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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기금, 삼성전자·현대차 등 130곳 주총 안건에 반대

지난해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해외 연기금들이 국내 주요 기업의 이사·감사 선임 등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의결권 정보광장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기업은 130여 곳에 달했다.
 

정의선 사내이사건 모두 반대

해외 연기금들은 삼성과 현대차·SK·LG 등 대기업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오는 18일 주총을 여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해외 연기금 6곳 모두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이유에 대해 BCI는 “충분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failing to ensure that all key board committees are fully independent)”이라고 밝혔고, OTTP는 “이사회의 여성수가 충분하지 않다(insufficient number of women on the board)”며 “의미 있는 기간 안에 성별 다양성을 강화하라(increase gender diversity within a meaningful time-frame)”고 요구했다. 플로리다연금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3곳 이상의 이사회에 속한다(serves on more than 3 boards)”는 것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외에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글로비스 김준규·임창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6개 해외 연기금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사장 등 “독립성 훼손”이 주된 이유

삼성전자 최윤호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7곳 중 4곳이 반대했다. 플로리다연금은 최 후보자가 CFO를 겸한다는 이유에서 반대했고, BCI도 같은 이유로 최 CFO를 ‘내부자(insider)’라고 표현했다. 삼성전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도 7곳 중 3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 안건에 입장을 공개한 3곳의 해외 연기금은 모두 김태한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가 핵심 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SK하이닉스의 이석희 사장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선 해외 연기금 5곳 중 4곳이, LG생활건강의 김기영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는 5개 해외 연기금 모두가 반대 입장을 냈다. 김기영 변호사의 경우 법무법인 율촌 소속 변호사로, LG생활건강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율촌과 법률 자문계약을 맺어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판단이다.
 

기업들 “기계적 반대 목소리 커져 부담”

해외 연기금들은 매년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비록 이들이 가진 상장사 지분이 작아 이들의 의결권 행사가 안건 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기업들은 이런 반대 움직임이 국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기금 등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투명성 제고 등 기업의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반대는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를 낳아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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