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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600도 무너졌다, 증시·원화값 10년 전으로

1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현황판을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81.24포인트(4.86%) 떨어진 1591.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9.59포인트(5.75%) 내린 485.1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현황판을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81.24포인트(4.86%) 떨어진 1591.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9.59포인트(5.75%) 내린 485.1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10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18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81.24포인트(4.86%) 내린 1591.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600선이 무너진 것은 2010년 5월 26일(1582.12) 이후 10년 만이다.
 

외국인 24일간 12.4조 ‘셀 코리아’
반도체·차 수출주 위주로 순매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이 투매
한국 완전탈출 아닌 현금 확보용

이날 장이 열릴 때만 해도 13.68포인트(0.82%) 오른 1686.12로 출발해 1600선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전날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겠다고 해 뉴욕증시가 반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날 오후 미국 주식시장 선물이 하락하면서 코스피의 낙폭도 덩달아 커졌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은 10일째 이어지고 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일보다 2.2원 내린(환율은 오름) 12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역대급 매도세입니다.”
 
외국인 거센 매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국인 거센 매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날 A자산운용사 주식 담당자는 혼란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 등의 ‘바주카포’ 같은 경기 부양책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파는 걸 보면 주가 하단까지 아직 멀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스피 크게 떨어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스피 크게 떨어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2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를 한 달도 안 돼 600포인트 넘게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루 1조원 넘게 판 적도 세 차례나 됐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2조4354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역대 최장 기간(33거래일) 순매도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8년 6월 9일~7월 23일)의 8조9834억원을 뛰어넘는 투매다.
  
한국, 글로벌 위기 때마다 외국인 ‘ATM’  
 
외국인 탈출의 트리거(방아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공포다. 그 여파로 세계 경기 둔화, 국제 유가 급락,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은 좋은 매도 대상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둔화하면 공산품 수요가 줄어 전 세계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그래서 제조업 경기와 일맥상통하는 한국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주 위주로 내다 팔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코로나19로 주식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삼성전자(5조6195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1조4118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7106억원), 현대차(6860억원), SK이노베이션(3387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유동성과 개방도가 높고, 증시 거래 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이라 외국인이 주식을 사고팔기 쉬운 여건인 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한국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다. 주가 반등 여부가 외국인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한국 주가지수와 외국인 순매수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특히 주가가 하락할 때 상관관계가 더 높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단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주식 팔고 국채 3.5조 순매수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주식을 판 외국인 자금이 국외로 많이 빠져나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가 외환시장이다. 통상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나면 원화값은 떨어진다. 주식을 판 외국인이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20% 급락했지만, 같은 기간 달러당 원화값은 2.6% 떨어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을 판 돈을 국외로 가지고 나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금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돈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몰린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이 이달 들어 17일까지 순매수한 국채는 3조5386억원 규모다.
 
황의영·문현경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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