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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처 달랐다…‘아시아 4龍’ 코로나 위기에 주목받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The four asian dragons)

[사진 網路截取]

[사진 網路截取]

1970~80년대 고도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4개의 국가(또는 지역)가 있었다.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이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아시아의 성장을 이끌던 이들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또는 호랑이)이다. 세계은행은 1993년 이들 4룡의 성장을 평가한 보고서에 ‘동아시아의 기적’이란 제목을 붙였다. “수년간 고도성장한 개발도상국은 있어도 이를 수십 년간 지속한 나라는 없었다”란 이유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1990년대 이후 상황은 바뀐다. 세계 무대에 등장한 중국 때문이다.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이 되어 돈을 끌어모았다. 아시아 경제의 대표적 성장엔진은 이제 4룡이 아닌 중국이 됐다. 중국의 위력 앞에 4룡은 중국에 경제·산업적으로 점점 의존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이란 이름도 잊혀 갔다.

최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중국경제주간]

[사진 중국경제주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바이러스 창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네 나라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차단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과 가깝고 교류가 많음에도 말이다. 확진자 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확연히 적다. 1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싱가포르 243명, 홍콩 157명, 대만 67명이다. 한국은 8320명으로 많지만, 적극적인 검사로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확산 못 막는다. 전략 바꾸자” 싱가포르 총리 ‘솔직 고백’

1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말레이시아 조호르에서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로 출근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말레이시아 조호르에서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로 출근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구 570만 명의 싱가포르는 중국 당국이 우한 발 ‘신종 폐렴’ 상황을 공식화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월 초 우한에서 출발한 여행객을 상대로 열과 호흡 이상자를 가려내 격리했다. 이어 확진자 입국이 발견되자 즉각 우한 발 여객기 취항을 금지했다. 또한 싱가포르 내 3개 대학의 숙박시설(호스텔)을 즉각 코로나19 관련 시설로 바꿔 감염지역에서 온 입국자를 이곳에 강제 격리했다. 신속한 대처였다.
지난달 8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영상으로 코로나19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총리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8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영상으로 코로나19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총리실 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2월 초까진 확진자 수가 30여 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그러자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나섰다. 그는 지난달 8일 영상 담화문에서 “지난 며칠간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며 “확산을 막기가 더는 어렵다”고 숨김없이 고백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늘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경증 환자는 자가 격리하고 의료기관은 취약 환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신 “두려움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사회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와 상점도 예정대로 운영했다.
 
대신 국민 생활습관 개선에 집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며 "손을 자주 씻고 하루 두 번 체온을 재라"는 등의 행동수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 당국은 지침을 어긴 이를 가차 없이 처벌했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출입국관리국(ICA)은 주거지에 머물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은 45세 중국 국적 영주권자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추방한 뒤 재입국을 금지했다.

마스크 배급제·강력 처벌 대만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줄은 선 채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줄은 선 채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은 전 세계가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기다리던 사건 초기에도 강력한 조치를 신속히 썼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WHO에 코로나19 발생을 통보하자 우한(武漢) 직항편 탑승객 검역을 곧바로 했고 1월 15일 코로나19를 법정전염병으로 공식 지정했다. 1월 26일 후베이성발 입국을 막았고 2월 7일부터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에서 오는 비(非)대만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또한 자가 격리조치를 위반할 경우 3만3200달러(약 3900만원)의 벌금 등 엄격한 제재 방법을 택했다.
 
무엇보다 마스크 부족 상황에서 의연히 대처했다. 대만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사들인 뒤 정부가 지정한 약 6000개 약국에서 판매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를 일주일에 성인 2개, 어린이 4장으로 제한했다. 건강보험증 ID 번호를 통해 중복 구매를 방지했다. 한국이 지난 9일부터 실시한 마스크 5부제와 같은 준 배급제를 이미 실행한 것이다.

홍콩, ‘사스 기억’에 시민 자발 참여

지난달 4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국경을 닫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4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국경을 닫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과 육상 교통으로 이어져 있는 홍콩은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의 방역 성공 비결로 빠른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꼽았다. 홍콩 정부가 국경봉쇄에 미적지근하자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3일 홍콩 의사·간호사 2400여명이 거리로 나서 “중국과 통행을 전면 중단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홍콩 감염학계에서도 “접경지역을 전면 봉쇄하는 것만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힘을 보탰다.
 
결국 홍콩 정부는 지난달 4일 중국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는 주요 관문을 폐쇄했다. 니콜라스 토마스 홍콩시립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코로나19가 발병하자 홍콩 시민들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기억을 되살렸다”며 “정부가 조치를 취하게끔 만들어 홍콩 내 확진자 수가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홍콩의 한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6일 홍콩의 한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이 외에도 공무원의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1월 말부터 취했다. 유치원과 학교도 2월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4월 20일까지 연장됐다. 이미 홍콩은 학교 문을 닫는 게 전염병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지난 12년 동안 4차례 시행했다. 학생들은 교실 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 "200명당 1명꼴 신속 검사"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방문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검사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방문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검사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사실 한국은 앞선 세 나라에 비해 확진자 수가 많다. 하지만 신속한 검사로 확산 세를 막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차를 타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외신 기자들이 직접 체험할 만큼 전 세계에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데버러 벅스 미국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조정관(가운데)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데버러 벅스 미국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조정관(가운데)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미국도 수입해 쓸 정도다. 데보라 벅스 미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한국의 혁신 기술 (드라이브 스루 검사)을 발전시켜서 미국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200명당 1명꼴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검사 정책을 펴고 있다”며 “확진자 규모가 8000명 언저리에서 큰 변동이 없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는 다르다. 중국과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호텔 직원이 이 호텔에 머무른 산시성 출신 의료진이 떠나는 날 눈물을 흘리고 있다.[신화=연합뉴스]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호텔 직원이 이 호텔에 머무른 산시성 출신 의료진이 떠나는 날 눈물을 흘리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감염병 전문가 벤자민 코울링 홍콩대 교수와 림웨이원 연구원의 글을 소개했다. 싱가포르·대만·홍콩의 코로나19 대처법에 대해서다. 특히 이들 세 나라의 방역 방식이 코로나19의 진앙지 중국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 NYT는 주목했다.
지난달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쇼핑중심가에 인적이 거의 없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쇼핑중심가에 인적이 거의 없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코울링 교수는 “중국은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일대를 일방적으로 봉쇄해 약 6000만 명의 시민의 움직임을 강제로 막고 전국의 공장·상점 운영을 폐쇄하고 나서야 코로나19 확산세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개인의 권리 보호를 우선시하는 다른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선 따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든 것이 바로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이다. 그는 “이들 국가는 지리적 또는 문화적으로 중국에 인접해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한 환경”이라며 “그럼에도 중국과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잘 차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 서울 동작구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에 설치된 '글로브-월'(Glove-Wall)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 채취실에서는 의료진이 의심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무방하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동작구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에 설치된 '글로브-월'(Glove-Wall)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 채취실에서는 의료진이 의심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무방하다. [연합뉴스]

한국 역시 대안 모델로 평가 받는다. WSJ은 “급속히 퍼져나가는 코로나19에 허가 찔린 다른 나라들에 한국이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애덤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이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제롬 애덤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이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보건당국 수장은 아예 목표를 한국으로 두고 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16일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는 2주 전 이탈리아와 같다”며 “현재로썬 우리가 앞으로 이탈리아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공중보건 조치를 한다면 한국이 될 희망도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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