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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운동가 정현숙씨, 5명에게 새 삶 선물하고 떠났다

17일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사진 김종섭씨]

17일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사진 김종섭씨]

"사랑하고, 미안합니다. 당신이 살아서 결심한 장기기증을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바람대로 이뤄졌으니 하늘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줬다는 마음으로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17일 세상을 떠난 고(故) 정현숙(53)씨의 남편 김종섭씨가 하늘의 별이 된 부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온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는 중에도 조용한 선행은 이어지고 있다. 고 정현숙씨는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1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2일 뇌출혈로 갑작스레 쓰러졌다. 7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조심스레 관리하면서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지만 이날 집에 머물다 다시 발병한 것이다. 정씨는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장기기증 의사를 물었다. 정씨는 2008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서약한 상태였다. 남편인 김씨와 가족들은 장기를 기증에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그간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애써왔던 정씨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끝내 기증을 못 받고 세상을 떠난 경우를 보면서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와 남편 김종섭씨. 부부 모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한다. [사진 김종섭씨]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와 남편 김종섭씨. 부부 모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한다. [사진 김종섭씨]

남편인 김씨도 이미 장기기증 서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아내와 장기 기증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내가 골수 조직도 다 기증했기 때문에 나중에 유전자가 맞는 사람이 있으면 추가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장기를 기증할 상황이 생기면 똑같이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정씨는 17일 간ㆍ신장ㆍ각막 등을 기증하면서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정씨의 나눔엔 친오빠인 정길영 목사의 영향이 컸다. 정 목사는 2007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영동지부 초대 본부장을 역임했다. 정씨도 지부 간사로 3년간 일했다.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집이 있던 강릉과 영동 지방의 교회를 다니며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알렸다. 교회 예배가 끝날 때 장기기증 희망 등록지를 나눠주면서 교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강릉ㆍ동해ㆍ삼척ㆍ고성ㆍ양양까지 영동 지역의 거의 모든 교회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여동생은 평소에도 장기기증 캠페인에 앞장서며 생명 나눔의 소중함을 널리 알려왔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누군가의 삶이 동생을 통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생명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사진 김종섭씨]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정현숙씨의 생전 모습. [사진 김종섭씨]

정시는 봉사활동에도 열성을 보였다. 갑작스레 찾아온 뇌출혈로 예전과 같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이웃을 위하는 마음은 그대로였다. 3년 전 서울로 이사한 뒤 몸담았던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에선 노인대학 안내 도우미를 자청했다. 강릉에서도 점심 무료 봉사에 나선 바 있다. 늘 밝은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줬다고 한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 때에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감사하다"며 "본부와 생명나눔운동을 함께 이끌었고,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킨 고인의 사랑과 희망을 잊지 않겠다. 아름다운 기적의 소식을 들려준 기증인의 사랑이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언ㆍ정종훈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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