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방문해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신청하는 소상공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소비 진작위해 주겠다는 지역상품권 대구에는 없어
노선 중단으로 비행기 다 서 있는데 "이착륙료 감면"
정부는 지난 19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2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내놨다. 1.5%의 저금리를 적용해 이자 부담도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궁지에 몰린 소상공인을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경제 중대본’ 첫 작품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 자금은커녕 기존 정책 자금을 따내는 것도 ‘그림의 떡’이다. 많이 퍼붓겠다고 강조해놓고 경로를 세심히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정책자금 집행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대응도 한발짝씩 늦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 1월 22일 2267.25를 찍었던 코스피 지수는 급락을 거듭해 지난 13일 1771.44까지 떨어졌다. ’개미‘들의 불만이 거세졌고 공매도 금지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머뭇거리다 13일 장 종료 후에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 그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뒷북‘ 지적에 “변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가가 계속 하락해 1500선이 뚫릴 때까지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결국 19일에서야 주식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증권시장안정기금 카드를 꺼냈다. 그마저도 당장 시행이 아니라 다음 주나 조성한다는 얘기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주일 새 코스피‧코스닥 동시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를 두 차례나 발동했는데, 증권안정시장기금을 다음 주부터 조성하는 건 너무 늦은 정책“이라며 " 비상계획에 따라 증권안정시장기금과 같은 장치를 미리 준비해 적시에 내놓았다면 이 정도까지 시장이 패닉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에 대한 지원은 현장과 정부의 온도 차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5월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항공업 전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저가항공사에 대한 금융 지원, 착륙료 감면 등의 내용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가 대부분 멈춰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자체가 없는데 착륙료 감면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소비를 늘리겠다는 쿠폰 지급 사업에도 허점이 있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에는 소비쿠폰 지급사업이 있다. 쿠폰은 주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데, 정작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에는 추경안 편성 당시는 물론 현재도 이 상품권이 없다. 대구시는 5월 말에나 대구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2020.3.19 청와대사진기자단 / 동아일보 전영한
하남현‧허정원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