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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출근한다" 코로나가 불러온 美 유급병가 논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사회에 유급 병가 도입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급여세 경감을 비롯한 신종 코로나에 따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는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유급병가를 제공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한단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12일 신종 코로나에 대비하고자 무료 확진 검사와 실업 보험(고용 보험) 강화, 유급 병가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직원이나,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쉬어야 하는 직원은 3달 동안 월급의 3분의 2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11일 미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장기 요양시설 라이프케어센터에서 방역요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방호복을 벗고 손을 소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 미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장기 요양시설 라이프케어센터에서 방역요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방호복을 벗고 손을 소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급 병가 전염병 방지 효과 없고, 경제 위축시켜" 

유급 병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론 옐로위츠 켄터키대 경제학 교수와 마이클 설츠만 고용 정책 연구소 대표가 기고한 칼럼 '유급 병가는 실패한 해답'을 실었다. 
 
이 칼럼에서 저자들은 "200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급 병가를 도입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를 보면 이로 인한 혜택보다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컸다"며 "2011년 연구에서도 (유급 병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저임금 소득자의 30%가 해고 또는 근로 시간 단축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코네티컷 주의 유급 병가 정책은 "상당한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고도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월마트 매장.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월마트 매장.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AP=연합뉴스]

해당 칼럼은 또 유급 병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에선 12개 주가 유급 병가를 시행 중인데 그 중 이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곳이 많다는 설명이다. 옐로위츠와 설츠만은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잠복기를 꼽았다. 전염병 증상이 나타나려면 평균 5일은 걸리는데, 그 기간 출근을 했다면 예방이란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의회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 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돈 벌겠다고…토하고 설사할 정도로 아파도 출근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아프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급 병가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혔다. NYT는 유급 병가가 있어 집에 머무를 경우 독감 전염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언급한 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볼 때 관광과 요식업 종사자의 45%만 유급 병가를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요식업 종사자 5명 중 1명은 토를 하거나 설사를 할 만큼 아픈 상태에서도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전했다.
 
NYT는 또 2012년도에 코네티컷에서 이미 유급 병가가 법제화됐고,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워싱턴 DC도 마찬가지지만 기업에서는 근로자를 계약별로 카테고리화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맥도날드는 최근 14일간 격리된 직원에게 임금을 지불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런 조치는 전체 지점의 20%에 해당하는 직영점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는 신종 코로나로 격리된 직원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80%의 지점은 이런 정책을 적용받지 않는다.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는 신종 코로나로 격리된 직원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80%의 지점은 이런 정책을 적용받지 않는다. [AP=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13일 기사에서 생계 때문에 아파도 쉴 수 없는 일부 미국 근로자들의 모순된 상황에 대해 전했다. 2009년 신종 플루 발생 당시에도 미국 근로자들은 아픈 상태로 출근해서 주변 직장 동료들을 전염시켰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 감염병에 대처하려면 다양한 공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정부에서 적정 수준의 질병 수당을 보장해 책임감 있는 시민들(증상이 나타나면 자체적인 격리를 취하는 시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쟁 속에서 미국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유급 병가 조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사기업인 월마트는 10일 성명을 내고 150만 명의 직원 중 격리된 이들은 최대 2주까지 유급 병가를 주고 결근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복 시간이 필요한 감염자는 최대 26주까지 유급 병가 대상이 된다. 
 
이외에도 아마존, 애플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도 유급 병가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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