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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지방시대] 청정 청도의 비극…보건·의료·요양 타운이 통째로 셧다운

경북 요양시설 덮친 신종 코로나 

청정 청도의 비극은 대남병원 의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만이 아니다. 대남병원과 하나로 연결된 청도의 민관 보건·의료·요양타운도 셧다운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의 대남병원. [뉴스1]

청정 청도의 비극은 대남병원 의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만이 아니다. 대남병원과 하나로 연결된 청도의 민관 보건·의료·요양타운도 셧다운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의 대남병원. [뉴스1]

병원은 격려 플래카드로 둘러싸여 있었다. 12일 오전 11시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대남병원 앞. 지상 주차장은 차량으로 덮였지만, 인적은 끊겼다. 지난 3일 들렀을 때 이따금 드나들던 119구급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폐쇄 병동 코로나19 집단 확진자(102명) 이송이 끝나면서다.
 

집단 감염 대남병원은 5개 시설 일부
기능 마비 타운 지킨 건 격려 현수막
요양 시설은 초고령 농촌의 버팀목
동시다발 감염, 총성 없는 전쟁 불러

병원을 지킨 건 플래카드였다. ‘병원,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토닥 토닥 조금만 더 힘내세요’ ‘힘내라 청도! 가라 바이러스!’…. 병원 앞 약국에서 나온 50대 여성은 “청정(淸淨) 청도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어떡하다 이 지경이 됐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병원 인근의 박병기(66)씨는 “대남병원에서 혈압 치료를 받는데 언제 비상상황이 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청도 유일의 종합병원이자 코로나19 선별 진료소가 전국 첫 집단 감염 시설이 된 데 대한 군민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남병원의 비극은 집단 감염만이 아니다. 청도군의 민관 원스톱(one-stop) 보건·의료·요양 모델도 무너뜨렸다. 대남병원은 청도 군민건강관리센터의 하나일 뿐이다. 센터는 5개 동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 복합건물이다. 군립 청도노인요양병원, 대남병원, 청도군 보건소, 효사랑실버센터(치매환자 센터), 청도군 주간보호센터(치매 환자 보호)·건강증진센터(수영·헬스장)가 나란히 서 있다. 대남병원 뒤쪽이 청도농협 장례식장이다. 센터의 민관 복합모델은 보건소가 1988년 대남병원 개원과 더불어 이전하면서 시작됐다.
  
청도는 이상적 압축 도시지만 팬데믹에 무력
 
병원 앞을 둘러싼 격려 플래카드. 오영환 기자

병원 앞을 둘러싼 격려 플래카드. 오영환 기자

현재 대남병원 일반 진료와 보건소 대민 업무는 중단됐다. 대남병원이 위탁을 맡은 노인요양병원에서도 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치매 환자 센터는 별도 법인이 운영 중이다. 일체화 건물이지만 다행히 확진자는 없다. 대남병원은 이 센터를 “동북아 최초의 민관 연계 보건의료 복지시스템” “원스톱 의료 복지 구현의 새 모델”이라고 밝혀왔다. 실제 지방에서 이 정도의 초 집적 의료·요양·건강센터는 찾기 힘들다. 청도군청 관계자는 “다른 지방에서 이 센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스톱 복지타운은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올스톱 센터’로 돌변했다. 병원 앞 약국에 온 조모(77)씨는 “대남병원이 문을 닫아 약국에 있는 예전 처방전을 찾으러 왔다”며 “그걸로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참 불편하다”고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위장약을 타러 온 81세 할머니는 “어떻게든 편해야 할 텐데 큰일”이라며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건강관리센터는 청도 군민에 더없이 친근한 시설이다. 바로 옆 건물이 청도 어린이도서관이고, 청도군청도 지척이다. 병원 출입구에서 보면 주택가와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이 산에 둘러싸여 자연스레 형성된 압축도시(compact city)는 이상향이지만 팬데믹에 무력했다. 더군다나 청도군은 초고령화 지역이다. 인구 4만2000명의 평균 연령이 55세로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대남병원 폐쇄 병동은 어떻게 감염됐는지, 시설은 왜 그토록 열악한지, 관민 일체형 센터에 법적 문제는 없었는지와 개선·보완책은 남겨진 과제다. 이승율 청도군수는 지난달 정세균 총리 방문 당시 “감염병 발생 시 지역 의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관 시설 분리 차원에서 보건소의 이전 신축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텅 빈 청도시장. 오영환 기자

텅 빈 청도시장. 오영환 기자

시내 모습은 3월 초에 비해 다소 활기를 찾았다. 편의점과 약국 정도만 문을 열다가 식당이 하나둘씩 영업을 재개했다. 청도시장은 아직 텅 비었다. 200m의 시장통은 간판만 보였다. 시장은 지난달 24일 휴장 이래 두 번 연기 끝에 14일 오일장을 연다. 지방이건 도시건 시장이 시작이다.
 
