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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시선] 코로나 의병들에게 갈채를

이정민 논설위원

이정민 논설위원

대구가 코로나 사태의 고통을 겪은 지 한 달을 넘어섰다. 아직 온전히 터널을 벗어났다고 보긴 이르다. 오히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터널의 한 켠에서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며 위대한 시민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물 빠진 갯벌에 온갖 퇴적물이 드러나듯 코로나19 사태의 어둠이 쌓아온 부유물의 형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 방역모범국 생색낼때 아냐
사태 악화 막은건 의료진 헌신
바이오 강국 향한 물꼬 터줘야

#의료 코리아
 
중국발 감염원 차단과 초기 방역 실패로 궁지에 몰렸던 정부가 자화자찬으로 돌아섰다. “전면적 입국 금지의 극단적 선택 없이도 방역에 성공했다.”(문재인 대통령) “한국이 세계 방역의 모범 사례.” (박능후 복지부장관) 과연 그런가. 방역 모범국이란 찬사는 초기에 빗장을 걸어 잠가 피해를 최소화한 대만(67명 확진·1명 사망)과 싱가포르(243명 확진·사망자 없음)에 돌아가야 맞다. 그래도 한국이 모범국으로 칭송받는다면 그건 순전히 시민들의 몫이다. 무엇보다 우수한 의료 인력과 인프라, 의료진의 헌신의 공이 크다. 초반 방역에 실패한 4국(중국·한국·이탈리아·이란) 중에서 한국만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은 건 의료진의 기민한 대응 때문이다.
 
대구는 코로나 대응의 전범 도시로 통한다. 이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인사의 전언이다. “코로나 초기,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하루 확진자가 수백명씩 나오자 민간이 발 벗고 나섰다. ‘메디 시티’를 위해 대구는 이미 의사·한의사·치과의사·약사·간호사 등 의료 5단체가 ‘메디시티협의회란’걸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협의회가 산(産)·관(官)·학(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구 시내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참여하도록 일사불란한 대응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병원 병상으로는 환자를 다 수용할 수 없는 문제에 부닥쳤다. 연수원 같은 병원 외 시설을 써야 하는데, 생활치료센터라는 게 따로 법규가 없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가 선뜻 나서지 않으려 했다. 의료진이 밤샘 토론을 벌였다. 그래도 결국 이 방법밖에 없었다. 권영진 시장도 건의를 받아들였다. 코로나 사태의 영웅은 시민들이지 정부가 아니다.”
 
G7 국가인 이탈리아에선 왜 대구 방식이 먹히지 않았을까.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는 이탈리아의 의료사회주의에 해답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탈리아의 의사·간호사는 모두 국가 공무원이다. 진단·치료·입원이 모두 무료다. 방역 실패의 원인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한경 다산칼럼)  
 
트럼프 대통령도 화제로 삼을 만큼 관심을 끈 드라이브 스루 검진 역시 병원과 지자체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하루 1만건 정도를 소화해내는 빠른 검진은 씨젠·솔젠트 같은 진단키트 개발업체의 발 빠른 대응이 주효했다.
 
#코로나 의병
 
의사·간호사 등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자원봉사자는 일손 부족을 메운 ‘코로나 의병’들이다. 정부가 시진핑 방한 같은 정치논리에 빠져 봉쇄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일본과 부질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의병들은 땀 흐르는 방호복을 입고, 벤치 한켠 쪽잠을 자며 일손을 보탰다. 고글 자국 선명한 이마, 방호복 갈아입을 때의 상처에 덧댄 얼굴 붕대 자국은 생명을 건져낸 자랑스러운 상처다. 이들에게 기꺼이 무료 도시락을 싸 나른 시장 상인들의 손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마치 잘 짜인 거대한 2인3각 경주를 보는 듯하다. 대구를 찾은 ABC기자는 “이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정적과 고요만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에 더욱 강인해지는 불굴의 DNA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꿔온 원동력이란 걸 말이다.
 
코로나 사태도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하지만 시련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료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 받은 걸 생색 낼 주인도, 그 때도 아니다. 규제의 벽을 허물지 못해 바이오 강국으로 뻗어나가지 못한 부분을 과감히 뜯어고쳐 이참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산 민간의 선진 의료 인프라와 우수한 의료 인력은 이미 입증된 터다. 무엇을 망설인다는 말인가. 관념과 이상에 치우친 권력의 이념은 한순간에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위험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음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인식을 과감히 바꿔야 할 때다. 그게 코로나 사태의 교훈이다.
 
이정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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