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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금 내야 택시 사업…모빌리티판 ‘쩐의 전쟁’ 시동

“법적 문제 없이도 타다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6일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법”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벤티’를 좋은 예로 들었다. 카카오 벤티는 타다처럼 11인승 승합차로 운행하는 대형 택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진화택시의 기존 중형택시 면허를 대형 승합택시로 변경한 것이다. 결국 ‘돈을 내고 사업하면 (타다도) 된다’는 얘기다. 타다의 시동이 꺼진 후 모빌리티 시장에 ‘쩐의 전쟁’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정부, 타다금지법 후속 조치 논의
면허 총량 정하고 돈을 내면 가능
자본력 갖춘 대기업이 장악 우려
우버 등 유니콘 업체도 진출할 듯

카카오T, 1대당 5000만원 지불
 
카카오프렌즈 인기캐릭터인 라이언을 활용한 카카오T블루 택시

카카오프렌즈 인기캐릭터인 라이언을 활용한 카카오T블루 택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 중개뿐 아니라 직접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에 렌터카를 허용, 타다의 방식을 인정해서다. 그래서 정부는 더 ‘혁신’적인 제2, 제3의 타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타다처럼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기여금을 내야 하고 택시 면허에 기반한 총량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2, 제3의 타다 등장 과정에서 쩐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카카오모빌리티만 해도 90여 개의 택시 면허를 갖고 있는 진화택시를 사들이는 데 45억원을 썼다. 면허당 5000만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1500대를 운영한 타다가 만약 면허를 사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한다면 단순히 계산해도 75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다는 2018년 150억원, 지난해 3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기여금도 마찬가지다. 기여금은 택시 업계와 상생하는 차원에서 플랫폼 업계가 제안해 도입했다. 신구(新舊) 산업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도 유용하게 활용 중인 제도다. 미국 뉴욕주에선 면허 신청 때 10만 달러를 내고, 매년 갱신비 6만 달러를 기여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는 7500만원 정도인 서울 개인택시 면허 가격을 고려해 기여금을 1대당 월 40만원 수준으로 논의했다. 제2의 타다가 기여금을 내고 1500대를 운영한다면 연간 72억원을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기여금 수준과 납부 방법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여금을 깎아 주거나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인데, 택시 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쉽지 많은 않을 전망이다. 모빌리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2, 제3의 타다(플랫폼 운송사업)는 결국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적어도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만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대규모 투자로 실탄을 확보한 글로벌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버는 콜택시 형태인 ‘우버 택시’ 서비스를 이어오며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고, 중국의 디디추싱은 지난해 초부터 국내 업체를 만나 시장 진출을 논의해왔다. 그런데 천문학적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된 우버나 그랩·디디추싱 등은 자본력 면에서 국내 스타트업과는 비교가 안 된다. 우버가 지난해 4월까지 투자 받은 금액은 약 28조7000억원에 이른다. 디디추싱도 지난해 7월 일본의 완성차 회사인 도요타로부터 약 7000억원을 유치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내 모빌리티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TPG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은 게 전부다. 이후 계속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국의 택시 3700여 대와 손잡으며 성장 중인 KST모빌리티도 현대차·네이버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230억원이 전부다.
 
국내 기업은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가 2017년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택시 업계가 반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그랩에 약 3280억원, 인도의 차량공유 업체 올라에 약 3570억원을 투자했다. 만도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차량호출서비스 업체인 고젝에 323억원을 투자했고, SK그룹은 2018년 쏘카와 세운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에 141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기업은 해외 투자에 눈 돌려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선 택시면허 총량이라도 늘어나야 시장 지배력을 높여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총량 완화는 택시 과포화 상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택시 감차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 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총량 자체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타다·차차·파파 운영대수만 모두 합쳐도 2000대에 이르는데, 연간 택시 감차 목표량은 전국 900대 정도에 불과하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규 모빌리티 업체가 진입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만이 택시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기술이 뛰어난 벤처라도 비용 부담 탓에 사업성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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