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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자산운용사 통해 우회투자, 손실나면 누구 책임?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21)

 
모든 투자에는 손익이 따릅니다. 안정적인 투자는 손해 날 가능성이 작지만 수익률은 높지 않겠지요. 위험한 투자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손실을 감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금융상품은 워낙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손익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문제 된 한 자산운용사의 DLF 판매 및 환매 거부 사태에서 투자자는 DLF 상품이 무엇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그 기초자산의 위험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을 겁니다(심지어 DLF 상품을 판매한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매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자산운용사의 장밋빛 전망에 심취해 그저 투자설명서와 위험고지서 서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위 서류에는 ‘상품의 위험을 숙지하고 신중히 결정했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겁니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자산운용사에 항의한들 자산운용사는 서류를 제시하며 “정말 죄송하지만 배상해드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하겠지요.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겠지요.
 
자본시장법에서 제37조는 금융투자업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투자업자와 고객 사이에는 고도의 신뢰관계가 있고, 금융투자업자는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혹은 자산운용사가 투자권유를 하면서도 투자설명서에 나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거나, 투자목적에 비추어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는 거래를 한다면 고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때 은행 등은 고객 보호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법원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금융투자업자로서도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모든 법적 안전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자와 고객 사이에는 고도의 신뢰관계가 있고, 금융투자업자는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진 Pixabay]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자와 고객 사이에는 고도의 신뢰관계가 있고, 금융투자업자는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진 Pixabay]

 
최근 투자자 보호의무와 관련한 대법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기관투자자인 A협동조합은 B자산운용사가 미국의 플로리다 주에 대규모 호텔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A협동조합은 신용협동조합법상 B자산운용사의 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 C자산운용사와 협의해 C자산운용사의 부동산펀드에 우회해서 투자했습니다. B자산운용사가 펀드의 운용 및 성공보수를 지급받되, C자산운용사는 운용보수만 받고 실제로 펀드는 운용하지는 않고 B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펀드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임무가 모두 종료된다고 합의한 겁니다. 물론 B의 투자설명서와 C의 투자설명서는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C자산운용사는 사실상 A협동조합이 B자산운용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만 해준 것이었지요.
 
안타깝게도 위 호텔 개발사업은 착공조차 못 한 채 실패했습니다. 일부 배당금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날리게 된 A협동조합은 B, C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 C자산운용사 모두 책임을 부정했는데요, B자산운용사는 A협동조합과 실제 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C자산운용사는 자신은 A협동조합을 B자산운용사에 연결만 해주었을 뿐 실제로 펀드운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조정까지 거쳤지만 결국 합의는 불발되었습니다. 
 
2심은 B, C자산운용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B,C자산운용사 모두 A협동조합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뜻 보아도 A협동조합은 분명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관여된 자산운용사 모두 고객보호책임이 없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 되는데요. 결국 대법원은 사건을 뒤집었습니다. 이번에는 B,C자산운용사 모두 A협동조합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시킨 겁니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다223494 손해배상(기)).
  
B자산운용사는 A협동조합이 C자산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할 때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A협동조합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C자산운용사 역시 투자자인 A협동조합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사진 Pixabay]

B자산운용사는 A협동조합이 C자산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할 때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A협동조합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C자산운용사 역시 투자자인 A협동조합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사진 Pixabay]

 
대법원은 투자사업의 성공을 위해 투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B자산운용사가 A협동조합으로 하여금 C자산운용사의 펀드에 가입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B자산운용사가 펀드설정을 주도했다고 본 겁니다. 
 
따라서 B자산운용사는 A협동조합이 C자산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할 때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A협동조합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뜻입니다. C자산운용사 역시 A협동조합이 가입한 투자자산의 자산운용회사로서 투자자인 A협동조합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설령 실제로 투자사업을 주도한 것이 설사 B자산운용사라 할지라도, C자산운용사는 자신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인 A협동조합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지요.
 
물론 반드시 B,C자산운용사 모두 A협동조합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B,C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B, C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제 시작될 파기환송심에서 다투어지겠지요. 2013년에 1심에서부터 시작된 소송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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