농심은 타들어 가고 있다. 제철 청정 농산물의 뜬소문 피해 때문이다. 청도 한재 지역에서 암반지하수로 재배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미나리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한재 미나리는 청도의 주농산물로 2018년 매출이 209억원(2053t)이었다. 미나리 재배농 박기호씨는 “해마다 2월 중순~3월 중순 주말에는 미나리를 사려는 차량 행렬로 도로가 마비될 정도였지만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70~80% 줄어들었다”며 “군청 등에서 판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선제적 대응과 각오 없이 전쟁에서 못이겨”
 
청도군의 다른 걱정은 요양 대란 조짐이다. 군립 노인요양병원 외 다른 요양 시설 2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바이러스에 뚫린 노인 복지시설은 바다에 떠 있는 감염 크루즈선과 한가지다. 속수무책이다. 여기에 감염이 동시다발이면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미증유의 도전이다.
 
청도군민건강관리센터 구조

청도군민건강관리센터 구조

청도군과 대구시 사이의 경산시는 더하다. 노인복지 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경산시 남산면의 서린요양원. 한적한 야산 기슭의 하얀색 건물 여러 동이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122명(입소 74명, 종사 48명)이 지내던 이곳은 지난달 27일 요양보호사(61)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출입이 통제됐다. 이곳 확진자는 21명(입소 14명, 종사 7명, 이하 13일 기준)이다. 요양원은 요양 인력 대거 감염으로 비상이 걸렸다. 요양원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이 동료 감염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데다 적은 인력으로 일손 공백을 메우느라 무척 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경산 시내 노인 복지시설은 모두 8곳(63명)이다.
 
전국요양병원 추이

전국요양병원 추이

경북에선 봉화·예천·의성·칠곡군 복지시설에서도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이중 봉화 푸른요양원(117명)은 확진자가 58명(입소 45명, 종사 13명)으로 한때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이영미 봉화군 보건소장은 “보건소와 요양원이 김천시와 포항시 쪽에 수소문해 겨우 인력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노인 복지시설 감염 도미노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 정책을 빼 들었다. 지난 9일 시작해 2주간 사회복지 생활시설 581곳을 대상으로 해서다. 이 기간 시설 입소자의 외출 금지와 요양 직원의 외출·퇴근 금지, 외부인 면회 금지가 이뤄진다. 장기 근무가 어려운 요양 인력은 참여하지 않고, 근무자엔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상근 경북사회복지협의회장은 “노인 시설이 뚫리면 답이 없다”며 “이 정도의 선제적 대응과 각오 없이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교포 간병인, 수도권 70%·서울에선 100%인 곳도
코로나19 사태는 요양 인력의 안정적 수급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해 3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162만여명이다. 이들 중 실제 근무 인원은 41만여명으로 시설 쪽이 16%(약 7만명)다. 나머지는 재가서비스를 한다. 경북사회복지협 관계자는 “자격증 소지자가 고령화하고, 10년 전부터 자격이 ‘교육과정 이수 후 국가 자격시험 통과’로 되면서 신규 인원도 적어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산 서린요양원 요양보호사 33명(모두 내국인)의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다. 고령자가 초고령자를 돌보는 쪽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교육만 받고 자격증 없이 취업 가능한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중국 교포(조선족)가 압도적이다.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중국과 옛소련 국적 교포(H2 비자)에만 사회복지 취업을 개방하기 때문이다. 중국 교포 일변도다 보니 대체 인력 찾기도 만만찮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이민우 이사는 “2월 초 설문조사를 해보니 수도권의 중국 교포 간병인 비율은 약 70%이고, 서울에선 100%인 곳도 있었다”며 “현재 구인난이지만 국내선 기피하고 외국인은 사실상 조선족밖에 없어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진원지가 중국일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의 인간 안보에 여러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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