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니어클럽 소속 할머니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18일 고양시에 500매를 기증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이들의 공통점은 젊은 시절 양장점 등에서 익힌 재봉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넘쳐나는 기성복에 숙련된 기술이 사장돼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술로 "코로나 난국을 극복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성모·64세, 은평시니어클럽)라며 한달음에 재봉틀 앞에 앉았다.
현재 마스크 의병대를 자처한 어르신은 400여 명. 60대 중반에서 80대에 이르는 할머니까지 기력이 쇠할 법도 하지만 작업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고양시니어클럽에는 10명의 할머니가 하루 400여 매의 마스크를 생산한다. 이렇게 만든 마스크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관, 취약계층 등에 기부도 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도 한다. 18일에는 500매를 고양시에 기증했다. 기증분 이외에 일부 판매한 대금은 원자재 구입 등에 쓴다.

은평시니어클럽 'THE DOUL'사업단의 할머니들이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마스크만 만드는 게 아니다. 전북 군산시니어클럽은 성금 100만원을 모아 군산시에 전달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충남 서산시의 70대 어르신은 일자리 활동비를 모아 100만원을 서산시에 내놨다.
고양시니어클럽에서 마스크를 제작 중인 홍민자(79) 할머니는 "마스크 대란에 한 땀 한 땀 일해서 보탬이 되니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분들도 열심히 (맡은 바 일을)해주시고, 각처의 여러분들도 열심히 해서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이들은 할머니 코로나 의병대"라며 "우리 주변의 어려운 친구와 모든 자식, 손주를 위하여 기꺼이 나서준 어르신들이 눈물 나도록 고맙다"고 말했다. 고양시니어클럽 신우철 관장(46)은 "어르신들의 마음이 담긴 마스크를 보면 고마움이 안 생길 수 없다"며 "국가적 위기에 발 벗고 나선 어르신들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