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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에게 새 삶 줬다, 마지막 약속 지킨 장기기증 운동가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오른쪽은 남편 김종섭씨. [사진 유족]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오른쪽은 남편 김종섭씨. [사진 유족]

“사랑하고, 미안합니다. 당신이 살아서 결심한 장기기증을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바람대로 이뤄졌으니 하늘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줬다는 마음으로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전 장기기증본부 간사 정현숙씨
갑자기 뇌출혈 재발해 뇌사 상태
가족들, 서약대로 장기기증 동의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고(故) 정현숙(53)씨의 남편 김종섭씨가 부인에게 한 작별의 인사다. 정씨는 신장·각막 등 장기를 5명에게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2일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7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지만, 이후 관리를 잘해 건강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장기기증 의사를 물었다. 정씨는 2008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서약한 상태였다. 가족들은 망설임 없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그간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애쓴 정씨의 마음을 잘 알아서다. 정씨는 평소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남편 김씨도 이미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그는 “평소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내가 골수 조직도 다 기증해 나중에 유전자가 맞는 사람이 있으면 추가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장기 기증 상황이 생기면 똑같이 하라고 말해 뒀다”고 밝혔다.
 
정씨의 사랑 실천엔, 2007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영동지부 초대 본부장을 지낸 친오빠 정길영 목사의 영향이 컸다. 정씨도 3년간 지부 간사로 일했다. 1차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집이 있던 강릉 등에서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알렸다. 교회 예배 후 장기기증 희망 등록지를 나눠주면서 교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강릉·동해·삼척·고성·양양까지 영동 지역 대부분 교회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동생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누군가의 삶이 동생을 통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생명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다. 3년 전 서울로 이사한 정씨는 교회 어르신들을 챙기는 등 봉사 활동에도 열성이었다고 한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때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감사하다”며 “생명나눔운동을 이끌었고,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킨 고인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 기증인이 행한 아름다운 기적이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언·정종훈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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