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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형제 살인 공판검사는 '강원랜드 폭로' 안미현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한 여성(빨간 원)이 가게 앞에 쓰러진 남편 B씨(49)의 상처 부위를 막으며 지혈하고 있다. B씨는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인근 가게 CCTV 캡처]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한 여성(빨간 원)이 가게 앞에 쓰러진 남편 B씨(49)의 상처 부위를 막으며 지혈하고 있다. B씨는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인근 가게 CCTV 캡처]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검사로서 가슴이 아팠지만, 피고인은 잔인하게 친동생을 살해했기 때문에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이슈추적]
檢, 살인 혐의 50대 징역 15년 구형
빚 독촉 과정서 동생 흉기 찔러 살해
"이자 갚으라" "양아치" 욕설에 격분

형, 2007년 로또 1등 당첨 12억 받아
누이·남동생 등 가족에 5억 나눠줘
변호인 "우발적 범행, 속죄" 선처 호소

11일 오후 5시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법 301호 법정. 안미현(41·사법연수원 41기) 공판 담당 검사가 힘주어 말했다.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강동원) 심리로 열린 '형제 살인' 피고인 A씨(59)의 1심 결심 공판에서다. 마스크를 쓴 방청객 서너 명의 눈과 귀가 검사석에 쏠렸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사건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주목받았던 검사다. 의정부지검에서 지난 1월 전주지검에 부임했다. 안 검사는 A씨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는 않았지만, A씨 공판에 참여해 유죄가 나오도록 이끄는 이른바 '공소 유지'를 맡았다.
 
안 검사는 말을 이어갔다. "형인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친동생의 사실혼 배우자와도 합의하지 못해 용서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다"고 했다. 또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수형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A씨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전국적 이슈가 됐다. 과거 로또 1등에 당첨돼 당첨금 수억 원을 가족에게 나눠준 A씨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과정에서 친동생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비극의 씨앗이 된 은행 연체 이자는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빚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씨(당시 49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를 기억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흥분 상태였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속죄하며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전에는 우애가 깊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큰 죄를 지어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은 10분 만에 끝났고,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도대체 A씨 형제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 '○○집'이라고 적힌 가게 셔터가 내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이 가게를 운영하는 B씨(49)가 말다툼 끝에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 '○○집'이라고 적힌 가게 셔터가 내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이 가게를 운영하는 B씨(49)가 말다툼 끝에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준희 기자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뗀 당첨금 12억원가량을 받았다. A씨는 당첨금 가운데 5억여원을 가족에게 나눠줬다. 누이와 남동생 2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줬다. 그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고 한다.
 
A씨는 본인 몫 7억원 중 일부로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로또 1등 당첨 이후 친구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다 떼이는 바람에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살던 집도 전세였다.
 
A씨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동생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담보로 잡은 집은 과거 A씨가 로또 당첨금 일부를 B씨에게 줘 구매한 집이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A씨는 담보대출 이자(월 25만원)를 두어 달 밀렸다. 사건 당일 이 문제로 두 사람은 전화로 언쟁을 벌였다. B씨는 A씨에게 "형이 이자를 갚으라"고 독촉하면서 '양아치'라는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정읍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동생 가게가 있는 전주에 갔다. 그리고 승강이를 벌인 끝에 대드는 B씨에게 정읍 식당에서 가져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목과 등을 흉기에 찔린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건 당시 B씨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도 가게 근처에 있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였다.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이 A씨에게 구형한 징역 15년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적정하다"는 의견이 많다. 통상적인 살인 사건의 경우 검찰이 20~30년을 구형하면 재판부가 10~15년을 선고하는데, 이 사건은 계획범죄보다는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비록 A씨가 숨진 동생의 아내와는 합의를 못 했지만, 어머니·형제 등 본인 혈육이자 피해자의 나머지 유족과는 합의해 이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서를 낸 것도 검찰이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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