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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반찬은 많은데

하준호 정치팀 기자

하준호 정치팀 기자

반찬은 많은데 먹을 게 없다. 4·15 총선을 앞둔 유권자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럴 것이다. 기존 기득권 정당에 신생 정당들이 앞다퉈 창당을 하지만, 찍을 데가 없다.
 
먼저 여당. 촛불정부를 자임했지만 촛불정신은 이미 점멸하고 있다. 당은 맹목적인 극렬 지지자들에 점령당했다. 다른 견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타깃을 정하면 맹렬하게 진격해 살점을 떼어먹는다. 그들의 색안경을 쓰면 파란 점퍼가 ‘빨간 점퍼’로 보인단다. 모든 걸 정치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과잉정치화에 음모론이 싹텄다. “대구시장은 코로나19를 잡을 생각이 없는 거 같아요.” 음모론을 비판하면,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을 덕목으로 삼은 한 ‘어용 지식인’은 이렇게 주장한다. “유튜브는 그러라고 있는 거예요.”
 
머릿수가 많으면 그게 ‘민주적 결정’이란다. 따르지 않으면 ‘배신’이라고 했다. ‘배신의 정치’. 박근혜 정권이 몰락의 분수령에서 자주 썼던 표현이다. 국회의원은 당원이 아니라 국민이 뽑는다.
 
다음은 야당. 최근 수다쟁이 기사가 모는 택시를 탔다. 더불어민주당도 싫지만 미래통합당은 더 싫다고 했다.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이 비슷한 생각일 거라고 대답했다. 영국은 야당이 그림자내각(shadow cabinet)을 만든다. 지금 통합당으로 그림자내각을 만든다면? 아마 제갈공명이 와도 고개를 가로저을 것 같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연동형 비례제는 대놓고 찢겼다. 권력에 눈이 먼 거대 양당엔 콧방귀 거리였다. 민주당도 극렬 당원들의 손을 빌려 연합정당에 참여한다고 한다. 사실 예견됐던 일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나왔지만 무시됐던 얘기여서다. 2018년 12월 15일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편 논의와 함께 합의했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는 어찌 보면 연동형 비례제의 연착륙을 위한 후속조치지만, 공중분해 됐다. 다이어트 결심은 잊고 좋은 옷만 입으려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셈이다.
 
먹을 것 없는 반찬에 머뭇대는 유권자들의 젓가락이 가엾다. 부모님은 아침상에 잡수실 게 없으면 젓가락을 내려놓고 밥을 물에 말아 드시곤 했다. 한국 정치를 말아 먹었다고 하면 그들이 즐겨 쓰는 이 말을 또 하려나.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또는 야당)에 있다.”
 
하준호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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