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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지금이 ‘모범 사례’ 운운할 땐가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하루 900명 넘게 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70명 선으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자화자찬이 가관이다. 지난 8, 9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이 방역 모범 사례”라고 하더니 지난 13일 청와대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의 방역 방식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대놓고 정부가 잘했다는 주장이다.
 

확진자 비율, 대만의 56배 달해
세계적 전염병, 재발 가능성 커
미·중 갈등, 역세계화 대비해야

그런 흰소릴랑 주변부터 보고 하라.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중국을 오가는 대만에선 16일 오전 현재 고작 67명의 확진자가 나와 단 한 명이 숨졌다. 인구를 고려해도 한국은 대만의 56배다.
 
비결은 뭘까. 해외 언론들은 과감한 ‘조기 차단’을 이유로 꼽는다. 대만은 지난달 초 확진자가 10명을 넘자마자 중국에서의 입국을 차단했다. 마스크 수출은 1월 말부터 막았다. 이런 나라를 두고 우리가 모범 국가라 자랑할 수 있나.
 
지금은 거국적 ‘사회적 거리 두기’ 덕에 코로나의 기세가 확 꺾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나. 개학을 마냥 연기하고 교회·성당·사찰도 계속 닫아 둘 수는 없다. 교인 1만 명 이상인 대형 교회는 수도권에만 15개다. 정상 생활로 돌아가면 숨죽였던 코로나가 또다시 확 퍼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 대역병은 잠시 주춤했다 다시 덮쳐 오곤 했다. 1831년 유럽에서 창궐한 콜레라는 20세기 초까지 다섯 번이나 재발했다.
 
어쨌거나 확진자가 준 건 사실이니 이제는 코로나의 후유증에 신경을 쓸 때다. 최악의 경기, 미뤄지는 개학 등 곳곳이 문제투성이지만 국제관계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구촌엔 어떤 태풍이 닥쳐올까.
 
우선 전 세계적인 ‘역(逆)국제화’ 바람이 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세 때 그랬듯, 낯선 외국인이란 죽음의 병을 묻혀 오는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질 거다. 그리하여 각국은 입국자에 대한 검역체계를 강화하는 건 물론이고 해외 교류에 소극적으로 돌 공산이 크다.
 
무역·해외투자 등 국가 간 경제활동도 대폭 위축될 수 있다. 현대차 등 국내외 기업들은 해외 부품 조달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각국이 자급자족 쪽으로 방향을 틀면 유난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결정타가 된다.
 
둘째, 리더십에 금이 간 각국 정부는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에서는 미국이 이번 괴질을 퍼트렸다는 음모론이 활개 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우한에 코로나를 가져온 게 미군일지 모른다”는 글을 버젓이 올릴 정도다. 우리는 어이없어 하나 중국에선 이런 음모론이 퍼진 지 오래다. 미국이 수년 전부터 세균전을 준비했으며 지난번 사스 역시 미국이 퍼트렸다는 거다. 중국의 음모론자들은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의정서를 거부한 것을 간접증거로 든다. 문제의 의정서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됐는데도 말이다.
 
미국에선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무기화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하다 일을 냈다는 괴담이 돈다. 우한 연구소 연구원이 감염된 동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바람에 인간에게 옮았다는 것이다. 둘 다 확인 안 된 이야기이나 두 나라 안에서는 서로를 헐뜯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트럼프는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이고, 시진핑 역시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터라 인기 만회를 위해 양쪽 모두 강경하게 나갈 공산이 크다. 무역분쟁을 겨우 봉합한 미·중 관계가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중간에 끼인 한국은 또다시 어느 편을 들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대북제재에 협조적이던 중국이 미국과의 싸움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 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북한 문제는 더 꼬일 게 뻔하다. 이렇듯 지금은 자화자찬은커녕 코로나의 후폭풍을 고민하며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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