년이 걸린다.”
  
‘인포데믹’ 문제 보건교육으로 풀어야
 
마스크의 효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어 혼란이 가중됐다.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은 감염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서 나오는 침이나 콧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지나치게 마스크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마스크만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진 못한다는 이유로 이를 권장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다. 유럽에서 이동 금지령을 내린 이유다.”
 
비과학적 정보가 확산하는 ‘인포데믹’이 문제다. 스프레이로 입에 소금물을 뿌리는 황당한 행동이 집단 감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를 막으려면 국민 보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전염병으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도록 유치원부터 보건교육을 시켜야 한다. 기본 지식의 확대는 시민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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