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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교민 "파리까지 8시간, 방역 본적 없어···전세기 띄워달라"

“밀라노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파리까지 기차로 가라고 하는 데 8시간이 걸려요. 애를 데리고 어떻게 가요”
 

24000여명 확진자 나온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도 불안

“프랑크푸르트로 가면 된다는데 항공사에서도 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경유지에서 22시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더라고요”
 
이탈리아 피렌체 중앙역 상황. 민영회사인 italo는 운행을 중지한다고 쓰여 있다. [사진 오승한]

이탈리아 피렌체 중앙역 상황. 민영회사인 italo는 운행을 중지한다고 쓰여 있다. [사진 오승한]

 
이탈리아에서 지난 14~15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 이상 쏟아져나오면서 현지 교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직항편은 모두 끊긴 상태.
 
15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2만 4747명)뿐만 아니라 스페인(7798명), 독일(5795명), 프랑스(4499명), 스위스(2217명), 영국(1372명), 노르웨이(1230명), 네덜란드(1135명), 스웨덴(1024명) 등에서도 빠르게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른 유럽 국가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꺼려진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15일 본지와 통화 연결된 밀라노 거주 18년 차 교민 최경선(46) 씨와 피렌체 거주 9년 차 교민 오승한(36) 씨 모두 정부가 이탈리아에 전세기를 투입한다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한국인 아내가 임신 26주차에 들어선 상황이다.
 
최씨는 17개월 된 아들도 두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첫 지역 감염이 확인된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인 밀라노에 거주하는 최씨의 걱정이 크다. 이탈리아 내 한국 교민 수는 롬바르디아주를 포함한 북부 3개 주에 2400명, 그 외 지역에 2200명 등 총 4600여명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 곳곳에 경찰이 지키고 있다. 집 바깥으로 이동하려면 자술서를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사진 오승한]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 곳곳에 경찰이 지키고 있다. 집 바깥으로 이동하려면 자술서를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사진 오승한]

 
최씨는 이탈리아 정부가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동선이 공개 안 되니, 방역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씨는 “한국은 동선을 다 공개하니까, 해당 시간대에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지 않나. 여기는 일일이 찾아내거나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 등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선 공개를 안 하니까 소독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피렌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씨는 “방역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의 안 나가는 수준이다. 로마나 베네치아 교민들에게 물어봐도 방역하는 건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의 치료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현지 의료진의 발언까지 나오는 상황. 자국민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외국인이기에 갖는 두려움은 더욱 크다.
 
최씨는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집중하라는 개념이다 보니까 의사들은 정신적으로 멘붕이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국민도 제대로 치료 못 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만약 확진 받았을 때 동등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10여년 이상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정부가 공공의료 설비에 대한 투자를 대거 삭감했기 때문에 의료 시설들이 엄청나게 낙후돼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마트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승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마트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승한]

 
무엇보다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점점 막혀가고 있다는 것이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다. 현지 밀라노 총영사관이 밀라노→파리→인천 또는 로마→프랑크푸르트→인천 등의 귀국 루트를 안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 그렇다.
 
최씨는 “혼자 몸이면 어떻게든 육로를 통해 직항이 있는 곳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겠는데, 가족들을 다 대동해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다른 유럽 지역도 이제 안심할 수 없고, 차리라 직항으로 전세기가 들어와 준다면 그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씨 역시 “경유편은 프랑스 파리, 카타르 도하, 러시아 모스크바 정도 남아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동하는것 자체도 문제고 공항 도착하면 몇십 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저희는 전세기가 뜨면 바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한 병원 내 모습. 병원에는 한 명씩 밖에 입장이 안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떄문에 앉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 오승한]

이탈리아의 한 병원 내 모습. 병원에는 한 명씩 밖에 입장이 안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떄문에 앉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 오승한]

 
오씨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귀국을 권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씨는 “스페인도 마찬가지고 프랑스, 독일, 스위스에서도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다. 그쪽에서도 곧 못 나오게 되는 건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일단 거기는 열려 있으니 귀국하려면 서두르라고 말해주는 게 먼저인 것 같고, 이탈리아에는 가능하면 전세기를 띄워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에 따르면 로마에 위치한 이탈리아가이드협회가 전세기 수요를 조사해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 전달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난 9일 “이탈리아 밀라노도 전세기 지원을 부탁드립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24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이탈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도 지난 13일 자국민 150명가량을 철수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아직 이탈리아 전세기 투입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12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단 국내 항공편과 기차는 계속 운영되고 있고, 이탈리아 의료 체계가 상당히 선진적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확진된다 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철수 계획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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