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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이 "차겠다"는 전자발찌···헝가리 참사 선장 사례도 참고해 도입

2018년 9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 및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열린 전자감독제도 시행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일체형 전자발찌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2018년 9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 및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열린 전자감독제도 시행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일체형 전자발찌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측이 담당 재판부 교체 이후 처음 열린 지난 11일 재판에서 “전자발찌 착용도 감수하겠다”며 보석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전자발찌는 성범죄자나 살인‧강도 범죄자에 한해 적용됐다.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일반 형사사범의 보석이나 가석방을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왔다. 위치추적(GPS)과 무선인터넷(WIF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교도소나 구치소에 범죄자를 가두고 있지 않고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유사 범죄를 배우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고, 수용시설 과밀화나 예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전자발찌가 보석뿐 아니라 상습 음주운전자 감시에도 사용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영국 등 법원에서 피고인 30~40%를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한다. 중국의 통신회사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는 2018년 캐나다 법원에 보석금 84억50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자택에 머물러야 하고, 전자발찌도 차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자택에 구금된 주인공이 개미에 대신 전자발찌(빨간원)를 채우고 집밖으로 빠져 나갔다. [사진 마블]

2015년 개봉한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자택에 구금된 주인공이 개미에 대신 전자발찌(빨간원)를 채우고 집밖으로 빠져 나갔다. [사진 마블]

미국 텍사스주는 전자발찌에 알코올 측정기까지 붙여 24시간 음주 여부를 감시한다. 패리스 힐튼이나 린제이 로한과 같은 유명인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법무부도 2019년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크루즈선 침몰 사고 이후 선장이 수사 중에 전자발찌를 차고 보석을 허가 받는 사례를 주요하게 참고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9년 10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전자발찌법안)을 대표 발의해 전자발찌 조건부 보석을 가능하게 했다.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8월부터 공식 시행되지만 법무부가 기존 형사소송법을 적극 해석하면 적용이 가능하다며 법원을 설득해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조건부 보석은 지난해 9월 수원지방법원에서 처음 받아들여졌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인데 건강상태도 반영됐다고 한다. 이후 법원은 최근까지 9명을 허가했고, 이 중 1명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현재 8명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1심 재판이 남아 있는 상태라 모두 잘 따른다”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부착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2019년 9월 전자발찌를 한 채 자택에서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18년 캐나다 법원은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벤쿠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2019년 9월 전자발찌를 한 채 자택에서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18년 캐나다 법원은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벤쿠버 로이터=연합뉴스]

전자발찌는 이번 정부 들어 임명된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키워온 제도다. 박 전 장관은 2018년 9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열린 전자감독제도 시행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자발찌를 직접 손으로 가리키며 살펴봤다. 
 
조 전 장관도 취임 직후인 추석 연휴에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관제센터를 찾아 전자발찌 추적 시스템을 지켜봤다.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두 전직 장관 모두 형법을 전공한 교수라 범죄자의 교화 과정과 범죄 예방 제도는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에서 구속된 경제 범죄자 변호를 맡아 전자발찌 조건부 보석을 받아 낸 박주희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가족들만의 노력으로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보석 이후 피고인이 직접 노력한 결과 합의금을 마련했고, 변호사와 자유로운 소통도 가능했다”며 제도 도입을 반겼다.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석 명절 첫날에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전자발찌의 향후 개선사항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다. [사진 법무부]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석 명절 첫날에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전자발찌의 향후 개선사항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다. [사진 법무부]

 
다만 검찰은 여전히 도주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도 검찰은 “(정 교수는) 수사 과정은 물론 재판에서도 내내 범행을 부인하며 진실을 은폐했다”며 “허위 자료를 사용해 ‘교육의 대물림’이라는 특권을 유지하고 무자본 인수합병에 편승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중대범죄로 도주 우려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급격한 제도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택이라는 공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옥같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자택에 구금된 상황을 버티고, 앞으로 범죄를 일으키지 않도록 반성하게 하는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이 눈에 띄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나 살인‧강도 범죄자가 아닌 경우 눈에 띄지 않도록 팔찌 형식의 전자장치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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