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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비밀 은밀한 그곳, ADD···영화처럼 '드론떼' 1000대 온다

 
‘태권 브이’ 로봇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24일 찾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얘기다. 이곳은 전략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소다. 존재 자체도 군사비밀인 ‘비닉’ 무기를 연구하는 은밀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ADD는 역량 노출을 막기 위해 부서 명칭이나 직원 규모와 같은 기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자주국방 무기 개발 현장 르포
군집 드론, 레이저 요격 무기 등
전염병 지역에선 로봇이 구난

 
태권 브이가 존재하지 않는지, 아니면 비밀로 감췄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드론ㆍ레이저 무기ㆍ로봇ㆍ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개발하는 첨단 무기와 핵심 기술을 살짝 엿보고 왔다.
 
2017년 공개된 시험 영상에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신형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다.  국방부는 수초 이내에 4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어 단시간에 대량으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2017년 공개된 시험 영상에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신형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다. 국방부는 수초 이내에 4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어 단시간에 대량으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 도착하자 드론 수십여대가 벌떼처럼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오륜기 대형을 만들었던 군집 드론 비행이 기억났다. 하지만 이날 비행한 드론은 평범하지 않다. 미래 전장에서 정찰ㆍ정밀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맡을 군사용 드론이다.
 
드론은 미래전 도심 작전에서 보병부대를 지원한다. 빌딩 숲 사이로 비행하면서 적이 숨어 있는지 살펴본다. 장착한 무기로 공격하거나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 자폭하는 공격도 가능하다. 드론은 크기가 작아 레이더 탐지가 어려워 촘촘하게 쌓여 있는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적 방공망을 파괴하는 임무도 기대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드론 수 십대가 동시에 비행하고 있다. 군사용 드론은 정찰과 공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박용한 기자.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드론 수 십대가 동시에 비행하고 있다. 군사용 드론은 정찰과 공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박용한 기자.

 
지난해 개봉작 ‘엔젤 해즈 폴른’에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수십 대의 드론이 날아가 자폭하는 공격을 생각하면 된다. 이날 수십 대의 검은 드론이 기자 머리 위에서 지상으로 떨어질 때 움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재문 책임연구원은 “선진국과 비교해 거의 유사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며 “제한된 임무라면 현재도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의 측량과 조난자 탐지 등 민간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 하듯 손쉽게 다룰 수 있다. ADD에서 개발한 군집 드론은 ‘분산제어’ 기술을 적용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임무를 내리기도 했고, 개별 드론에 독립적인 임무도 줬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병사 한 병이 100대의 군집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며 “최대 1000대 동시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DD에서 개발한 제어 기술은 드론 상호 통신도 가능해 드론 스스로 실시간 위치를 확인해 충돌을 방지한다.
 
국방과학연구소 충남 서산 항공시험장에서 강설 및 결빙에 따른 항공기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6개 시험장과 69개 전문 연구실험실 보유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방과학연구소 충남 서산 항공시험장에서 강설 및 결빙에 따른 항공기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6개 시험장과 69개 전문 연구실험실 보유하고 있다. [중앙포토]

 
소대장 드론을 임명해 배터리도 절감한다. 드론이 지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배터리 소모가 많이 늘어난다. ADD는 소대장 드론을 지정해 주변 드론의 정보를 모아 한 번에 지상으로 보내는 기술을 적용했다. 모든 드론이 지상으로 장거리 통신을 할 필요가 없으니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
 
이런 첨단 기술을 쉽게 개발한 건 아니다. 개발 초기에 참고할 자료가 없어 어려운 연구 과정을 극복했다. 시험 비행하던 드론은 여러 번 추락하기도 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드론이 추락해 산으로 드론을 찾으러 갔는데 추락지점에서 영지버섯 군락을 찾기도 했다”며 웃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비행하는 드론을 레이저로 요격해 관련 기술 개발을 입증했다. 레이저 요격기술은 로켓이나 미사일 등 다양한 대공방어 기술로 확대될 수 있다. [영상캡처=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는 비행하는 드론을 레이저로 요격해 관련 기술 개발을 입증했다. 레이저 요격기술은 로켓이나 미사일 등 다양한 대공방어 기술로 확대될 수 있다. [영상캡처=국방과학연구소]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다. ADD에선 날아가는 드론을 떨어뜨리는 기술도 개발한다. 박병서 수석연구원은 “원하는 지점에 강력한 레이저를 정확하게 쏴 표적을 무력화하는 무기”라면서 “수 ㎞ 이내에 접근하는 적성 드론ㆍ고정익 무인기ㆍ멀티콥터 등을 수 초 이내에 격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레이저를 사용하면 오발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ADD에선 이미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소형 드론이나 2014년에 발견됐던 북한 무인기 정도라면 여러 번의 실험으로 격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연구 시제품은 올해 1월 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시험한 레이저 대공무기. 1.5㎞ 거리에서 날아가는 로켓을 레이저를 쏴 요격하고 있다. [영상캡처=록히드마틴]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시험한 레이저 대공무기. 1.5㎞ 거리에서 날아가는 로켓을 레이저를 쏴 요격하고 있다. [영상캡처=록히드마틴]

 
레이저 무기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포탄ㆍ로켓탄ㆍ유도무기도 요격할 수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표적의 취약 부위에 레이저를 쏴 내부 화약에 불이 붙어서 자체적으로 터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개발할 수 있을까. 박 수석연구원은 “선진국과 유사한 기술 수준에 도달해 충분히 가능하며, 내년쯤 날아가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라며 “핵심 기술은 늦어도 2020년대 전반기에는 분명히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군 당국은 2024년에는 소형 무인기 및 드론을 방어하는 레이저 대공 무기를 실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1978년 9월 국방과학연구소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국내 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이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미사일을 둘러보며 개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1978년 9월 국방과학연구소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국내 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이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미사일을 둘러보며 개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사람처럼 복잡한 관절을 제어해 움직이는 로봇도 개발한다. 포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가운데에서 부상 장병을 구난하기 위해 개발됐다.
 
