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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효과 한숨 돌린 증시, 외국인 ‘셀코리아’는 여전

안정 찾은 코스피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망연자실하던 국내 금융시장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3저(주가·원화가치·채권가격 하락)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연일 급락세를 보이며 1400대로 밀려난 코스피는 20일 전일보다 7.44% 치솟아 15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은 9.2% 올라 467.75를 기록했다.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 선물가격이 급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2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2018년 2월 8일 이후 2년여 만이다.
 

코스피 1500 회복, 코스닥 9.2% 올라
맥 못추던 원화·채권가격도 반등

주요국 ‘수퍼 돈 풀기’ 나섰지만
코로나 해결책 없어 한계 지적도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현금화 수요가 진정된 모습이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6.72% 내린(채권가격 강세) 연 1.11%를 기록했다. 급락하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9.2원 오른 1246.5원에 장을 마쳤다. 19일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달러 부족 시름을 다소 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19일에는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주변국 주식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낙폭이 더 컸다”며 “국내 주식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는 이제 외환시장 안정화 여부까지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 거래다. 한국은 9월 19일까지 미국과 600억 달러를 원화와 바꿀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사시 제2의 외환보유액 역할을 하는 금액이 늘었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당장 체결된 금액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스와프 효과는 금융위기 때 이미 검증했다. 한·미 양국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주가는 사상 최대 상승폭(코스피 115.75포인트)과 상승률(11.95%)을 기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원화가치는 달러당 118원 급등해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후 한은은 5회에 걸쳐 163억5000만 달러를 시중에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작성하면 곧바로 달러화를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통화스와프 연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던 ‘외국인 주식 매도→원화가치 급락→주가 하락’의 악순환도 이날 잠시 멈췄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여전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592억원을 사들였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5847억원을 팔아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전례 드문 금융·실물 복합위기 가능성에 떨고 있어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는 경기 침체 우려, 이에 따른 유동성 부족과 크레디트 문제, 달러 강세라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통화스와프로 ‘달러 강세’라는 급한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퍼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1조 달러를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15%와 20%에 이르는 유동성 지원책을 내놨다.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양적완화(QE)도 재개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매입한다. 중국은 지급준비율 인하로 5500억 위안(약 96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일본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6조엔(약 68조원)에서 12조엔으로 늘린다. 한국은행도 사실상 양적완화 수순을 밟고 있다. 19일 1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경쟁 입찰을 실시한 데 이어 20일에는 1조5000억원(액면가)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10조원 규모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가동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금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원화가치·채권가격이 기술적 반등에 그치고 다시 하락세로 기울 가능성도 여전하다. 통화스와프나 돈 풀기는 최근 사태의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데다 전 세계가 여전히 ‘달러 확보’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한 19일에도 달러인덱스(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전날보다 2.03%포인트 오른 103.6을 기록했다. 결국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달러를 자유롭게 바꿀 장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특히 중국이나 홍콩 등지와 비교했을 때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달러 유출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승률·황정일·문현경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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