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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자리 왔다"던 김형오, 김종인·황교안이 흔들자 직 던졌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강남병에 공천했던 김미균 현 시지온 대표에 대한 추천을 철회했다. 동시에 공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1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강남병에 공천했던 김미균 현 시지온 대표에 대한 추천을 철회했다. 동시에 공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1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감투가 아닌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

지난 1월 17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말이다. ‘공천 과정에서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는 “죽기를 원하지 않고 살기로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 달 뒤 ‘사천(私薦)’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은 13일 직을 던졌다. 그는 전날 공관위가 서울 강남병 지역에 전략공천한 김미균(34) 시지온 대표의 '과거 친문 성향' 논란과 관련해 “김 대표 공천 결정을 철회한다.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에서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인재를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간적인 도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입장발표 하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 [연합뉴스]

입장발표 하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 [연합뉴스]

서울 강남병 지역은 공천 막바지에 접어든 공관위가 ‘화룡점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남겨놨던 전략지역이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이은재 통합당 의원은 컷오프(공천배제)됐고, 김은혜(성남 분당갑 공천)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여러 인사가 도전장을 던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혁신 공천을 하겠다”던 공관위가 ‘청년’과 ‘여성’ 우대 방침의 상징으로 이곳에 김 대표를 파격 발탁했지만, 발표 직후 “여권 지지 인사”라는 비판부터 “인지도가 낮은 신인을 무리하게 공천했다”는 주장 등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해 왔다.

 
다만 정치권에선 강남병 공천 철회는 김 위원장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단 분석도 나온다. 도리어 최근 ‘김형오 사천’ 논란을 정면으로 제기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불만과 그런 김 전 대표를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황교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항의성 사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갑 태구민(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 강남을 최홍 후보를 잘못된 공천 사례로 지목하며 ‘공천 후유증 해결’을 선대위원장직 수락의 선결과제로 꼽았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당이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공관위를 흔들어 자신이 부각되고자 하는 구시대적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 대해선 “김 위원장에게 ‘공천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황 대표가 초심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소 이사장. [연합뉴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소 이사장.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최근 잇따르는 공천 반발을 막아내기 위해 스스로 희생양이 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컷오프에 반발해 최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이 김 위원장을 향해 각각 “노추(老醜)”, “양아치”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또 컷오프된 5선의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국회부의장과 4선 김재경(진주을), 3선 권성동(강릉) 의원 등 중진 의원 상당수도 공관위의 재심 결과에 따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를 떠나며 “모든 화살을 나한테 쏟아라. 화살받이가 되겠다”고 했다. 또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잘못이 있다면 저에게 물어달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공관위를 흔드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공관위에 남아있는 것보다 밖에 있으면서 공관위 입장을 변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전격 사퇴로 공석이 된 공관위원장 자리는 이석연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일각에서 “황 대표 등이 김 위원장의 사퇴 번복을 설득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이날 사퇴 회견 뒤 공관위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누가 설득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석연 대행 중심으로 흔들리지 말고 개혁 공천을 끝까지 마무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사퇴의사 표명 후 황 대표와도 따로 만났다. 김 위원장이 “이석연 공관위원장 대행 체제를 지원해달라”고 하자 황 대표는 “그 동안 수고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연 뒤 입장문을 내고 “김 위원장이 의연하게 공관위를 이끌어주신 점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이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께서 공관위를 잘 이끌어주시고 혁신과 통합 공천의 임무를 완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일각에서 황 대표가 김 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김 전 대표 중심으로 공관위를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를 일축한 셈이다. 황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공관위를 해산하면 공멸한다”며 “이석연 체제를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선거가 얼마 남았다고 누구를 새로 앉히고 새로 뽑겠느냐”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가 태영호 전 공사를 두고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다. 강남갑 공천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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