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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재택 짜증, 끼니 걱정…코로나가 바꾼 집 분위기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70)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집마다 일상의 모습들에 많은 변화가 생긴 요즈음입니다. 저 역시 진행하던 일들이 대부분 중단되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남편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아이의 육아로 인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주일을 열심히 보내고 주말 이틀을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와 달리, 아이와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의 시간을 오롯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일상의 길게 이어지니 부모도 아이들도 지쳐갑니다. 
 
남편의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입니다.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아내는 좀처럼 가만있지를 못합니다. 무언가를 들고는 이방 저방을 계속 분주히 오갑니다. 사실 그날따라 유별난 행동은 아닙니다. 아내에게는 일상인 셈이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계속 분주한 아내로 인해 집중이 잘 안 됩니다. 전화 업무도 봐야 하고 집중해서 서류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내는 불쑥불쑥 청소기를 껐다 켰다, 방을 들어왔다 나왔다 합니다. 그러다 마침 걸려온 전화에 집중하려 방문을 쾅 닫습니다. 그런데 바람 탓인지 유달리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먼지를 닦아내던 아내는 그 소리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청소를 마무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집 밖을 나섭니다. 연락도 없고 말도 없이 나간 것을 보니 아내가 마음이 상한 것 같은데, 남편은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아내의 마음이 상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아내도 남편도 상대방에게 배려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이 그저 시간에 묻혀 지나가고 반복되게 되면 부부 사이엔 말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집마다 일상의 모습들에 많은 변화가 생긴 요즈음입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의 시간을 오롯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진 Pixabay]

코로나19 여파로 집집마다 일상의 모습들에 많은 변화가 생긴 요즈음입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의 시간을 오롯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진 Pixabay]

 
다행히 바람을 쐬고 마음을 정리한 아내는 작은 꽃 한 송이를 사 집으로 돌아왔고, 그사이 일을 마친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화분을 분갈이 해 슬며시 내밉니다. 그리고 부부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재택근무 기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지켜야 할 서로 간의 작은 약속을 합니다. 얼마 전 저희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부의 일상은 끊임없는 위태로움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고 상대방은 나의 입맛대로 바뀌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죠. 우리는 은연중에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주고받습니다. “에휴~ 사람 안 변해!!” 하고 말이죠.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사람 중에 내 아내와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한 편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주에 우리 부부는 결혼 36주년을 맞았다. 어떤 해에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외식을 한 적도 있고, 또 어떤 해에는 간단한 키스로 대신한 적도 있다. 또 한 번은 둘 다 독감이 걸려서 오렌지 주스로 건배한 후 침대에서 온종일 잔 적도 있다. 또 하필 결혼기념일 날 서로에게 너무 화가 나 있어서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간 적도 있다. 결혼이란 그런 거다. 돈이 많든 적든, 삶이 즐겁든 어렵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고, 어렵게 얻는 교훈이 있으며 너무나도 달콤한 순간이 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부의 일상은 끊임없는 위태로움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Pixabay]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부의 일상은 끊임없는 위태로움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Pixabay]

 
미국의 가족관계 상담사인 위니프레드 라일리(Winiefred M. Reilly)가 그의 블로그에 남겨둔 글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그녀는 이 글과 함께 36년의 부부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 36가지를 나열합니다. 그 가운데 요즈음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긴 사소한 불편함으로, 순간순간 어색했던 제게 다가온 몇 가지를 소개해 봅니다.
 
-'더없는 행복’이란 말은 부부 사이에 등장하면 안 된다. 결혼엔 행복한 면이 많다. 하지만 ‘더없는 행복’을 기대하다간 부부 사이의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하고 예외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 관계는 절대 저절로 좋아지거나 좋은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 개개인을 따로 보면 함께 살기 편한 존재란 없다. 자신의 단점을 단 하나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관계는 크게 향상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배우자가 크게 반길 것이다.
 
- 배우자가 짜증을 낼 때는 대부분 당신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당신이 이유일 때도 있다. 그 차이를 구별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할수록 좋다.
 
- 누군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먼저 사과하자. 먼저 약점을 인정하자. 먼저 양보하자. 먼저 용서하자. 당신은 이렇게 ‘먼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드는 일들은 없길 바라는 요즘입니다. 힘들수록 ‘함께’ 이겨내는 시간이기 바랍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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