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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라는 재난기본소득, 실제로는 ‘피해 지원금’

[코로나19 비상] 현금 지원 논쟁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20일 한산한 인천공항 면세구역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20일 한산한 인천공항 면세구역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1000달러 지급’ 결정을 계기로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정부가 시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체적으로 찬성한다. 청와대는 재원 마련 등의 문제점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김경수 “전 국민에 100만원씩”
박원순·이철우·양승조 “대상 제한”

정부선 “재원 50조 마련 부담” 난색
비슷한 재난·위기 때 되풀이 우려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2주 안에 1000달러(약 124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인당 1200달러, 부부 한 쌍엔 2400달러를 주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19일 내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홍콩·대만·싱가포르·호주·일본 등이 소득 지원 조치를 도입했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호의적이다.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세금 감면처럼 간접적인 방식보다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헬리콥터 드롭(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는 것에 대한 비유)으로 1000달러씩 주는 것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인 부양책”이라고 주장했다.
  
미, 모든 국민에 1000달러 지급 추진
 
국내에서도 재난기본소득 도입 목소리가 크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일정 기간 내 사용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고, 김 지사는 고소득층의 경우 지급한 금액만큼 내년에 세금으로 다시 걷자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은 재난기본소득에는 공감하지만,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 명에게 52만7000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강원도 역시 소상공인, 실직자 등 30만 명에게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3300억원을 들여 중위소득 이하 117만가구에 30만∼50만원을 긴급 지원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에서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9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은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는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매달 560유로(77만원)를 2년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실험을 2017년 1월 시작했으나 이듬해 중지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같은 해 18∼65세 빈곤층 주민 4000명에게 3년간 연 14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했지만 1년 만에 폐지했다. 배재현 입법조사관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 방안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전주시 등 저소득층 지원 나서
 
청와대 역시 “향후 국내외 경제 상황, 지자체 차원의 노력, 국민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입장 차이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주는 기본소득과 재난 피해를 보상하는 지원금의 개념이 섞이면서 혼란을 부르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도입하려는 것은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한 번만 지급하는 일종의 피해 지원금이다.  
 
반면 정부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려면 50조원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지급하면 앞으로 비슷한 재난이나 경제위기가 왔을 경우 비슷한 요구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을 재난 지원금으로 정의해도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얼마나 주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자도 세금 내는 국민인데 배제해서는 안된다”며 “국민 중 누가 더 피해를 보았는지 선별하기도 쉽지 않아 모두에게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게 효율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하고, 재원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자체단체의 재정 자립도는 평균 45%에 높은 편이라는 서울도 80% 정도”라며 “재난기본소득에 들어가는 재정을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 간접지원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돈을 풀어도 나가서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집세나 전기요금처럼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감면해 주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해고해야 할 인원을 데리고 있으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우·이창균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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