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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보석 허가…503일 만에 마스크 끼고 구치소 나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3일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임 전 차장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청구를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3일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임 전 차장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청구를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퇴직 이후 장기간에 걸쳐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몇 사람 빼고는 기존 심의관들과 전혀 연락을 안 했습니다. 향후 제가 그 사람들과 연락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은 없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임종헌(61ㆍ사법연수원 17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일 보석심문에서 펼친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구속된 지 503일, 보석을 청구한 지 10일 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가 임 전 차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임 전 차장은 다음 공판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영장 추가 발부 후 10개월, 임 전 차장 영향력 감소”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지난해 5월)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났음을 짚었다. 그동안 임 전 차장이 구치소에 격리돼 있었고,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일부 참고인들은 이미 퇴직을 했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임 전 차장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했다”고 보석 사유를 밝혔다. 또 일부 참고인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 재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점 등도 증거 인멸 우려가 적다고 판단한 이유가 됐다.
검찰은 지난 보석심문 때 “보석으로 석방되면 참고인들을 회유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석을 반대했다. 또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실질적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은 20여일뿐이라 변경된 사정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달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가 부과한 조건 5가지

법원은 임 전 차장의 보석을 허가하며 5가지 조건을 붙였다. 
먼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이다. 두 번째는 보석 보증금 3억원 납입이다. 다만 법원은 보증금은 보석보증보험증권 보증서로 이를 갈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보석금의 1% 정도를 납부하면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보석 기간 중의 주거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임 전 차장의 주거지로 제한했다. 임 전 차장은 보석 심문 때 주거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판사가 보석 청구서에 적힌 주소를 읽고 맞냐고 묻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주거지를 변경하거나 출국을 할 때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 관련자들과의 접촉도 금지됐다. 법원은 “피고인은 직접 또는 변호인, 기타 제3자를 통해서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대리인, 또는 친족과 사건과 관련해 만나거나 전화ㆍ서신ㆍ팩스ㆍ이메일ㆍ휴대전화 문자전송ㆍ사회관계망서비스 등 그 밖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10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법원에서 하는 대로 따르겠고, 진술 번복을 유도하거나 회유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접촉 금지를 조건에 넣어도 이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석 보증금은 보증서로 갈음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0월 구속돼 11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5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 1심 구속 기간만료는 지난해 11월이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법관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멈췄다. 기피 신청이 진행되는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피 신청은 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기각됐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올해 3월 공판이 재개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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