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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발코니 노래의 ‘희망’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파바로티는 물론이고 웬만한 테너가 한 번씩 부른 노래, 오페라를 안 본 사람도 아는 노래가 바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중의 한 노래인데 정확한 뜻은 ‘아무도 잠들지 않고’(Nessun Dorma)다. 고대 중국의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가 이방인 왕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잠들지 말라고 전 국민 명령을 내리는데, 왕자가 이 명령을 곁듣고 따라서 되뇌며 시작하는 노래다.
 
이 노래가 이탈리아 집집의 발코니에서 불리는 것을 동영상으로 봤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된 이탈리아 사람들은 좁은 발코니에 서서, 아니면 창문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노래를 하고 있다. 물론 ‘투란도트’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국가로 시작해 민요인 칸초네, 남미의 춤곡, 유행가까지 부른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집안의 프라이팬부터 탬버린을 동원해 춤추며 노래한다. 중요한 것은 같이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층, 한 아파트부터 마주 본 건물의 사람까지, 한 블록 내의 가족들까지 합창이고 떼창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를 ‘연대(solidarity)’라 표현했다.
 
밀라노에서 창문 열고 노래부르는 한 여성. [AP]

밀라노에서 창문 열고 노래부르는 한 여성. [AP]

음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등장한 것은 인류사에서 최근의 일이다. 음악과 춤의 기원은 무리의 결속력 확인이었다. 맹수로부터 두려움을 물리치고, 같은 곡조를 부르면 같은 족속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음악은 생물학적으로 유용해 인간이 살아남도록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동영상에서 한두 명이 노래를 시작하면 거기에 얼굴도 안 보이는 사람들이 화음을 넣는다. 바이러스가 억지로 떼어놓은 사람들이 공포에서 애써 벗어나 소리로 서로를 찾는 것이다. 음악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밀라노의 차이나타운에 사는 이탈리아 남성은 13일 집의 창문을 열고 ‘아무도 잠들지 않고’를 불렀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저 개인들의 묶음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오페라 ‘투란도트’의 회자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공주 투란도트의 냉혹한 정치로 어려움을 겪던 한 나라는 투란도트가 ‘사람 사이의 사랑’을 이해하면서 돌파구를 찾는다. 이 노래가 의미심장한 또 다른 이유는 극 중의 수수께끼 때문이다. 마음을 열지 않던 공주 투란도트는 왕자에게 수수께끼 세 개를 낸다. 왕자는 풀지 못하면 죽는데 첫 문제부터 까다롭다. “어두운 밤에 날아가는 환상이며 모든 인류의 환영이다. 아침에 사라지며 밤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왕자의 외침은 정답이다. “희망! (La speranza!)”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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