구난 로봇은 최대 2㎞ 범위 안에서 무선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완전하게 충전하면 최대 2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고, 이때 부상병 10명 정도를 안전한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 야간에도 작동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해 원격 조종이 편리하다. 또한, 부상자에게 접근했을 때 대화도 가능하도록 마이크와 스피커도 장착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구난 로봇은 사람처럼 다양한 관절을 제어할 수 있다. 박용한 기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구난 로봇은 사람처럼 다양한 관절을 제어할 수 있다. 박용한 기자.

 
ADD에서 구난 로봇 시스템 개발 전체를 주관하며 카이스트 휴보랩 등 11개 로봇 전문기관들이 참여한다. 김도종 수석연구원은 “핵심 기술은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전신을 제어하는 데 있다”며  “기술개발 1단계는 종료했고, 몇 년 안에 실전 투입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구난 로봇은 땅에 누워있는 장병을 안전하게 들어 올려 로봇에 장착된 들것으로 옮긴 뒤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한다. 박용한 기자.

구난 로봇은 땅에 누워있는 장병을 안전하게 들어 올려 로봇에 장착된 들것으로 옮긴 뒤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한다. 박용한 기자.

 
구난 로봇은 민간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화생방 오염지역과 재난 환경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져 의료진 감염도 늘었다. 구난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면 감염증 확산 지역에서 환자 후송 임무를 맡을 수 있다.
 
2017년 6월 안흥 시험장에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을 참관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2017년 6월 안흥 시험장에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을 참관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ADD의 역할은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순간에 빛을 낸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ADD 안흥 시험장으로 달려가 탄도미사일 시험을 참관하며 북한에 경고장을 보냈다. ADD에서 개발한 지대지 미사일인 ‘현무-2’는 최대 800㎞ 이내 어디라도 정밀하게 타격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 킬 체인(Kill Chain)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ADD는 1970년 자주국방을 기치로 설립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연구소 설립 과정은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위장 명칭을 사용해 은밀하게 진행했다. ADD는 기본 화기ㆍ전차ㆍ함정 등 무기 국산화를 이끌었으며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지킨다’는 가치를 구현했다. 최근에는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경제성이 낮아 민간기업에서 외면하는 비익(非益) 연구와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을 주관해 이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인공지능(AI)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실제 영상보다 판별이 어려운 가상 데이터를 생성한다. [영상캡처=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는 인공지능(AI)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실제 영상보다 판별이 어려운 가상 데이터를 생성한다. [영상캡처=국방과학연구소]

 
자주국방을 위한 연구개발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정부가 올해 국방 연구개발(R&D)에 3조 9000억 원을 투입한 배경이다. ADD 남세규 소장은 미래 도전 영역에 대한 ‘와해적 혁신’을 강조한다. 기존 연구개발 전통과 관행을 부수고 완전히 새롭게 도전하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ADD는 ‘미래전 예측’ㆍ‘신개념 무기 개발’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무기체계인 무인 로봇과 인공지능(AI) 개발이 주목받는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딥 러닝’은 패턴 분석에 쓸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알파고는 대국에 앞서 16만 건의 기보(바둑을 기록한 내용)를 학습했다. 하지만, 국방 분야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ADD에서 국방용 빅데이터 생성 및 처리 연구를 강조하는 이유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빅데이터 기술은 고화질 영상 1천 개를 동시에 처리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빅데이터 기술은 고화질 영상 1천 개를 동시에 처리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인공지능이 전차를 인식하려면 수많은 전차 영상을 학습해야 한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학습은 실제 영상만 활용한다. 이렇게 개발된 인공지능은 학습하지 않았던 중동의 사막과 같은 낯선 지역에서는 전차를 알아보지 못한다.
 
ADD는 가상 데이터를 만든다. 전차 도색을 다양한 문양과 색으로 바꿔 보기도 하고, 관찰 시점을 다양하게 하거나 사람이나 기둥으로 전차를 가려 보기도 한다. 실전에 투입된 인공지능이 오류 없이 작동하려면 이런 고난도 응용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은 국방 분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ADD에서 개발한 데이터 처리 기술은 1000개 이상의 고화질 영상을 통합 처리할 수 있다. 군인이나 무기 등 다양한 표적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거나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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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에는 국내 외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춘 연구원이 모여있다. 이들은 “국가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입소했다”며 “자주국방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연구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주국방의 초석은 보이지 않는 헌신 덕분에 쌓을 수 있다.
 
대전=박용한 기자
영상=강대석ㆍ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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